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자랑 아니니 순수?하게 받아들여 주시기를 바라며 써봅니다.
익명인데 자랑해봐야 또 뭐하겠어요?
저는 초등 둘이 있는 주부고요, 프리랜서로 일 하다가 지금은 짤리기도 했고, 공부를 더 하려고
나름 빡쎈 공부하고 있구요.
이 더운 여름에 많은 분들이 불을 못쓰네, 외식을 하네, 시켜 먹네...들 하시는데
저는 미친듯이 밥을 해요.
일단.. 저희 집은 자랑한다고 욕? 많이 드셨던 그 분 댁처럼 산 앞에 있어서 시원한 편이예요.
맞바람 치는 거실에서 낮잠 자면 한 낮에도 가벼운 모포 덥고 자야할 정도로요.
에어컨 없이 선풍기 두대로 너끈해요.
그리고 제가 살집이 있는 몸인데 의외로 더위를 덜 타구요.
애들이 방학을 했으니 세끼 새로 한 밥은 기본이고, 점심은 애들이 밥 지겹대서 볶음우동, 스파게티..
등등 국수 종류로 해주고요.
7시반쯤 출근하는 남편 시간에 맞춰 아침을 해요. 거의 항상 국 새로 끓이고, 반찬 1-2가지 새로 하고,
무엇보다 아침마다 콩물 만들고, 과일 놓고(은근 시간걸림), 누른밥도 항상 합니다. 요즘은 얼음 넣고 시원하게.
그러고나면 공부좀 하다가 12시부터 준비해서 1시쯤 애들이랑 점심먹고, 공부좀 하다가 저녁에는 또 한 상 차려요.
제철 나물, 닭볶음탕, 고기볶음 .....
비빔밥을 해도 예를들면 고사리도 직접 삶고, 닭볶음탕을 해도 황기, 대추 등등 넣고 푹 고은 국물에 하고.
중간중간 팥도 삶아 팥빙수도 만들고, 빵도 굽고, 마요네즈도 만들고....
거의 대부분을 제가 다 만들어요. 월남쌈을 해도 소스를 꼭 제가 만듭니다.
안그래도 덥다고 찬음료를 달고 살아 국은 냉국보다 뜨거운 국을 끓여요.
찬음료는 당연히 제가 만든 매실액, 복분자 등등 이지요.
남편이 이런걸 바래서 하는 것도 아니예요. 물론 맛있게 먹기는 하지만 항상 저보고 연구대상이래요.
그렇게 열심히 한다고요.
남편이나 아이들은 피자, 치킨, 라면, 짜장면 등 불량식품 진짜 좋아해서 매일 사먹자고 졸라요.
이번 주말에도 금요일 저녁부터 계속 집에서 먹으니 남편과 아이들이 일요일 점심에는 폭발해서 저녁은
무조건 나가서 먹는거라고 시위를 해서 할 수 없이 나가서 먹었어요.
남편은 저녁 먹으며 계속 좋지? 얼마나 좋아, 이렇게 손 하나 까딱 안하고 맛있는거 먹으니까 당신도
사실은 좋지? 이러며 여름만이라도 자주 사먹자고 하는데...
물론 저도 좋기는 한데 아주 좋지는 않고, 여기 82에서 본 것들이 생각이 나요.
이 야채는 제대로 씻었을까? 이 음식은 진짜 조미료 맛이 강하구나, 재활용이겠지? .....
남편은 저보고 82를 끊으라며 다 잊고 즐겁게 먹으라는데, 저는 저 보다도 가족들이 그런걸 먹는게 싫은거예요.
저는 사실 혼자 산다면 아무리 드럽고, 몸에 나빠도 자주 사먹었을 거예요 ㅎㅎ
제 친구들이 저같이 게으른 애가 이렇게 밥 열심히 하며 살지 몰랐대요.
프리랜서였지만 10년 가까이 했던 일도 짤리고, 직업적인 미래도 불안한데 저는 음식을 해서 가족들에게
먹이면 온갖 시름이 사라져요.
남편은 온갖 먹을 것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요리보다는 제가 공부를 많이 했으니 이대로 주저앉지 말고 자아발전을
하라지만 저는 매일 힘들게 스트레스 받아가며 일하는 남편, 성장기의 아이들을 생각하면 제 자아실현 보다는
가족의 건강을 먼저 생각하게 되요. 남편이 비활동성 만성 간염도 있거든요.
즉, 제가 더 노력해서 제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이런 음식하는 활동 보다는 제 일을 더 해야하는데
그러다 남편 간염이 나빠지면 어쩌나? 아이들 키 안 크고, 약해지면 어쩌나? 이런 걱정이 앞서는 거죠.
남편과 아이들, 가까운 친구들이 저보고 하도 별종이라고 해서 한번 여쭤봅니다.
82에는 저같은 주부님들 많으시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