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트렁크 하나의 살림으로도 충분히 살아지더군요.

이고지고 조회수 : 3,738
작성일 : 2012-08-04 06:02:32
아래 자발적 가난 관련글 읽고 댓글로 달다가 너무 길어져 새로 글 올립니다.

예전에 일때문에 한 일 년 정도 기본적인 짐만 가지고 지방 가서 산 적이 있었어요.
세 식구 살림을 승용차 트렁크에 들어갈 정도 분량으로 맞춰 가지고 갔지요.

가서 초소형 냉장고, 2구짜리 가스레인지, 초미니세탁기 이렇게 사서 쓰다 팔고 왔습니다.

그런데요...
전혀 부족함없이 잘 먹고 잘 지냈습니다.

밥 해 먹을 때 살짝살짝 아쉬울 때 있었지만, 그래도 매식 거의 안 했고요.
학교 다니는 아이도 있었지만, 그 살림으로 잘 지냈었네요.

일년이면 짧다면 짧은 기간이긴 해도 우리나라 기후 특성상 사계절 옷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짐의 대부분이 옷이었어요.

진공청소기 없으면, 청소 못 하는 줄 알고 살던 사람인데...
물걸레 밀대 하나로 밀어내면서 청소하니 집이 더 깨끗하게 유지되더군요.

그리 먼 거리가 아니라서 처음엔 중간중간 필요한 짐 가지러 오지뭐...이런 생각으로 그것만 가지고 내려갔는데...
그 사이 다른 일때문에 서울집에 들렀지, 짐때문에 온 적은 없었습니다.

소형 아파트에 짐이 없으니, 조그맣게 얘기해도 에코가...ㅎㅎ
그래서 저희 아이가 그 집을 메아리 아파트라고 불렀었어요. ㅎㅎ

그 때 얻은 교훈과 아래에 쓸 들은 교훈 하나가 아마도 제 평생의 나침반이 될 듯 싶어요.

어느 노부부께서 가세가 기울어 아들네 합가하러 오셨는데...
이층집에서 아주 제대로 갖춰 살던 분들이 세간살이 싹 다 정리하고 각각 가방 하나씩 가방 두 개 딱 들고 오셨다더군요.

이렇게 가방 하나면 될 것을 평생 너무 많이 이고지고 살았다...그러시더랍니다.

일면 서글픈 이야기이긴 하지만, 맞는 말씀 같았어요.

물론, 그 이후로도 짐 안 늘린다 안 늘린다 하면서도 물건을 보면 욕구가 생기지요.
그래도 한 번씩 그 때를 떠올리면 물욕이 저절로 사라집니다.^^
IP : 58.76.xxx.21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물욕...
    '12.8.4 7:45 AM (211.109.xxx.244) - 삭제된댓글

    부러운 글이예요.
    집도 없이 네식구 살면서 하도 짐이 많아 짐 늘이지 말자 늘이지 말자 하면서도
    계속 사들이게 되거든요.
    어쩌다 사용하는 것을 위해 돈 지출하고
    쌓아 둘 것들을 위해 지출하는게 참 많네요. 제 생활을 또 다시 생각하게 하는 글이군요.

  • 2. 부끄럽네요.
    '12.8.4 8:32 AM (139.168.xxx.215)

    이고 지고.......

    그런 사람이 접니다.
    차고에 꽉 차있는 박스들.

    한국에서 이 나라로 오면서 줄인 짐들이
    몇년 사이에 또 불어났어요.
    한국에서 가져온 짐들은 '사연(?)'이 있어서
    못 버리고

    한나라에서만 산 것도 아니고 몇나라를 몇년 간격으로
    돌아 다녔는데도
    이렇게 짐이 많으니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 3. 공감
    '12.8.4 8:55 AM (121.88.xxx.153)

    예전에 캠핑갈땐 대 소 배낭 2개면 며칠 잘지내다 올 수있었는데 요즘은 집을 통째로 옮기는 수준이더군요.
    편하려 사들인 물건때문에 불편해지는 세상이됐어요.

  • 4. 공감
    '12.8.4 10:58 AM (218.159.xxx.194)

    저의 로망이 절간같은 집입니다.
    지금은 남편 땜에 불가능하긴 하지만요.
    버린다고 맨날 싸우지요. 거기다 물건 사놓는 건 어찌나 좋아하는지 원.
    인화가 더 중요하니 그냥 냅두기로 했어요.

  • 5. 좋은
    '14.1.27 1:13 AM (121.169.xxx.156)

    좋은 글이네요
    정리에 관한글 찾아보다 읽게되었습니다.
    짧지만 많이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36888 시상식 국가 연주때... 1 시상식 2012/08/05 1,413
136887 요즘 회 먹어도 되나요? 4 서해바다 2012/08/05 2,579
136886 냉동실에 넣었다가 해동시켜 먹는밥 7 밥밥밥 2012/08/05 2,320
136885 호박볶음 할 때요... 5 닉네임 2012/08/05 2,067
136884 산부인과 의사 사건이요 1 23 신기해요 2012/08/05 18,755
136883 효민이 생일날 받은 엄청난 선물 36 멘붕이네 2012/08/05 20,256
136882 갑자기 생각이안나서요, 서울시교육청 인터넷이름뭐죠? 2 ㅎㅂ 2012/08/05 1,319
136881 외국여자들은 쑨양같은 스탈 좋아하나봐요 10 두듀 2012/08/05 3,588
136880 사사키노조미라고 일본모델 아세요? 성형여부좀 판단해주세요~ 2 00 2012/08/05 3,130
136879 울산북구 목사님 말씀 좋으신 교회있나요? 1 2012/08/05 1,068
136878 축구경기 어제 2012/08/05 891
136877 갑자기 허리가 아파 움직이질못해요 7 남편이 2012/08/05 10,527
136876 “박정희 집무실 금고, 박근혜에게 털렸다” 3 악재속출 2012/08/05 2,214
136875 넝쿨당 안보다가 보기 시작했는데요.목소리 2 드라마 2012/08/05 2,201
136874 인터넷에서 구구단송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는곳 없을까요? 구구단송 2012/08/05 3,386
136873 눈높이 한자수업 받으시는 분들께 질문.. 단추 2012/08/05 1,662
136872 올해 더워도 작년보단 낫지 않나요? 44 더워 2012/08/05 8,156
136871 여름에 해수욕장 옆에 산다는것 4 기체 2012/08/05 2,714
136870 “강에 가면 강이 고맙다고 말하는 것 같아”-차윤정 4대강사업 .. 5 달쪼이 2012/08/05 1,882
136869 세면대도 뚫어뻥으로 될까요?? 9 .... 2012/08/05 6,716
136868 살수도 안살수도 없네요,,,,, 24 어찌해야하나.. 2012/08/05 16,409
136867 무엇일까요? 5 영화 제목 2012/08/05 1,153
136866 찾았습니다. 그림... 2012/08/05 973
136865 더위를 극복하는 하나의 방법 12 가로수 2012/08/05 4,254
136864 지금 한 50대 후반 60대 초반이신 분들, 감정 기복이 심하신.. 14 육춘기?? .. 2012/08/05 6,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