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사무실 근처에서 길 건너려고 서 있는데 뒤에 초등학교 저학년 남자아이와
그 엄마가 서더라구요.
그러려니 하고 있는데 남자아이가 학교에서 칭찬받은 걸 자랑해요.
선생님이 자기 보고 글씨를 참 반듯하고 예쁘게 쓴다고 칭찬했대요.
그런데 그 엄마가(젊은 엄마였음....노산도 아니고....) 아이 보고 하는 말이,
"공부도 못하면서 글씨만 예쁘게 쓰면 뭐하냐.
글씨 또박또박 쓸 시간에 그냥 대충 쓰고 공부를 더 해라."
이러는 겁니다.
저도 모르게 고개가 휙 돌아가서 그 엄마 얼굴을 쳐다보게 되었네요.
눈이 딱 마주쳤어요.
와, 진짜.... 저도 나름 인생 살았고, 사람 많이 만나는 직업 거쳐서
그래도 사람 좀 볼 줄 안다고 자부하고 사는데... 그 엄마 진짜,
학교 다닐 때 공부 전혀~ 진짜 전혀~ 안 했을 스타일이에요.
저랑 눈 마주치고도 계속 아이 보고 쓸데 없는 데 정신팔지 말고 공부하래요.
하이고, 그 스타일에 공부하는 방법을 얼마나 알길래 아이에게 충고까지 하는지.
정말 화가 치밀고, 아이가 불쌍하더라구요.
글씨 보면 그 사람 성격 나오는 건데
아이가 글씨 반듯하고 깔끔하게 쓰려고 그만큼 노력했다면
(그것도 남자아이가요. 남자아이들은 여자애들보다 대부분 글씨 잘 못쓰잖아요)
그런 노력만으로도 다른 일 더 잘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아이는 학교 선생님께 칭찬 들었으니 그걸 엄마에게도 알려주고
기쁨을 같이 나누려고 한 거 아니에요.
그런데 그걸 한순간에 팍~ 깔아뭉개고 '공부하라'고 하면
그 엄마는 기분 좋을까요?
달라졌어요에 나오는 부부나 부모가 희귀종들인 줄 알았는데
진짜 존재하는 종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