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좀 어려운 유년시절을 보내고,
대학들어와서- 졸업해서 회사다니면서
많은 식구들에
연세 많으신 부모님....그리고 알콜중독자 가족...
참 힘들었어요.
요즘은 그래도 많이 안정이 되었지만
대학생활도 제대로 못 즐겼고
회사도 대충 빨리 들어갈수 있는 곳에 갔어요.
성실한 편이라 한 회사에서 오래 있었고 인정도 받았지만
한번도 제 자리라 생각해본적이 없었던거 같아요.
위에 형제들이 있었지만 다들 결혼해서 나갔고..
나이터울이 커서
제가 성인이 되니, 이제 연로하신 부모님 사회생활 못하시고
어쩐지 제가 얹혀살지만 제가 모시는거 같아요.
저도, 부모님도 많이 느껴요.
금전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심적으로, 시간적으로 저한테 많이 의지하신다는걸요.
.....저는 이게 다 제 인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번도 내 생활, 내 시간을 제대로 살아본적이 없다.뭐 이런거요.
환경이 그래도
결국 제 선택이니깐 후회하진 않는데..
지금도 꿈꾸는건 제주도에서 1년만 혼자 사는거에요.
크게 바라지도 않고 딱 1년..
나만 위해서 시간을 보내고, 나만 위해서 계획을 세우고, 나만 위해서 공부도 해보고..
제주도라는 장소도...생각보니 제주도를 좋아하긴하지만
무엇보다 무의식중에 가족이 있는 서울과 가장 먼 곳으로 가고 싶었던거 같아요.
하지만 나이도 많고(30대초중반)
1년의 기간이 쉽게 얻을수 있는게 아니기때문에 미적대기도 했어요.
대신 조금씩 나를 위해서 뭔가 하자며...한가지씩 시작하고 있었어요.
아..영어공부를 좀 해봐야지. 외국여행도 자유롭게 가보고 싶다
아..하드렌즈를 껴봐야지. 나도 좀 예쁘게 꾸미면서 나를 위해서...
아..플룻도 배워볼까. 난 어릴때 피아노며 태권도며 하나도, 아마것도 못해봤으니깐..
.....아...네일케어도 받아볼까? 손..참 안 예쁘네...
......아...맨날 `2만원, 3만원하는 가방 말고..한개쯤은, 크게 비싼거 말고...그래도 좋은 가방 하나쯤 살까...
정말 크게 바라지도 않았고.
정말 소박하게 한개씩, 한개씩....나만을 위한다는걸 시작하려는 참이었어요.
얼마전에 거래처 사장님이 갑자기 연락을 하셨어요.
제 집 근처로 갈테니 저녁먹자구요.
알고는 있었던게 절 좋게 봐주시고 쭉 2년정도 전부터 사장님 조카와 절 연결해주고 싶어한다는걸
느낌으로, 풍문으로 알고는 있었는데
한번도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들은바가 없고
저도 크게 신경쓰지 않아서 아무 생각이 없었던거 같아요.
갑자기 저녁을 먹게 되고
한참 이야기를 하면서 저에게 조카님 이야기를 하시더라구요.
저도 나름대로 아직은..아직은...했는데;
어려운 분인데다, 나이 드신 분의 부탁을 거절하는게 쉬운게 아니더라구요.
게다가 제 나이도 있고 하다보니, 거절하는게 좀 이상하다고 해야할까요? (아직 정신못차렸구나 뭐 이런거?ㅎㅎ)
그렇다고 제 사연이나
제 생각이나, 이런걸 구구절절히 말할수도 없고..
난감한 상황에서
저도 우유부단했죠. 여튼...사장님 밀어부치는 통에..
이번주에 선을 보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속도 안좋고 머리도 복잡하고 그러네요.
이론으로야
그냥 마음에 안든다 죄송하다 하고 거절하면 그뿐인데
또 그분이 절 마음에 들어한다는 보장도 없이 김칫국부터 마시는거긴하는데
전 사실 연애도 한번도 못해본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저도 처음에는 이런 복잡한 마음이..
변화를 두려워하고, 한번도 남자를 만나본 적이 없으니깐 그런건가..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데 생각하면 할수록
아직은. 이란 단어만 생각나는거에요.
아직은 난 내 인생을, 나만을 위한 인생을 살아본적이 없는데
남자를 만나서
이젠 내 가족말고 또 다른 가족으로 교체되서 난 그렇게 또 사는건가...하구요.
거절을 애초에 했어야 하는데
저녁먹으면서 차라리 마음에 두는 남자가 있다..거짓말이라도 할걸하는 후회도 들어요.
사장님한테도 그렇고.
아무런 잘못없는 그 조카분께도 그렇고...아직 보지도 않았는데 이쪽에는 거절을 어찌할까 생각부터 들구요.
또 아무것도 가진것 없고, 학벌도 별거 없는 30대 초중반 노처녀가
무슨 배짱으로, 나쁜 조건도 아닌 사람 거절부터 하고 들어가나..하는 현실적인 걱정도 있어요.
이제 내가 뭘 시작하겠다고, 제2의 인생이라고 몰두할만한 열정이, 목표가 있나 하구요.
........머리가 너무 복잡하네요.
갑자기 약간 억울하기만 했고, 약간 속상하기만 했던 내 인생이
이대로 아무런 시작도 못하고 다시 동굴속으로 들어가나? 하는 두려움? 뭔가 급해지고 있어요.제가...
일단. 물론 그런건 없겠지만
너무 심정상하지 않게 거절하는 방법이 - 그런 말이 뭐가 있을까요?
그 사람이 싫어서가 아니라 내 문제인건데
이걸 어찌 설명해야할지..
그냥 평범하고 아무 상관없이 아무일도 없었던듯 지나갈수 없을까요?ㅠㅠㅠㅠ(그 분이 거절해주면 참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