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 밤 애들 재우고 치킨을 시켰어요.
오로지 저만을 위해 치킨을 시키기엔 가격도 그렇고 좀 부담스럽긴 했는데 한참 망설이다 주문한거예요...
낮에 애들에 치이고 너무 더워 제대로 챙겨먹지도 못하다가 매운 걸 먹으면 좀 위로가 되겠다 싶었죠.
그래서 매운치킨반과 매울 때 입가심할 갈릭치킨, 그리고 콜라를 주문했어요.
그런데 잠시 후 배달온건 피자와 치킨세트!
알바생에게 이거 잘못온거 같다고 하니 몹시 당황해하더라구요.
혹시나 치킨 상자를 열어보았는데 뭔가 반반이 들어있긴한데 육안으로는 확인이 안되더라구요.
알바생에게 지금 가게에 전화걸어 확인해보시라고 했는데 너무 난처해하며 그냥 다시 오겠다고 가더라구요.
이 때 사장님과 통화를 했거나 아니면 취소를 했어야 하는데, 순간의 선택이 긴 여운을 남기더군요.
결국 더 기다려 2번째 방문..
사장님이 주문기록을 잘못했다며 매운거 반, 갈릭 반 제대로 된 전표를 붙인 치킨상자와 콜라를 주었어요.
저는 소심하게 "콜라 값은 빼주세요"해서 1,000원 할인 받고 들어와 상자를 열었지요.
근데 들어있는건 매콤한 빨간 치킨이 아닌 노란 치킨만 잔뜩!!
말주변도 없는 저, 가게에 전화를 걸었어요.
사장님 말씀
"아까 사실 피자랑 같이 간 치킨이 맞게 간거다. 그런데 고객님이 이게 아니라고 하시길래
갈릭치킨만 원하시는구나 싶어서 갈릭만 보냈다. 지금은 주문이 밀려 다시 해드리기는 어렵다"
이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시며 죄송하다는 말씀만 반복하시는거예요.
이미 12시가 넘어간 시간.. 다시 받기에도 저도 지치고 더 이상 다른 대안도 떠오르질 않고,
지척에 있는 동네 가게에 험한 소리도 못하겠고, 험한 소리 할 주변머리도 없고..
결국 마치 거래처 사장님께 관계 유지하며 항변하듯 애교반 짜증반 이상한 톤으로
"사장님, 저는 매운 치킨이 먹고 싶어서 주문했던 거란 말이예요~~~"라며
내가 먼저 재빨리 전화를 끊는 것으로 마무리.. ㅠㅠ
그리고 자리에 와서 치킨을 바라보는데 어머 주책맞게 눈물이 핑 도는거예요.
그런데 또 반전이 있었으니 갑자기 유주얼 서스펙트의 한 장면처럼 내 눈에 들어온
메뉴판과 치킨상자에 붙은 영수증의 숫자들...
내가 주문한 반반치킨은 16,500원.. 사장님이 보내주신 갈릭치킨은 16,000원..
저에게 전표를 500원 더 끊으셨다는 사실~!
근데 나는 이미 콜라로 1,000원 할인받아서 더 이상 따지기도 애매한 짜증나는 이 상황.. ㅠㅠ
결국 치킨은 깨작거리다가 보관하고 오늘 애들에게 주었는데
다행히 애들이 잘 먹어서 그나마 마음이 좀 풀렸네요.
와.. 정말 사람이 치킨 하나로 이렇게까지 속상해질 수가 있구나 처음 알았어요.
근데 이거 뭐 신랑에게 말해봐야 좋은 소리 못 들을 거 같고 친구들에게 말하기도 그렇더라구요.
이제 너무나 마음아파 다시 떠올리기도 싫은 한 여름밤의 치킨 사건은
이렇게 82에 털어놓고
저 그만.... 잊고 가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