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제 직장 위치 때문에 저희 동네가 딱이거든요.
근데 주변환경이... 좀 그래요. 어제는 8시반 쯤 산책나갔다가 밝은 가로등 불빛 아래서 쉬하는 아저씨 만남.
동네 할머니들이 아파트 안에 평상에서 누워 계시고요. 좀 더 걸어가면 골목길이 있는데 거기는 더욱 프리한 스탈이라 할머니들이 러닝입고 누워 계세요. 흡연하고 막걸리 드시면서...
한번은 7시반 경 퇴근하다가 쌍욕하고 때리면서 싸우는 여자 두명이 길 막고 있은 적도 있고
싸움 구경 심심치 않게 해요.
또 작은 산책로가 있는데 거긴 개똥이 항상 상주하고 있고 비만 오면 심한 하수구 냄새가 나요.
시골 같은데 시골의 인심이나 정취는 없는 환경이라 하면 될까요?
저희 집 자체는 11층이고 수리를 많이 해서 집에 들어오면 뭐 그정도는 아니고요.
근데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너무너무 싸요.
SSG마켓도 백화점 지하도 가고 코스트코도 이마트도 가는데 저희 동네 재래시장이 야채 같은건 진짜 갑이에요. 백화점 같은데서 한개에 3-4천원씩 하는 가지가 3-4개에 천원이고 대략 만원만 있으면 장을 잔뜩 볼수 있어요.
이불도 원래 7-8만원쯤 하는 인견이나 리플 홑이불이 시장에서는 반값이고
여름옷은 동네 옷집에서 어제 아주 멀쩡해 보이는 원피스, 블라우스, 가디건 이렇게 샀는데 18만원이었어요.
만팔천원에 오픈토 양피 수제화도 건졌고요.
체리가 한근에 만원,
아메리카노 원두 볶아서 갈아서 만들어 주는건데 천오백원 짜리도 있고요,
중고 만화책 한권에 오백원,
닭강정 한박스에 오천원,
리시안셔스 두가지 색 섞은 부케가 만원.
시장에서 아이 옷 짐보리 같은거도 만원씩 떨이하고 있어요.
새로 생긴 스시집이 런치코스가 정말 괜찮은데 2만원이고요.
모든걸 동네에서 해결하자고 마음 먹으면 진짜 많이 절약할 수 있을거 같아요.
또 가게세가 싸니까, 점점 젊은 사람들이 실험적인 비지니스를 시도하는 데들이 많아요.
프랑스에서 꽃을 배웠지만 강남에 가게를 내지 못한 꽃집 언니라든지 홍대에서 카페를 하고 싶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이 동네에 로스팅 가게를 차려서 온라인으로 사업하고자 하는 젊은이라든지 생뚱맞게 조끼조끼 분위기의 호프집들과 오래된 목욕탕, 철물점 사이에 차린 티파니블루색을 기조로 한 슈가크래프트 가게라든지... 그런데서 잘 고르는 즐거움 있잖아요.
그런 점이 참 매력적이어서 주변환경이 지저분한거지 위험한건 아니자나? 하고 오래오래 살고 싶어져요.
근데 남편은 그래도 동네가 이게 안전한거는 아니다 특히 여자애 키우니까 취객도 많고 계단도 넘 많고 물가가 비싸도 안전한데 가서 사는게 좋은거다 하네요.
제가 너무 숲을 보지 못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