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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노무현을 사랑했던 ‘의리’의 남자 강금원

눈물만이. 조회수 : 3,079
작성일 : 2012-08-04 04:22:52


‘바보’ 노무현을 사랑했던 ‘의리’의 남자 강금원


- 두 '바보'의 눈물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2009년 4월. 두 남자에게는 생애 가장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치욕적인 검찰 수사와 함께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었다. 오랜 벗이자 동지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은 검찰의 타겟이 돼, 지병을 안은 채 영어의 몸이 돼 있었다.

강금원 회장으로부터 전갈이 왔다. 자신이 검찰청에 조사받으러 나오는 날 면회를 한 번 와 달라는 것이었다. 4월 중순 경이었다.

강 회장 면회를 간다고 노 전 대통령에게 말씀드렸다. 따로 전하실 말씀이 있는지를 여쭸다. 한 동안 말씀이 없었다. 무슨 말을 할 듯 말 듯 하시더니 “건강 잘 챙기라고, 건강 잘 챙겨야 한다고 전해주게”라고만 하셨다. 우리들에게는 “강 회장이 나 때문에 저 고생을 하는데, 면목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검찰청 특별면회실에서 만난 강 회장은 오랜 수사로 지쳐있었을 텐데도 표정이 밝았다. “나 곧 나가니까 아무 걱정 말라”며 호기가 여전했다. 검사와 검찰 수사관들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정치검찰, 아주 나쁜 놈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기세도 여전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얘기나 나오자 금세 표정이 바뀌었다. 노 전 대통령 수사 상황을 짧게 전하고, 노 전 대통령의 안부를 전했다. “대통령님은 괜찮습니다. 대신 대통령님께서 회장님 건강을 많이 걱정하세요. 건강 잘 챙기라고 하셨습니다.”

강 회장은 그 대목에서 눈물을 참지 못하며 말했다. “나는 괜찮아요. 대통령님도 건강 잘 챙기시라고 전해줘요. 옆에서 보필들 잘 해줘요. 다 잘 될 거예요.” 그의 얼굴엔 노무현을 향한 그리움이 그득 배어 있었다.

짧은 만남이 끝나고, 강 회장이 아내를 통해 준비해 두었던 종이 쇼핑백을 내게 건넸다. “양비(양 비서관), 그거 대통령님과 여사님께 좀 전해줘요.” 노 전 대통령 내외분에게 전달해 달라는 점퍼 두 벌이 들어있었다.

다음 말이 내 가슴을 후벼 팠다. “아무리 어려우실 때라도 깔끔하게 입으셔야지. 계절도 바뀌는데. 진작 드렸어야 했는데, 내가 여기 있으니 이제야 이렇게 전하네요.” 구속돼 갇혀 있는 사람이 밖에 있는 사람 계절 옷을 준비하다니. 그는 그 와중에도 노 전 대통령 내외분을 그리 끔찍하게 챙기고 있었던 것이다.

봉하마을로 다시 돌아와 노 전 대통령과 마주 앉았다.

“저, 다녀왔습니다.”
“고생했네. 강 회장은 어떻던가?”
“건강해 보였습니다. 걱정 마시라고 합니다. 씩씩하고 여유도 있고 괜찮습니다. 큰 걱정 마십시오. 자기는 괜찮다면서 대통령님 걱정만 하네요. 그리고 이거, 강 회장님이 전해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옷을 꺼내 보여드렸다. “계절도 바뀌는데, 힘드시겠지만 새 옷 잘 입으시고 힘내시라고….”나는 그 때 노 대통령의 표정과 손길을 잊을 수 없다. 점퍼는 그냥 점퍼이거늘, 마치 강 회장을 대하듯 이리 더듬어보고 저리 쓰다듬는 것이었다. 숨기려 했지만 눈가에 촉촉히 고인 물기를 숨길 순 없었다.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옆에 있던 참모들도 속으로 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노 대통령의 한 마디가 또 한 번 가슴을 후벼 팠다. “그 사람, 나를 원망하지는 않던가?” 뻔히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얼마나 자책이 컸으면 그리 물었을까 싶어 마음이 짠했다

노 전 대통령은 서거 전까지 강 회장을 걱정하고, 그에게 미안해했다. 당신 때문에 그가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안해 했고, 그런 그가 아무 원망도 없이 오히려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는 사실에 더 미안해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유서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고 썼다. 그 신세와 고통의 상징이 아마도 강 회장일 것이다.

당시 강 회장 몸엔 이미 암이 번지고 있을 때였다. 그러나 병보석 신청은 기각됐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고 나서야 그는 다시 노무현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하고 오열했다.

조문을 마친 강 회장에게, 딱 한 달 전 옷 얘기를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이 그 옷을 어찌 받아들였는지를 설명했다. 그는 다시 한 번 통곡을 했다. 노 대통령이 아니었으면 구속될 일도 없었을 것이고, 구속되지 않았으면 암을 키우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고난을 한 번도 원망하지 않았다.

생전에 강 회장은 ‘의리’라는 말을 참 좋아했다. 노 전 대통령이 정치인생 내내 호남인들에 대한 의리를 지켰기 때문에, 호남 출신인 자신도 노 전 대통령에게 의리를 지켜야 한다고 여겼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하고 고통 받을 때, 자신이 더욱 의리를 지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한 번은 강 회장에게 물었다.

“회장님, 대통령님이 원망스럽지 않으세요?”
“미쳤어요? 사람이 의리가 있어야지. 우리 둘 다 좋아서 그런 거예요.”

사람들은 노무현을 ‘바보’라고 불렀다. 그 바보 주변에 많은 바보들이 있었다. 강 회장은 그 중에서도 가장 바보 노무현을 사랑했던 사람이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붓고서도, 그걸 아까워하기는커녕 오히려 노 전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것을 운명하기 전까지 자책했다.

노무현이 얼마나 그리웠으면 가는 길까지 그리 서둘렀는지. 두 바보가 서로에게 흘린 회한의 눈물이,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반가움의 눈물로 바뀌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양정철 /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출처 : http://www.knowhow.or.kr/space/rmhworld/bbs/view.php?pri_no=999510165&tn=t3&w...

 

IP : 86.147.xxx.214
2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8.4 6:39 AM (121.142.xxx.228)

    어쩜 이런 분들이 계셨을까.. 다시 한번 눈물이 나네요. ㅠㅠ

  • 2. 카일라스
    '12.8.4 6:46 AM (88.76.xxx.37) - 삭제된댓글

    두분의 우정이 영남인과 호남인의 우정으로 이어지기를.

  • 3. ..
    '12.8.4 6:46 AM (221.150.xxx.204)

    ㅜㅜ 사랑이 고맙기도..상황에 따라 얼마나 큰 맘에 짐이 될 수 있는지도 알거 같아요.
    두분 다 편안 하시겠지요..

  • 4. ..
    '12.8.4 8:06 AM (58.231.xxx.188)

    이 분도 정말 바보였군요... 명복을 빕니다.

  • 5. 빗소리
    '12.8.4 8:16 AM (115.137.xxx.194)

    폭풍 눈물. 정말 안타깝고 슬픕니다. 아...신은 정말 계신지...

  • 6. 의리좋아하네
    '12.8.4 8:39 AM (125.177.xxx.59)

    노빠는 답이 없어요, 못말려요, 니들끼리 딴나라에가서 함께 살기를, 선상님하면서

  • 7. ..
    '12.8.4 8:43 AM (115.136.xxx.195)

    125.177//

    넌 먼저 사람이 되어야 겠다.
    수구꼴통친일파야

  • 8. 그리운 나의 대통령님
    '12.8.4 9:13 AM (211.246.xxx.144)

    아침부터 또다시 눈물이 나네요...
    강금원 회장님 그곳에서 행복하시기를 빕니다..

  • 9. 정말
    '12.8.4 9:15 AM (211.194.xxx.99)

    아름다운 분이네요. 이 흙탕물 넘치는 세상에서 말이죠.

  • 10. 슬퍼요
    '12.8.4 9:23 AM (59.7.xxx.55)

    눈물, 콧물 범벅됐네요. 부디 좋은 세상에서 행복하시기를...

  • 11. ...
    '12.8.4 9:31 AM (59.15.xxx.61)

    아침부터 눈물이...
    정말 그리운 노대통령님...
    두 분의 명복을 빌어요.

  • 12. bluebell
    '12.8.4 9:35 AM (218.236.xxx.115)

    책에서나 접할 사람들인듯..노무현 대통령 주변 사람들은 아름다운 아람들이 많네요.
    이 글을 읽다보니 서로의 애틋한 마음에 눈물이 나고...그렇게도 재벌이나 비리인사들 지병 핑계로 풀어주던 검찰이 암환자의 병보석도 허가하지 않았다는 거에 너무 화가 납니다.

  • 13. bluebell
    '12.8.4 9:40 AM (218.236.xxx.115)

    아람---->사람

  • 14. 그래..125.177.xxx.59님
    '12.8.4 10:04 AM (221.139.xxx.8)

    사람은 태어나서 가족을 제외한 누군가와 인간적인 교류를 가지며 살다 죽음을 맞이하는데 당신은 그 누군가에게 저런사람이 되지는 못할것같고 그렇다고 그 누군가가 저런 사람처럼 당신옆에 있지는 않을것같군요.
    유유상종이라잖아요.
    부디 당신죽거들랑 진심으로 당신죽음을 슬퍼하는 사람이 많도록 살아보세요

  • 15. 노통을
    '12.8.4 10:30 AM (121.130.xxx.228)

    일찌감치 알아보시고 그의 곁에서 너무나 반짝이던 좋은분이 함께 그렇게 하셨는데..
    강금원 회장님..마음이 별보다 더 반짝이고 이토록 좋으신 분이라는걸 또한번 깨닫습니다..

    하늘은 좋으신분들만 이렇게 빨리 데려가네요..
    너무 더러운곳에 오래 놔두시지 않구요 ㅠㅠ

    노짱님 생각하면 절로 흐르는 눈물 강금원 회장님이란 이름만 떠올려도 또 같이 눈물납니다..
    두분이 겪으신 고통..우리가 어떻게 다 헤아릴까요..
    정말 눈물만 흐릅니다..ㅠㅠ 좋으신분들 이젠 함께 만나셨겠지요..부디 노통님과 다시 만나신
    강금원 회장님 이젠 두분 모두 편안하시길 바랍니다..

    얼굴이나 눈매도 얼마나 선하던지..잊을수가 없습니다..

  • 16. 엉엉
    '12.8.4 10:33 AM (211.41.xxx.106)

    두 '바보'가 사람 울리네요.
    정말......

  • 17. 자동차
    '12.8.4 11:02 AM (211.253.xxx.87)

    두분 생각만 하면 눈물이 흐릅니다.
    명복을 빕니다.

  • 18. 에이
    '12.8.4 11:25 AM (125.180.xxx.204)

    눈물이....

    추적자가 생각나네요
    강동윤 당신 옆에도 사람이 있지
    내 옆에도 사람이 있지만 너랑은 다르다. 했던 대사요.

    쥐새끼한테도 딱 통하는 얘기지요.
    권력이라는게 손에서 떠나면 그꼴이 어찌 될까요.
    그런 날이 빨리 오길....두 손 모아 바래봅니다

  • 19. ....
    '12.8.4 11:46 AM (121.167.xxx.114)

    싸이코패스의 기본 자질이 공감능력 전무....
    쥐박이나 그 추종자들이나 늘 보여주는 것은 공감능력 전혀 없음, 소통 의사 전혀 없음.

  • 20. ..
    '12.8.4 11:47 AM (183.98.xxx.77)

    목이 너무 메이고 아프네요. 어찌 이런 분들이 계셨을까 눈물만 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21. phua
    '12.8.4 12:11 PM (1.241.xxx.82)

    82에 들어 오기 전에 다음 메인에 떠 있는 강금원님 장례식 사진에
    권여사님이 강회장님 사모님을 껴안고 우시는 사진을 보고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엉엉,,,,
    이 잡넘의 시키들 !!!!!!!!!!!!!
    뭐 좀 어떻게 하고 싶은데
    별 힘이 없다는 것에 더 눈물이 나옵니다...

    안녕히 가세요.. 강금원 회장님 !

  • 22. 슬퍼
    '12.8.4 12:17 PM (220.117.xxx.148)

    저 치료끝날때쯤 서울대 암병원에서 회장님을 봤어요.항암치료때문인 얼굴색은 어두웠지만 눈빛은 참 밝고 반짝거렸어요. 눈빛을 보면서 달려가서 손을 잡아드릭 싶었어요.저처럼 건강해지실 줄 알았는데...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23. 마이쭌
    '12.8.4 1:04 PM (113.10.xxx.116)

    ㅠㅠ......
    올림픽이고 뭐고, 정말이지 너무너무 화가나고
    에휴..... 눈물만 눈물만 하염없이 흐르네요...

    그리워서 너무도 그리워서 보고 싶으셔서 그리 서둘러 가셨나보네요 ㅠㅠ.....
    부디 그곳에선 두분 행복 하셔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24. 저도
    '12.8.4 1:07 PM (222.233.xxx.219)

    어쩌다 티비화면에 비친 그분의 눈빛을 잊을수가 없어요.지금은 그마저도 티비서 사라졌지만...
    까맣고 맑고 강한 그 눈빛을...
    도둑놈들 현정권의 똘마니들은 한자리 차지하고 이러저리 요직만 두루 거치며
    그놈이 그놈 회전문인사로 참 뻔뻔하게 참 잘도 설치는데 이가 악물어 집니다.
    죽일놈들...저 인간들 감옥가고 쫄딱 망하는거 보는게 소원이 되었네요. 참 슬픕니다.
    천국가서 두분이서 만나 회포를 푸시길...

  • 25. ,.
    '12.8.4 3:40 PM (116.123.xxx.140)

    에휴 두분다 불쌍하시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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