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시댁...82 기준으로 보면 진상입니다.
입에 풀칠 정도만 하고 사는 집에 자식들 줄줄이 낳아 사교육은 커녕 전과도 물려받아 보면서 학교만 보냈구요.
어머님은 전업 주부로 세상 물정도 모르시고 공부 얘기는 안하셔도 착하게 살라는 말 입에 달고 사시는 분.
당연히 노후준비 전혀 안돼있어서 지금은 자식들이 주는 돈으로 생활하십니다.
몸도 안좋으셔서 일년에 한두번 입원하시면 몫돈 깨지구요.
그런데 언제나 하시는 말씀은 돈이 다가 아니다. 건강 챙기고 남들 도와주고 살아라 이런 도덕책에 나올 말씀만 하십니다.
수중에 돈 생기면 더 어려운 친척들 도와주시는 분이라 자식들 입장에선 갑갑하죠.
반면 친정은 아빠가 사업을 하시고 엄마도 거기 매달리느라 일주일 넘게 얼굴 못보는 것도 허다했고
학군 때문에 아예 엄마 아빠와 집이 분리돼서 할머니랑 일해주는 이모님 두고 몇년씩 살기도 했구요...
학원 다니고 싶은 대고 다 다녔지만 늘 어린 시절 심심하고 쓸쓸했죠.
그러다 고등학교 때부터 엄마가 집에 계셔서 갑자기 학교생활이며 공부며 엄청 관리하셨습니다.
전형적인 애들 어릴 때 돈 모아 돈 필요한 시기에 팍팍 밀어주신 케이스.
친정은 지금은 경제적으로 부유하시고 경제적으로도 도움을 많이 주려고 하세요.
친정 엄마랑 통화하면 세상 돌아가는 것도 잘 아시고 사교범위도 넓어서 언제나 화제 거리도 다이나믹하고 좋아요.
그런데 가끔씩 뒷끝이 찜찜합니다. 특히 제 마음이 복잡할 때는 더 그래요.
친정 부모님은 솔직히 좀 돈돈 하시는 스타일이고 친구분 아들 며느리 사위들 출신학교, 직급, 연봉도 거의 줄줄이 꿰고 있는 분. 기억력도 엄청 좋아서 제가 지나가는 말로 흘린 통장 잔액도 기억하실 정도-_-;;;
저희도 자력으로 집장만도 하고 왠만큼 살만한데 언제나 걱정이 한보따리세요.
아마 저희 부부가 저희 분야에서 탑을 달리거나 강남에 빌딩이라도 하나 사야 두분 기대에 부응할건가 싶구요...
잘했다...장하다 이런 소리 듣기가 참 어려워요.
딱히 친구분 자제랑 비교는 안하시지만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불만족감...그런게 있잖아요.
저희 자산이나 연봉 승진에 대해 언제나 궁금해하시고 재테크에 대해서도 간섭하고 싶어하고 또 도와주고 싶어도 하십니다. 일단 둘러서 얘기하고 도움도 안받으려고 하고 있어요.
반면 시어머님은 전화하면 항상 돈 얘기 보다는 건강하냐...마음은 편안하냐....
바쁜데 일일이 밥상 차려줄 생각말고 사먹어가며 살아라...그런 얘기 많이 하시고
너무 돈돈 하면서 몸고생 마음고생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한테 인심잃고 모진짓 하면 안된다.
아랫사람한테 잘하고 착하게 살면 돈은 따라온다.
어려운 시절도 아이들 키우며 고생고생했지만 지나고 보니 그게 행복이더라...이런 얘기 하십니다.
반면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실건 전혀 없고 가끔 방문하면 밥 사먹으라고 10만원도 주시고 5만원도 주세요.
본인 냉장고는 김치밖에 없으시면서요...
가끔 남편과 얘기하다보면 학창 시절 저는 상상도 못했을만큼 열악한 상황에서 살았더라구요.
그런데 저희 남편은 저보다 내면적으로 아주 성숙한 사람이고 저는 조금 불안정하다고 느낍니다.
신혼초 싸우면 제가 다다다 퍼붓다가 혼자 혈압 올라 공할장애 비슷한 것도 겪고 했는데
남편은 언제나 느긋하고 끈기 있고 인내심 있고 남에게 화를 내거나 신경질적으로 구는 법이 없더라구요.
가난했지만 마음은 여유있게 자라서 그런건가....
저는 풍족하게 자랐지만 언제나 해결 안돼는 갈증 같은게 있었구요...그래서 욕심도 더 많고 그거 땜에 지레 더 지치고 그런 스타일.
남편은 물욕은 그닥 없는 편이지만 뭔가에 한번 꽂히면 근성있게 몰두하는 편이라 생각지도 않은 큰 성과를 볼 때도 있고 그렇습니다.
신혼 초 월세 전세로 전전할 때는 정말 시어머님 말씀이 듣기 좋은 풍월로 들리고
그 상황에서도 따박따박 나가는 용돈이며 생활비가 아깝고 그분이 야속할 때도 있었고
없는 시댁이라 무시하는 마음도 없었던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결혼 10년 아둥바둥 아끼면서 살아도 보고 재테크 하겠다고 이거저거 손대서 성공도 실패도 겪어보니
돈돈하지 말고 마음 편하게 살았어도 크게 대세지장은 없었을 거라는 생각도 들구요.
시어머님 말씀이 이제서야 마음에 닿네요.
가끔 머리 복잡하고 이건지 저건지 헛갈리는 일 생기면 어머님이랑 통화를 합니다.
그러면 마음이 좀 차분해지면서 그래 흔들리지 말고 중심 지키면서 살아야지 싶어요. 힐링이 된다고나 할까...
돈 넉넉한 부모도 좋지만(저도 자수성가하신 친정 부모님이 자랑스럽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도 돈돈 하면서 다른 가치는 구석에 쳐박고 각박하게 사시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아이들은 부모님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자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