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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길냥이와 새끼들 (7)

gevalia 조회수 : 1,452
작성일 : 2012-08-04 00:58:36

오늘은 동물병원이 11시에 열어, 좀 늦게 일하러갑니다.

세마리 숫놈들이 병원에 있거든요. 요즘은 집에 온통 여자만 있습니다. 저와, 나비 그리고 보미와 암놈 새끼들 세마리..

냥이 새끼들도 확실히 암놈이 좀 많이 얌전한거 같아요. 화장실 모래도 그렇게 어지럽히지 않고 덮고요. 모든 자리가 깨끗해서 훨씬 수월합니다. 장난을 쳐도 심하게 치지 않고..요 2-3일은 그나마 눈꼽만큼 숨이 쉬어지네요. 설사 덜 하는 녀석들만 집에 있으니까요. 보미도 아직 부드러운 변이어도 심한 설사가 아니라 조금 제가 화장실 청소해 주기가 편합니다.

냥이 새끼들 아빠가 매일 올때도 있지만, 늦어도 2-3일에 한번은 꼭 제게 밥을 먹으러 오거든요. 문을 열면 앞문이나 뒷문에 앉아있어요. 이녀석이 이제 슬슬 제게 다가오네요. 밥 먹으러 왔니 기다려..그리고 들어가서 사료에 캔을 따서 하나 얹어가지고 나오면, 보미가 그랬듯이 아주 심하게 울어요..길냥이 밥 주다 안 사실인데, 처음에 그냥 밥만먹고 갈 땐 울지 않거든요. 그냥 멀지감치 서서 밥 내려놓는거 보고 기다렸다 제가 멀어지고나서야 먹구요. 그 다음 좀 진전이 되면, 제가 밥을 줄 때도 옆에 앉아있죠. 그러다 나중엔 밥그릇 들고 나가면 쳐다보면서 막 울어요..특이한 목소리로..그리고 슬슬 제 몸에 비비기 시작하는 단계에 돌입하죠..

이러면, 참..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지금 저와 같은 처지가 돼죠.

그래서 걱정이 됩니다..이 애비고양이가 두번째 제게 자기 몸을 슬쩍 가져다 댔거든요. 근데 이 넘이 저번에 한번 밥먹고 제 몸에 스프레이를 하려는 걸 놀라서 일어났어요. 옷 뒷자락에 아주 살짝 묻었는데..냄새가..  그래서 밥 주고나선 옆에 오래 앉아 말을 못시켜요. 또 제몸에 스프레이 할까봐요. 알아듣 건 못 알아듣 건 제가 잔소리를 하거든요.. 싸우지 말아라..또 싸웠구나, 등에 털 뽑힌 건 왜 또 그렇게 된거니, 등 등..어제 밤엔 앞문에와서 먹었는데 턱과 목 사이에 난 큰 상처는 자꾸 아물다 떨어지고 떨어지고 하거든요. 딱지가 떨어지면 선홍색 살이 다 드러나요. 모기와 파리가 자꾸 앉으려고 하죠. 이게 거의 두달 동안 반복입니다. 근데 반대편쪽에 또 작게 그와 비슷한 상처가 생기려고 하더군요. 이게 무슨 피부병에 기인한건지도 모르겠어요..이 더위에 상처가 자꾸 생기면 안 좋은데 말이죠. 여긴 거의 40도 이상되는 기온이 10일 연속입니다.

잡아야 뭘 검사하던 말던 하는데 이 녀석은 아직 선뜻 못잡겠어요. 몸도 근육질에 아주 탄탄하거든요 발도 큽니다. 생긴건 험악해도 참 착한 녀석이죠. 자기가 먹다가 동네 암놈 고양이가 와서 먹으려고 하면 다 내줘요. 우리 나비가 이 넘을 얕잡아 보았는지, 자기보다 몸이 좋은 이놈을 쫒거든요. 이 녀석 나타나면 막 달려가서 앞에 탁 멈춰요. 때리거나 그러진 않구요. 일종의 협박인거죠..우리나비가 즐겨쓰는. 근데 이 착한녀석 한번도 우리나비에게 하악대거나 맞 받아 덤빈적이 없어요. 그냥 움찔합니다..그자리에서 그냥 얼음이 돼죠. 그러니 우리나비도 한번씩  그러고 말지 더 안쫒는거 같아요. 상대가 반응을 하면 나비도 계속 뒤쫒거나 그러거든요. 아니면 자기가 물러서거나. 여튼, 이녀석 참 착한 고양이인데 안됐죠.

보미는 이제 슬슬 장난감 가지고 놉니다. 언제부터 새끼들 방에 들어가면, 새끼들과 장난 뿐아니라, 널려진 장난감으로 살짝 장난을 치더라구요. 근데 이상한게, 제가 쳐다보면 딱 멈춰요. 마치 못할거 하다 들킨 것 처럼. 자긴 그럼 안되는 걸로 알고있는 걸까요? 그러더니 며칠전부터 새끼들 방에 있는 장난감을 물어 내 옵니다. 그리고 거실에서 장난을 쳐요. 새 깃털 달린 건드리면 소리나는 새 모양 장난감이 있는데 우리나비도 한때 좋아한 장난감이 있는데, 이걸 그렇게 좋아하네요. 그러더니 꼬리달린 공을 물어내오고,,,그러다 앉아있는데 높은 문을 좀 힘겹게 올라오는 소리가 나서 쳐다보니, 왜 고양이들이 뭘 끌어앉고 뒷발질을 잘 하잖아요. 그런용으로 하나 사 둔게 있는데 그게 좀 부피가 있죠..그걸 끌고 올라오느라고 그렇게 버둥거리더군요. 그러더니 또 신나게 놉니다.  

제가 보미를 첨 본게 아마도 올 3월 어느날 인거 같습니다. 어느 토요일 아침, 지금 새끼들 있는 방에서 커피를 마시며 창문을 내다보고 있었죠. 그런데, 길건너에 줄무늬 어린 냥이가 있고 검은 고양이와 또 다른 무늬의 고양이가 왔다갔다 하더군요. 줄무늬냥이를 두 놈이 쫒아다녔어요. 지금 생각하니 줄무늬냥이가 보미었던것 같습니다. 근데 줄무늬냥이가 너무 어린거예요. 멀리서 보기에도 한 4-5개월 정도 밖에 안 보였어요. 실제 제가 보미 밥주기 시작한 4월에 보니 작았습니다. 근데 특히 검은 커다란 냥이가 보미를 너무 쫒아다니는거예요. 제가 멀리서 내다보고..아니 왜 저런 시커먼 산도둑 같은 놈이 자꾸 저 어린걸 쫒아다니지..그러면서, 다른 녀석이 그래도 좀 나아보였거든요..근데 보미는 저 검은녀석이 좋았나봐요.

보미는 제가 거실로만 나오면 자기도 나와서 앉아있거나 누워서 잠을 자는데요, 오늘 처음 배를 하늘로 하고 머리를 뒤로 젖히고 잠이드네요..왜 동물들이 편하게 생각되면 하는 포즈있죠? 특히 고양이들..

그런데, 직장에서 청소해주시는 아주머니가 턱시도냥이 아니면 발만하얀 '시' 둘중 하나를 데려가고 싶다고 하시거든요. 반가우면서도 이게 좀 걱정입니다. 이 분이 작년부터 암에 걸리셨는데 지금도 치료중이시고 혼자사세요. 그런데 3가지 종류 일을 하시면서 한시도 안 쉽니다. 작년에 암 초기 진단받을때 살도 무섭게 빠지고 전혀 뭘 못드신다기에, 오다가다 제가 뭘 사다드리기도 했거든요. 그러면서 좀 다른 분들보다 친하게 알고있는 아주머니이긴 해요. 그런데, 이분이 턱시도냥이가 암놈이라고 하니까 새끼걱정을 하더라구요..전 당연히 중성화 시켜줄 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제가 중성화 이야기를 하니 얼마냐고 돈 걱정을 하세요.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사람이 동물을 더 아끼는 건 절대아니지만, 그리고 저도 잘 살고 그냥 애완동물이라고 데리고 있으면서 관심을 덜 주느니, 넉넉하지 않아도 동물을 정말 위하는 그런 집으로 보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이렇게 되니 걱정이 조금 됩니다. 집에 키우는 고양이 한마리가 있으시대요. 숫놈인데 중성화 안 했죠. 지금 5-6년 정도 된거 같거든요. 그러면서 이전에도 키웠는데 다 집을 나가더라고..중성화 안하니 다 나갔다 안들어오거나 그런거겠죠. 일주일 내내 일하시고 주말만 쉬시는데,,거의 밤 12시까지 일하고 아침 6시부터 또 일을 나가신대거든요.. 주말이 있다곤 하나 돌볼 여유가 없어보이시거든요. 지금 있는 숫넘은 거의 나가 사는거 같구요..걱정입니다..제가 친한 동료에게 말하면서 농담으로, 사람들이 잘 안데려가는 검은색 냥이들 말고 다 갑자기 죽었다고 해야하나 어째야 하나, 데려가겠다는 사람이 나섰는데도 걱정이라고 하니 막 웃습니다.

 

IP : 108.207.xxx.69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_+
    '12.8.4 1:13 AM (121.135.xxx.221)

    보미가 어린나이에
    엄마가 되었군요
    아빠가 생긴거답지않게
    착하다니
    왠지 찡합니다

  • 2. 수수꽃다리
    '12.8.4 1:18 AM (118.223.xxx.70)

    글을 정말 눈에 보이듯이 잘 쓰시네요.
    편한 수필을 읽는것 같아 기다려집니다.^^
    담담하게 쓰시는 글중에. 님의 걱정을 조금은 알것 같아서 저도 걱정스럽네요.
    돌볼여유가 시간적으로도 금전적으로 없어보여 시가 다른집으로 갔음 좋겠어요.ㅜㅜ
    어린나이에 보미처럼 엄마가 되는건 아닐지...그럼 너무힘들잖아요~~

  • 3. mm
    '12.8.4 1:20 AM (63.224.xxx.218)

    오늘은 좀 웃은게..
    원글님 남자 고양이 외모를 꽤 따지시는 듯.
    보미는 그렇게 생긴 남자를 좋아하는 거 같은데 보미 취향을 존중해 주시지,
    사람이 좋아하는 외모와 냥이가 선호하는 외모는 다를 수 있잖아요 ㅎㅎ
    그런데 문득 원글님이 냥이들에게 한국말을 하시는지 영어를 하시는지 궁금해요.
    한국말을 하면 아이들이 못알아 들을 것 같네요.
    사시는 곳 참 더운가봐요.
    건강 조심하세요.

  • 4. ^^
    '12.8.4 1:41 AM (110.8.xxx.109)

    잘 읽었어요. 훈훈.. 동물과 사람이 더불어 사는 얘기 좋아요..

  • 5. ...
    '12.8.4 10:45 AM (180.64.xxx.209)

    갈수록 문장력이 느시고
    눈에 보이는 것처럼 쓰시는군요.
    참 좋은 글입니다. 고마워요.

  • 6. gevalia
    '12.8.4 2:29 PM (108.67.xxx.201)

    칭찬받으려고 쓰는 글이 아닌데, 이러시면 제가 몸둘바를..

    몇 번 생각해 본 건데요, 아시는 분들 중 미국거주이면서 새끼고양이에게 관심있는 분들이 계실까요?

    혹시, 텍사스, 오클라호마, 뉴멕시코, 캔사스, 콜로라도, 미죠리, 알칸사스, 미시시피, 루지애나..이곳에 사시는 아는 분이 좋은 분이고 새끼냥이에 관심있으시면 제가 데려다 줄 수 있거든요.

    직장에서 청소일 하시는 분이 새끼냥이를 원한다고 했죠. 아무래도 그 분 한마리 아니면 두마리를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동료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그 친구는 혼자 살면서 고양이 4마리가 있어요. 모두 다 고양이 농장에서 구출된 건데요..거의 고양이박사더군요. 시카고 가 있는 동안, 두 동료가 아침 저녁 나눠서 돌봐주기로 했어요.

    그 분이 정말 좋은 분이긴 한데, 시골에서 여러 정보에 접하지 못하다보니 중성화 이런것에 대해 잘 모르세요. 저희가 싸게 할 수 있는 곳을 알아봐 드리기로 했고, 이렇게 저렇게 도와드리기로 했어요. 지금은 암 치료중 정체기 인 것 같아보이는데 혹시라도 더 악화되거나 돌 볼 사람이 없어질 경우 다시 제게 연락하시라고 해야할거같아요.

    이 동료가 미국인이면서도 마당발이라 이리저리 알아보고있거든요. 그래도 쉽지가 않네요. 이미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2-3마리가 있고, 아닌 사람은 새롭게 고양이를 데려와 키우는 경우는 흔하지 않은거 같아요.

    오늘 집에 9시 넘어 도착하니, 낮에 나간 보미와 새끼들 아빠 검정고양이가 앞문에서 기다리네요. 보미는 들어오고, 저 녀석만 먹을 걸 내 줬죠. 이젠 제가 집에 없는 거 같으면 이 녀석들 어디 가지 않고 그냥 집 앞에서 기다립니다.

  • 7. ...
    '12.8.6 8:49 AM (61.102.xxx.115)

    휴가가서 쉬는 내내 집에 둔 고양이들이 눈에 아른거려서
    결국 남편하고 상의해서 일정을 앞당겨 집으로 돌아왔답니다.

    그 계기가 바로 그 휴가지에서 마주 친 길고양이들 때문이에요.
    비슷한 줄무늬와 얼굴 생김새에 집에 있는 우리 두 녀석들이 떠올라서
    뭐 제대로 즐기질 못하겠더군요. ^^:;

    제가 그 만큼 또 생각나고 기다려지는 것은 바로 gevalia님의 글 이에요.
    윗 분들이 쓰신 칭찬처럼 담담하면서도 눈 앞에 그림처럼 광경이 펼쳐지게 쓰시거든요.

    즐겁게 잘 읽었어요. 또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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