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친구랑 인연을 끊었다고 밑에 글에 썼었는데요.
계기가 있었어요.
엄청 추웠던 날이었는데, 전화로 제게 , 자기 개(수컷, 가게에서 풀어놓고 키움..)가
지금 발정기인데, 호텔 온 암컷 강아지 하나가 걔도 발정기라.. 몇일만 봐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그때는 저의 강아지 두마리랑 있어서.. 뭐 몇일 데리고 있는거야 어려운거 아니니
알았다고 해서 데리러 갔었어요.
퇴근 하고 바로 간거라서 이동가방도 제가 준비 못해서 대중교통 이용하는건 어렵겠더라구요.
그래서 택시를 타고 가야겠다 라고 하니.. 저는 솔직히 친구가 택시비는 내 줄거라 생각했어요.
근데 멀뚱 멀뚱 가만히 있더니, 맡게 된 강아지는 호텔비를 안받는 아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아유 할 수 없지! 택시 타고 가라" 하며 만원짜리 한장 주는데..
저딴엔 친구가 부탁하는 일이니 좋은 마음으로 갔는데, 그 모습에 좀 기분이 상했었어요.
그 강아지를 데리고 집에 와서 나흘 가량 제가 봐줬어요.
그 나흘동안 어찌나 정이 들어버렸는지... 연락한통 없던 친구가 주인 왔다고
지금 저희 집으로 데리러 온다는 말에, 눈물까지 났었어요...^^;;
그렇게 보내고 난 뒤..
한달 후 쯤. 친구가 전화와서 대뜸... 개 한마리 키울래? 하며 사진을 보내길래..
전에 봐주던 강아지랑 너무 닮았더라구요. 그 강아지가 술집 아가씨가 혼자 살면서 키웠는데
이 여자가 다른 지역으로 일하러 가는데.. 거긴 혼자 사는곳이 아니라 강아지를 못키우게 되었다고
친구에게 키울 사람 있으면 줘라고 했다고 들었어요.
딱하고 안쓰러워서 제가 키우겠다고 데리러 갔구요...
갔더니.. 세상에 빼짝 말라서 등에 척추 뼈가 드러나서 옆에 갈비뼈도 앙상한 모습으로
말티즈인데 털도 바짝 깎아서 오들 오들 떨고 있었어요...
이 아이를 품에 안고....집에 갈려고 하니..
친구가 이 강아지한테 인사할거라며, 안겨 있던 아이한테 손을 뻗자
강아지가 이빨을 드러내면서 으르릉..거렸어요..
친구가 웃으면서 자길 또 어디 보낼려고 하는거 알고 저러는거 같다고.. 많이 떠돌았다고.
여기 저기 키우겠다고 한 사람들이 관리도 안하고 밥도 안줘서 얘가 이 모양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털이 엉망이어서 다 밀었다고 했는데.. 정말 강아지한테 괜찮다고 어르고 달래면서
안심시켰어요..
그리고 한달 뒤 쯤.. 이왕이면 친구가게에서 간식 같은거 사는게 낫겠다라는 생각에
들렀어요. 갔더니 철장에 말티즈 새끼 2마리가 꼬물 꼬물대면서 놀고 있데요...
파는거라고..
그러고 저한테 너네 개랑 닮았지 않냐고 묻길래.. 그런 것 같다. 닮았다. 라고 하니..
제 식구가 된 아이의 손주뻘이래요.. 제 강아지가 3살이라고 했거든요.
근데 이 아이를 종견으로 쓸려고 했다고... 작고 예뻐서...
알고보니 제일 처음 제가 나흘간 맡았던 강아지가.. 지금 제가 데리고 와서 키우는 저희 개가
낳은 아이고, 또 그 아이가 낳은 새끼들이 바로 이 꼬물이들이라고....
저희 개가 그 새끼를 낳았을 때, 수술로 이제 임신 못할거라고 병원에서 얘기해서
종견으로 안쓰고 그냥 저한테 준거였더군요..
종견이라는 말.. 티비나, 이런 언론매체들 통해서만 알았지..
막상 울 강아지가 그런걸 겪었다고 생각하니 피가 거꾸로 솓는 기분이었어요.
그 뒤로 인연끊었고.... 이 강아지는 집에 내려놓는 순간!! 온 집안을 활보하며
개구장이 짓에 온 애교로 식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세마리 아웅 다웅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요..
가끔씩 이 아이를 보면 너무 가엾고, 미안해져요..
만약 내가 데리고 오지 않았다면... 우리 똥강아지 어떻게 됐을까... 싶고..
그런 안좋은 기억들.. 아직 떠올리지 않을까..해서 마음이 아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