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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토요일에 선(?)을 보게 되었는데 머리가 너무 복잡해요.

한심 조회수 : 2,638
작성일 : 2012-08-09 11:09:01

나름 좀 어려운 유년시절을 보내고,

대학들어와서- 졸업해서 회사다니면서

많은 식구들에

연세 많으신 부모님....그리고 알콜중독자 가족...

 

참 힘들었어요.

 

요즘은 그래도 많이 안정이 되었지만

대학생활도 제대로 못 즐겼고

회사도 대충 빨리 들어갈수 있는 곳에 갔어요.

성실한 편이라 한 회사에서 오래 있었고 인정도 받았지만

한번도 제 자리라 생각해본적이 없었던거 같아요.

 

위에 형제들이 있었지만 다들 결혼해서 나갔고..

나이터울이 커서

제가 성인이 되니, 이제 연로하신 부모님 사회생활 못하시고

어쩐지 제가 얹혀살지만 제가 모시는거 같아요.

저도, 부모님도 많이 느껴요.

금전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심적으로, 시간적으로 저한테 많이 의지하신다는걸요.

 

.....저는 이게 다 제 인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번도 내 생활, 내 시간을 제대로 살아본적이 없다.뭐 이런거요.

 

환경이 그래도

결국 제 선택이니깐 후회하진 않는데..

 

지금도 꿈꾸는건 제주도에서 1년만 혼자 사는거에요.

크게 바라지도 않고 딱 1년..

나만 위해서 시간을 보내고, 나만 위해서 계획을 세우고, 나만 위해서 공부도 해보고..

제주도라는 장소도...생각보니 제주도를 좋아하긴하지만

무엇보다 무의식중에 가족이 있는 서울과 가장 먼 곳으로 가고 싶었던거 같아요.

 

하지만 나이도 많고(30대초중반)

1년의 기간이 쉽게 얻을수 있는게 아니기때문에 미적대기도 했어요.

대신 조금씩 나를 위해서 뭔가 하자며...한가지씩 시작하고 있었어요.

 

아..영어공부를 좀 해봐야지. 외국여행도 자유롭게 가보고 싶다

아..하드렌즈를 껴봐야지. 나도 좀 예쁘게 꾸미면서 나를 위해서...

아..플룻도 배워볼까. 난 어릴때 피아노며 태권도며 하나도, 아마것도 못해봤으니깐..

.....아...네일케어도 받아볼까? 손..참 안 예쁘네...

......아...맨날 `2만원, 3만원하는 가방 말고..한개쯤은, 크게 비싼거 말고...그래도 좋은 가방 하나쯤 살까...

 

정말 크게 바라지도 않았고.

정말 소박하게 한개씩, 한개씩....나만을 위한다는걸 시작하려는 참이었어요.

 

 

얼마전에 거래처 사장님이 갑자기 연락을 하셨어요.

제 집 근처로 갈테니 저녁먹자구요.

알고는 있었던게 절 좋게 봐주시고 쭉 2년정도 전부터 사장님 조카와 절 연결해주고 싶어한다는걸

느낌으로, 풍문으로 알고는 있었는데

한번도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들은바가 없고

저도 크게 신경쓰지 않아서 아무 생각이 없었던거 같아요.

 

 

갑자기 저녁을 먹게 되고

한참 이야기를 하면서 저에게 조카님 이야기를 하시더라구요.

 

저도 나름대로 아직은..아직은...했는데;

어려운 분인데다, 나이 드신 분의 부탁을 거절하는게 쉬운게 아니더라구요.

게다가 제 나이도 있고 하다보니, 거절하는게 좀 이상하다고 해야할까요? (아직 정신못차렸구나 뭐 이런거?ㅎㅎ)

 

그렇다고 제 사연이나

제 생각이나, 이런걸 구구절절히 말할수도 없고..

 

난감한 상황에서

저도 우유부단했죠. 여튼...사장님 밀어부치는 통에..

이번주에 선을 보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속도 안좋고 머리도 복잡하고 그러네요.

이론으로야

그냥 마음에 안든다 죄송하다 하고 거절하면 그뿐인데

또 그분이 절 마음에 들어한다는 보장도 없이 김칫국부터 마시는거긴하는데

 

전 사실 연애도 한번도 못해본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저도 처음에는 이런 복잡한 마음이..

변화를 두려워하고, 한번도 남자를 만나본 적이 없으니깐 그런건가..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데 생각하면 할수록

아직은. 이란 단어만 생각나는거에요.

아직은 난 내 인생을, 나만을 위한 인생을 살아본적이 없는데

남자를 만나서

이젠 내 가족말고 또 다른 가족으로 교체되서 난 그렇게 또 사는건가...하구요.

 

거절을 애초에 했어야 하는데

저녁먹으면서 차라리 마음에 두는 남자가 있다..거짓말이라도 할걸하는 후회도 들어요.

 

사장님한테도 그렇고.

아무런 잘못없는 그 조카분께도 그렇고...아직 보지도 않았는데 이쪽에는 거절을 어찌할까 생각부터 들구요.

 

또 아무것도 가진것 없고, 학벌도 별거 없는 30대 초중반 노처녀가

무슨 배짱으로, 나쁜 조건도 아닌 사람 거절부터 하고 들어가나..하는 현실적인 걱정도 있어요.

이제 내가 뭘 시작하겠다고, 제2의 인생이라고 몰두할만한 열정이, 목표가 있나 하구요.

 

........머리가 너무 복잡하네요.

갑자기 약간 억울하기만 했고, 약간 속상하기만 했던 내 인생이

이대로 아무런 시작도 못하고 다시 동굴속으로 들어가나? 하는 두려움? 뭔가 급해지고 있어요.제가...

 

일단. 물론 그런건 없겠지만

너무 심정상하지 않게 거절하는 방법이 - 그런 말이 뭐가 있을까요?

그 사람이 싫어서가 아니라 내 문제인건데

이걸 어찌 설명해야할지..

그냥 평범하고 아무 상관없이 아무일도 없었던듯 지나갈수 없을까요?ㅠㅠㅠㅠ(그 분이 거절해주면 참 좋겠어요;)

 

 

 

 

 

 

IP : 211.217.xxx.253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메아쿨파
    '12.8.9 11:12 AM (110.10.xxx.136)

    다들 여전히 하시는구나. 전 얼마전 한번 흔들려서 산성 노트 샀다가 벌 받았는지 바로 고장나서 아이폰으로 바꾼 젓 있어요. 자백합니다.

  • 2. 원글님 (^-----^)
    '12.8.9 11:16 AM (119.197.xxx.71)

    심적으로 많이 힘드셨겠어요. 그래도 자꾸 웃어야 해요. 거울보고 방긋방긋
    너무 피하지 말고 결혼을 위한 선자리 남자, 그렇게 생각마시고 좋은사람 좋은인연 만나러 간다.
    그렇게 생각하세요. 사람이 사람을 만나러 가는걸로요.
    자꾸 그렇게 움츠려들면 앞으로 남은 젊음이 인생이 너무 아깝잖아요.

  • 3. ...
    '12.8.9 11:16 AM (59.15.xxx.61)

    걱정이 너무 많고 부정적인 생각을 너무 많이 하시는 분 같아요.
    어떤 사람이 나올지 어떻게 압니까?
    그 사람과의 만남으로 인해
    밝은 새인생이 기다리고 있을런지도 모르는데
    결혼을 너무 어둡게 보지 마세요.
    82를 너무 많이 했나...

  • 4.
    '12.8.9 11:16 AM (168.131.xxx.200)

    이럴때는 이런저런 생각으로 속 볶지 마시고 그냥 닥치는데로 두세요.
    막상 만나보시면 고민했던것이 무안하게 아무일도 안 일어날거예요.
    거절하기 어려울정도로 근사한 남자가 아닐거구요, 또 근사한 남자면 그것도 원글님 복이죠.
    너무 고민하지말고 걸어들어가세요.

  • 5. ..
    '12.8.9 11:16 AM (58.141.xxx.6)

    만나보지도 않고 걱정부터하세요~정말 괜찮은 남자가 나와서 님인생이 님이 원하는데로 바뀔 수도 있구요
    또 남자가 별루면 그냥 만나자고 하면 바쁘다고 하면되요 하나도 어려운일 아니에요
    걱정하지마세요 어떻게 알아요 님인생에서 사랑하고 싶은 남자가 나올지요..

  • 6. ..
    '12.8.9 11:18 AM (1.225.xxx.64)

    그 남자에게 담담하게 말하고 양해를 구하세요.
    그쪽이 싫거나 맘에 안들어서가 아니고 내 문제로 그렇다.
    아직은 난 내 인생을, 나만을 위한 인생을 살아본적이 없는데
    남자를 만나서 내 가족말고 또 다른 가족으로 교체되서 살 자신이 없다.
    사장님이 제안하신거라 얼떨결에 이렇게 나와 미안하다
    그러니 댁이 날 맘에 안들어 거절한다고 어른들께 말해다오 하세요.

  • 7. 원글님
    '12.8.9 11:18 AM (222.236.xxx.47)

    저보다 언니시네요. 제가 지금대로 살면 원글님의 현재와 똑같을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 마음 먹는 게 있어요.
    지금까지 안 해 본 거 해보자.......고

    원글님 우리 지금부터 안 해 본 거 그냥 확 저지르고 살아요.
    뭐 남의 것 훔치는 것도 아니고 어때요.^^

  • 8. ...
    '12.8.9 11:19 AM (119.197.xxx.71)

    전에 드라마에서 나왔던 대사인데,
    정확히 기억은 안나고 원글님과는 조금 다른 경우지만 비슷한 맥락이니 써봅니다.
    " 그렇게 함부로 살면 네 인생이 너 한테 복수해 ! "

    마음을 바꿔보세요. 다 잘될꺼예요.

  • 9. 거절이 아니라
    '12.8.9 11:27 AM (14.52.xxx.59)

    일단 사람을 만나시구요
    그쪽에서도 좋다고 하고,님도 좋으면 님 상황을 털어놓으셔야죠
    제주도 1년 살고 뭐 이런건 늙어서도 할수 있고,,어찌보면 철없는 생각이에요
    지금 님 인생은 굉장히 중요한 시점인데 여기서 여유 부리면 정말 여유롭다 못해 밀려가는 삶이 될수도 있어요
    여기서 다른 사람과 같은 흐름을 타는것도 중요한데 그거 결혼이라면 결혼이죠

    세상을 다양한 방법으로 사는거 물론 좋아요,근데 대한민국은 남 대학갈때 가고,남 결혼할때 하고,남 애낳을때 낳아야 신간이 편한 나라이거든요 ㅎㅎ
    늙어서 제주도 가면 찬양받죠 ㅎㅎ

  • 10. 열심히 산만큼 다 돌아옵니다
    '12.8.9 11:28 AM (123.109.xxx.64)

    걱정한다고 지금보다 더 나은 인생이 다가오진 않아요.
    걱정할 시간에 뭐라도 부딪혀보고 시도하는 삶에 변화가 찾아옵니다.
    님이 그동안 열심히 살아왔고 그 복 받는다고 생각하는 첫걸음을 이번 선자리라고 생각해보세요.
    어른이 오랜시간 지켜봤다가 연결해주는거면 나쁘지 않을 자리라고 생각이 드네요.
    사업하는 분이 아무나 소개시켜주지는 않잖아요. 잘못하다가 뺨 맞는다는 것이 소개라는데.
    님 하나만 괜찮은 사람이면 다른 조건 안 보는 사람들도 많다는 거 아세요.
    님이 가장 중요해요. 님이 새로운 곳에 가정을 꾸리고 지금처럼 열심히 살면,
    상대방도 님 부모한테 잘하게 되어 있어요. 결혼 후에 용돈이나 생활비 같은 것도 부담 가지 않게 알아서 처리해주는 사람도 있고.
    먼저 걱정하지 마시고 부딪혀 본 후에 걱정하세요.
    모든 사람이 편안하게만 살아온 게 아니라 님처럼 이런저런 어려움 겪으면서 사는 사람이 더 많더라구요.
    그걸 문제시 삼느냐 아니냐의 차이지.
    이제부터 열심히 살아온 자기자신에 상 준다고 생각하고 과감하게 시도해보시길 바랍니다.
    단순한 만남이지 부담되고 거창한 자리가 아니예요. 그 나이대의 남녀면 그런 점을 서로가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이 드네요.

  • 11. ..
    '12.8.9 3:05 PM (1.251.xxx.243)

    원글님 글을 보니, 뭔가 새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것 같은데요..
    모르는 사람을 만나보는 것도 새로운 시작이 아닐까요? 이제까지 못 해본 것이잖아요..
    영어공부도 해보고싶고, 하드렌즈도 하고싶고... 생각만 하지 하나도 실천 못하셨죠?
    하드렌즈 맞추는데 한달이 걸리는 것도 아니고 그냥 병원이나 안경점가서 하면 되는 것을 아직 미적거리신걸 보면 계획까지만 하고 실천하는데는 재주가 없으신게 아니신지..

    변화를 주고 싶으면 생각만 하지마시고 일단 시작부터 해보세요..
    평생 혼자사실것도 아니고 결혼을 하면 안되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더군다나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모르는데 지레 겁먹고 거절할 생각만 하지마시고.. 변화의 첫걸음이다 생각하시고 한번 만나보시길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생각많고 실천하기 어려워하시는 걸 보니, 저랑 성향이 비슷하신것 같아서 진심으로 드리는 말씀이에요..
    제가 뭔가 하기 힘들어 할때 항상 외우는 주문(?) 이 '그래, 미친척 하고 한 번 해보자..'랍니다..
    진짜 미치는 것도 아니고, 어때요? 사람한번 만나본다고 큰 일나는 것도 아니고..

    원글님, 미친척하고 한 번 만나보시고, 다른 계획한 일들도 하나씩 실천해보세요.. 화이팅!!

  • 12. ..
    '12.8.9 4:16 PM (14.43.xxx.11)

    그냥 단지 누군가를 만날 준비가 안돼 있는것 뿐인데,,
    상황에 이끌려 선을 봐야 하는게 괴로운 거겠죠
    온전히 나 자신한테만 집중하고 싶은데
    특히 가부장적인 한국결혼문화는 그게 안되니깐
    이미 약속은 잡혀있으니 일단 만나기는 해야겠네요
    이후 이야기는 상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거절하는 방법은 대화해보니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많은것 같다 죄송하지만 인연이 아닌것 같다,,
    만약 진짜 놓치기 아까운 분이 나온다면 결혼 절대 서두르지말고 일단 만나보세요 연애를 해보세요

  • 13. 걱정 뚝!
    '12.8.9 5:26 PM (112.152.xxx.171)

    원글님, 무슨 걱정이세요?

    세상에는 결혼 말고 연애라는 게 있어요.
    결혼을 위한 선이 아니라 연애를 위한 소개팅을 나간다고 생각하세요.
    연애도 못 해 보셨다면서요. 새로이 해 볼 일에 왜 연애는 안 들어가나요?
    만약 직장 때려치우고 제주도 가서 살다 와야겠다 했을 때, 연애하면 못 가나요 뭐???

    원글님 지금 걱정은 정말 말도 안 되는 걱정이에요.
    남자가 다음 달에 결혼하자고 프로포즈했을 때에나 '아직 나는 더 해 보고 싶은 게 있다'고 하는 거죠.
    즉, 지금 하는 걱정은! 프로포즈 받은 사람이 하는 걱정인 거죠.
    헤어져야 하나, 기다려 달라고 해야 하나, 난 아직 결혼으로 다시 묶이기는 싫은데 어쩌고 저쩌고.

    받지도 않은 프로포즈에 대한 걱정 같은 건 접어 두시고 ㅎㅎ
    (비꼬는 게 아니라, 그런 종류의 걱정이니 두 번 생각도 말고 날려 버리시라는 것이에요!)
    가벼운 마음으로 최대한 예쁘게 하고 나가서 즐거운 만남 가지세요.
    참, 하드 렌즈는 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소개팅 할 땐 끼지 마세요.
    정말 적응 잘 하는 사람도 가끔 있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눈 금방 충혈되고 너무 괴롭습니다. ㅎㅎ

  • 14. 음하하하
    '12.8.9 7:19 PM (211.172.xxx.134)

    그럴땐 그냥 그 상황을 하나의 업무라 생각하고...처리해버리면 어떨까요...

    대신 내 업무처리 결과에 대해선 아무도 말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이 업무를 어떻게 하면 무난하게 잘 처리할까...그런 관점에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 15. 원글이
    '12.8.10 10:02 AM (211.217.xxx.253)

    많은 분들이 진짜 친언니처럼 조언해주셔서 감사해요. ㅎㅎ

    아직 생기지도 않는 일때문에 걱정한것도 사실이지만.
    아무래도 상황이나, 소개해주시는 분 때문에 억지로 끌려가다보니
    제 상황과 맞물려 너무 괴로웠나봐요.
    소개해주실때부터 "집은 사줄꺼다" "부모님은 이런분이다" "제사는 다 없앴다" "사업하는 사람이라 좀 감싸주고 그래야한다" 이러니깐 뭔가 갑자기 결혼이라는게 확 덮쳐오는거 같아서 더 그랬나봐요.

    일단 내일 만나보고 더 결정해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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