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여름이 되면 생각나는 그녀

여름 조회수 : 1,646
작성일 : 2012-08-14 19:09:47
더위는 한풀 꺽였지만. 이맘때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서요.

대학때였는데 방학이라 늘 밤새 책을 보다가(그때 당시엔 케이블이 없어서 밤새 할만한 게 책보는 것밖에 없었어요) 새벽 6시쯤 티비를 틀어 아침뉴스를 보고 자는 것이 제 일과였습니다.
저희 집은 단독주택이었는데, 우유를 시켜먹어서 우유아줌마가 마당을 지나 저희 현관까지 우유를 놔주곤 했습니다. 대문쪽에 제 방이 있었기때문에 아줌마가 지나가는 걸 늘 제 방 창문을 통해 볼 수 있었고 불투명창이어서 형체만 보였습니다.
아줌마가 우유를 놓고 대문쪽으로 사라지시면 총총총 현관으로 달려가서 우유를 가져와 뉴스를 보며 꼴깍 꼴깍 먹는게 제 아침이자 유일한 낛!
뉴스가 끝나면 오늘 본 책내용도 생각하고 뉴스를 보며 혼자 소소한 정책을 생각하다 잠이 들곤 했죠. 제가 주로 보는 책들은 현대소설.. 이광수님이나 김유정님 문학책들을 보고 또 보고.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이 소설도 요맘때 수십번도 더 읽었죠. 한번 빠진 책은 수십번을 읽어도 재밌더라구요.

그러나 집밖에 나가지도 않고 친구도 안 만나고 아무리 방학이라지만. 저희 어머니 속은 얼마나 탔을까요. 늘 한심하다. 한심해. 라고 엄마가 답답해하시니. 점점 밤을 새고. 낮엔 잠을 자서 엄마를 마주할 시간을 피하며 몰래 책을 읽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냥 도서관을 가지 왜 그랬을까요? 하여튼 집에 책들이 너무 많아서 도서관 갈 생각조차도 못했어요. 편하게 뒹굴대는 것도 좋았구요.

그날도 그런 날 중에 한날이었습니다. 책을 읽고 새벽 6시 무렵 티비를 틀고 어김없이 같은 시간 우유아줌마가 마당으로 들어오시는 게 창을 통해 보였죠. 마침 목이 말랐는데 냠냠 우유먹을 생각에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이고. 이 아주머니가 제 방 창을 안 지나치고 서서 뚫어져라 쳐다보시는거예요. 앞 전에도 썼지만 반투명창이라 자세히는 안보여도 형체는 보이거든요.

그러면 반대로 아주머니가 뚫어지게 창을 쳐다보면 제가 보인다는 거잖아요. 정말 한참을 뚫어져라 보는데 은근히 빈정상하더라구요. 서로 그렇게 노려보는 상황에서 안되겠다싶어 한마디 해야지 하고 침대에서 뒹굴대다 벌떡 일어서니 아주머니가 휙 지나가시더군요. 내가 일어난 걸 봤구나 싶어. 왜 저러지. 오늘따라. 희한하네. 하면서 다시 누웠더니.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다시 얼굴만 쏘옥 창으로 고개를 내미시는 아주머니.
진짜 장난하나. 하는 순간.
아주머니 얼굴이 서서히 움직이더니 창위쪽으로 대롱대롱 매달려서 "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힣" 하며 웃으시는거예요. 정말 경악했죠.
무슨 날라다니는 사람처럼 창위쪽에 대롱대다 가로본능처럼 옆으로 누운 채로 대롱대롱.
저는 놀래서 소리는 커녕 벙어리처럼 어버버 하며 몸이 굳고 덜덜덜.
그 아주머니는 한참을 히히히히히하는 소리를 내더니 순식간에 사라지셨어요.
티비에선 뉴스를 하고. 저는 겁이나서 우유는 커녕 방에서 떨다가. 용기를 내서 창을 열었는데 아무도 없더라구요.

IP : 211.246.xxx.196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ㄷㄷ
    '12.8.14 7:14 PM (1.238.xxx.232)

    왜 이래요?무서워요~

  • 2. 쓸개코
    '12.8.14 7:22 PM (210.107.xxx.101)

    반전이네요 ! 히히 웃는 부분 소름 쫙 돋아요^^;;

  • 3. 오오
    '12.8.14 7:41 PM (118.219.xxx.240)

    히히히히힣 부분 너무 무서워요ㅋㅋㅋㅋ근데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ㅋㅋ

  • 4. ..
    '12.8.14 9:06 PM (58.141.xxx.6)

    아 무슨 러브스토리인줄 알고 읽었는데 이게 뭐에요 ㅠ
    무섭게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42158 웃음이 많아서 고민이에요. 8 웃음 2012/08/22 1,234
142157 세상에 무족권이 먼가요? 13 토실토실몽 2012/08/22 5,251
142156 밀레청소기 먼지봉투 갈면 냄새 안나는데 2 2012/08/22 1,837
142155 아이 교육을 위한 이사..동네 추천해주세요 10 .. 2012/08/22 2,061
142154 근데 남자전업 진정으로 가능한 걸까요? 14 2012/08/22 1,905
142153 가슴크림 써보신분 계신가요? 3 껌딱지 2012/08/22 2,006
142152 전 왜 이렇게 남편이 귀엽죠 6 병인가봐 2012/08/22 1,787
142151 박원순 "새누리 '강남 침수' 비난은 억지" 3 샬랄라 2012/08/22 1,183
142150 클래식 음악 테이프를 어디서 살수 있을까요 1 zmf 2012/08/22 914
142149 40대 여성분 화장품선물 뭐가 좋을까요 4 하루 2012/08/22 1,790
142148 이뻐지고 싶어요. ㅜ.ㅜ 9 주부예요 2012/08/22 2,373
142147 진정한 평등은 ..... 2012/08/22 621
142146 퍼펙트 고추장아찌 만드는방법 가르쳐주세요. 2 가을 2012/08/22 1,565
142145 진종오 선수 집 좋아보이네요^^ 12 올림픽 2012/08/22 5,984
142144 모니터링 잘하는법 모니터링 2012/08/22 1,021
142143 혹시 워드스케치 써보신 분 있으신지요? 살까말까 고.. 2012/08/22 760
142142 고등학생출결문의 멍청한엄마 2012/08/22 800
142141 자두 케이크 만들어 보신 분~ 5 ^^ 2012/08/22 856
142140 왜 시댁은 가면 일을 시킬까요?? 98 .... 2012/08/22 17,404
142139 내일 제주도 가는데 비온다는데요 2 .. 2012/08/22 1,055
142138 초6 -2 수학 문제집 추천부탁드립니다... 3 미리 감사 2012/08/22 1,165
142137 급질)) 빈폴 아동복 싸이즈 문의드려요. 1 급질 2012/08/22 1,071
142136 급해요)친정아버님이 마지막이실것 같은데 장례식 준비할 때 짐가방.. 8 고민 2012/08/22 2,508
142135 편도선염인지 인후염인지 넘오래가는데요...이런 경험있으신 분있나.. 4 징글하다 2012/08/22 5,838
142134 여자키는요... 25 해맑음 2012/08/22 4,8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