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깊은밤 잠이 안와서 쓰는 여장부 우리엄마에 관한 추억

.... 조회수 : 3,458
작성일 : 2012-08-01 00:45:08

이거 읽어주실 분이 계실까요 ㅎㅎ

82에도 어머님분들이 대부분이시죠.

 

 

 

저는 딸 입장에서..

나이가 들어갈수록 엄마랑은 왜 이렇게 말이 안통해, 너무 답답해, 정말 왜 하나부터 열까지 간섭하고

저렇게 자식한테 서운한소리 잔소리만 하실까 좋은이야기만 해도 짧은 시간들인데 싶어 불만이었는데

그러다가도 늘어가는 엄마 주름살을 보며

내가 너무했지, 저 주름을 누가 만든건데 잘해드려야지 라는 생각이 더 우위를 점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어릴적 추억이 생각나네요.

 

 

 

 

제가 동생과 나이차이가 많이나요. 열살가까이...

동생 태어나고 산후조리 딱 100일하고, 엄마가 동생 젖떼야하고 논문자료 찾으러 미국가야하는데

저도 데리고 가셨죠. 제가 동생을 많이 질투하고 서운해하니까 저도 많이 사랑한단거 보여주려고

가셨다는거..무뚝뚝한 저희엄마 말은 안하셨지만 십년도 훨씬 넘은 지금에서야 깨닫네요.

한달반을 여행겸 자료찾는 동안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니면서 숙소도 다 엄마가 정하고

(그래봤자 호텔은 못되고 그냥 holiday inn 정도 수준 근데 저는 그게 더 좋았어요)

아침에는 여관에서 주는 빵 먹었지만 그래도 점심 저녁에는 밥먹어야 한다고 일식 중식 한식 돌아가면서

식당에서 사먹이시고 ㅎㅎ.... 저는 엄마가 낮에 자료찾는 동안 도서관 구경도 지겹고 심심해서

게임기 사달라고 조르고 집에 가자고 졸랐지만 어린나이에 그렇게 주중에는 도서관출입하고 주말에는

근처 관광지 발품팔아 엄마가 알아보고 여행하면서 저는 졸졸 따라만 다녔지만 얻은게 많다는 생각을 해요.

 

 

 

여행 막판에는 돈이 모자라서, 미국은 어딜가나 팁을 줘야하는데

관광버스에서 내릴때 기사아저씨께 팁을 주자면, 두명이니까 한사람당 2불로 쳐서 못해도 4불은 드려야 하는데

엄마가 너무 미안하지만 이것밖에 남은게 없으니까 어떻게 해야할까? 라고 저에게 물으셨어요.

그래서 제가 2장을 반으로 접어서 쫘악 펼쳐셔 4불처럼 드리면되지 하니까 엄마가 제가 너무 귀여웠는지

하하하하하 크게 웃고 저도 그걸 보고 웃겨서 둘이 한 5분동안 배터지게 웃은 것 같아요.

 

 

 

또 하루는 버스를 탔는데 분명 엄마가 돈이 분명 있다고 생각했는데 동전이 모자랐어요.

그걸 보더니 어떤 히잡?을 쓴 여자분께서 ㅎㅎ 동양인 모녀가 낯선곳에서 쩔쩔매는게 안타까우셨는지

버스에 있는 승객들을 향해서 "누구 남는 동전 있으신분, 이 자매님들을 위해서 쓰지 않으시겠어요?"

라고 눈에 눈물이 그렁해지셔서는 울음섞인 영어를 하시는데 정말 어린나이에도 그걸 알아들었던 저는 고맙지만

웃겨서 죽을뻔했어요 ㅎㅎㅎ 솔직히 창피하기도 하고 그 목소리 톤이 너무나 처량해서 ㅎㅎㅎㅎ

그니까 앉아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일어나서는

"나도! 나도요! 여기있어요!" 하면서 동전을 가져다주심 ㅎㅎㅎㅎ

덕분에 버스를 타고 안전하게 숙소까지 왔지요.

우리를 따라내리신 할아버지는 6.25전쟁에 참가하신 할아버지여서 너무 반가워서 숙소에 올때까지 계속 얘기 나눴구요.

 

 

 

 

밤늦게 귀가할때, 동네 불량배들이 쫓아왔을때가 있었는데

걔네들이 저를 건드리니까 엄마가 가방을 휘두르면서 막 다다다다다 영어로 쏘아붙였어요.

저는 너무 후들거려서 오줌을 쌀 지경이었는데 신기하게도 불량배들이 꼬리를 싹 내리고 가는거예요?

나중에 뭐라고 했길래 쟤네들이 가냐고 엄마한테 물어보니까 엄마가

자기는 국적도 없는 전염병 환자니까 감염되고싶으면 내딸 건드려보라고 했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맙소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걸믿은 불량배들도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긴 그때 우리 행색이 하도 초라해서 누가봐도 믿었을거예요 ㅋㅋㅋㅋ

하도 자료찾기에 찌들어가지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말고도 좋은 에피소드도 많은데 계속 궁상맞은 일만 쓰는 것 같네요.

제가 횡단보도에서 그때 한참 유행하던 ses 의 너를 사랑해 춤을 추고 있으니까

차타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어린 여자애가 아무 눈치도 안보고 막춤추는게 너무 웃겼나봐요.

엄마가 저 사람들이 너보고 귀엽다고 한다고 뿌듯해하시구..

그랬네요...

 

 

 

그렇게 젊고, 생기발랄하고, 의욕넘치고, 너무 이쁘고, 여장부스타일의 씩씩하신 엄마였는데

어느새 세월이 우리 엄마를 이렇게 만들었어요.

한때는 세심하지 못하고 살림에도 소질없는 좀 무뚝뚝하고 표현도 잘 못하시는 엄마가 서운한적도 있었지만

이젠 알아요.

 

 

내가 아프면 나보다 더 아픈사람, 내가 슬프면 나보다 더 슬픈사람,

단 한사람 어머니라구요....

 

 

 

 

 

 

IP : 121.132.xxx.139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ddd
    '12.8.1 12:59 AM (121.130.xxx.7)

    한편의 동화를 읽은 기분이예요.

  • 2. 정말 대장부 맞으시네요
    '12.8.1 1:02 AM (118.46.xxx.58)

    원글님 어머니 정말 대단하셨네요.
    그런데 지금은 변하셨다구요??

    원글님이 글로 쓰신 어머니는 지금도 대장부 스럽고
    융통성 있으시고, 쾌활발랄하실 것 같은데요.
    나이가 드시면 좀 소심해지시는 것인지요.

    어머니 앞으로도 건강하시고
    계속 대장부의 혼을 담아서
    다른 여자들에게도 활달하면서도 꿋꿋한 기상을 보여주시고
    원글님하고도 즐거이 지내시고 하셨음 좋겠네요.

  • 3. 정말 대장부 맞으시네요
    '12.8.1 1:03 AM (118.46.xxx.58)

    어머니 께서 자료조사 하려고 다니셨던 거
    그것으로 책 쓰셨나요?
    넘 궁금해요.

  • 4. 와.
    '12.8.1 1:12 AM (221.146.xxx.95)

    그러니까 ses나오던 시절에 10살 쯤이란 말인가요? 지금 20대 중반정도 되셨겠네요.
    어머니 멋지세요. ^^

  • 5. 플럼스카페
    '12.8.1 1:20 AM (122.32.xxx.11)

    재밌게 읽었어요.
    어머님이 상당히 지적이시고 세련되셨을 거 같아요^^*

  • 6. 훈훈해요^^
    '12.8.1 1:30 AM (125.142.xxx.233)

    그림이 살짝 그려지는.... 훈훈한 글이네요^^

  • 7. 쓸개코
    '12.8.1 1:31 AM (122.36.xxx.111)

    흔하게 할 수 없는 경험 하셨네요~
    플럼스님 말씀대로 지적이시고 세련되셨을거 같아요~

  • 8. 아이구
    '12.8.1 1:33 AM (121.132.xxx.139)

    다시 로그인해보니 많은 댓글들이...누가 읽어주실까 싶어 욕심없이 썼는데
    이런 좋은 말씀들 너무나 감사합니다.

    118님, 그때책은 엄마 논문이라!! 전공이신 영어교육론에 관한 논문일거예요 ㅠㅠ 그렇지만 한번 여쭤볼게요 ㅎㅎ 그러나 그 책에 미국생활에 관한 에피소드가 들어있지는 않아요... ㅎㅎ

  • 9. 정말 대장부 맞으시네요
    '12.8.1 1:42 AM (118.46.xxx.58)

    자료조사하신 거 논문이었군요.
    원글님 어머니께 원글님이 기억하는 추억을 말씀드려보세요.
    어쩌면 어머니 안에 있던 대장부기질, 건강한 유쾌함, 융통성
    그리고 돈이 궁한데도 한달 반이나 어린 딸 데리고 자료조사 하셨던 추진력이 되살아나실 듯 해요.
    어찌되었건 원글님이 가지고 있는 추억을
    두분이서 반추할 수 있겠구요.

    이런 어르신 정말 뵙고 싶네요.

  • 10. 멋진 엄마!!!
    '12.8.1 7:57 AM (128.134.xxx.183)

    쓰신 글 어머님께 보여드리면 좋아하실거예요.
    자식이 이렇게 추억을 되새기며 엄마를 인정해준다는거 기쁨입니다.
    엄마가 집한채보다 더 좋은 유산을 주었다고 생각하세요.
    힘드셨겠지만 딸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려고, 아님 안쓰러워서, 아님 이것저것 두루 자식생각에 데리고 갔는데 자료조사하면서 많이 힘들었을거예요. 그래도 의지가 되고 힘내야할 이유도 되었으니 딸과 함께 간 미국에서의 시간은 엄청난 추억이겠지요.
    좋은 시간에 대한 추억을 가진 원글님께서 앞으로 어머님과 더더욱 좋은 추억을 많이 가지시기를 빌어봅니다. 행복하세요^^

  • 11. 늙었어..
    '12.8.1 8:59 AM (218.234.xxx.76)

    이런 글 보면 눈물부터 맺히는 거 보면 나 늙었어..ㅠ.ㅠ

    정말 천금을 주고도 못사는 그런 좋은 추억.. 부럽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49787 간장게장을 화요일에 담궜는데 지금도 싱거워서 못먹겠어요 게장간장게장.. 2012/09/08 1,543
149786 장난치는 아이들 어떻게 지도해야할까요..? 2 부끄 2012/09/08 1,155
149785 안타까운 주인공 5 친구엄마 2012/09/08 2,222
149784 비맞고 들어와 7 파란 대문 2012/09/08 2,011
149783 비올걸 몸이 먼저 알아차려요 5 몸이 기상청.. 2012/09/08 1,879
149782 인터넷 접속시, 끊임없이 뜨는 광고 어찌해야 할까요? 1 컴맹주부 2012/09/08 2,463
149781 카페에 빠진 남편 7 내가 미쳐 2012/09/08 3,562
149780 청소기도 수명이 있을까요? 1 흐르는강물처.. 2012/09/08 1,806
149779 비오니까 짜파게티 먹고싶어용~ 4 한마디 2012/09/08 1,388
149778 mbc스페셜에 아이큐 210 천재 인분 나왔는데 보셨나요? 6 ... 2012/09/08 4,408
149777 건물주인이 동네 폐지줍고 있어요 6 진홍주 2012/09/08 4,283
149776 쑥개떡 반죽으로 송편 만들어도 될까요? 5 쑥개떡 2012/09/08 1,589
149775 응답하라 출연진이 다 나올만한 토크쇼 9 ㅠㅠ 2012/09/08 3,108
149774 같은 여자라도 박근혜는 아니죠 10 대선 2012/09/08 1,280
149773 케익 좋아하시는 분들 아지트 하나씩 대 주세요. 6 .. 2012/09/08 2,472
149772 차홍의 헤어 섀도우(?) 사용하시는 분 계세요? 5 꿈동산 2012/09/08 4,987
149771 발톱빠지는꿈 안좋은건가요? ........ 2012/09/08 4,597
149770 슈스케..제대로 낚였네요... 4 에이.. 2012/09/08 3,349
149769 태진아 송대관 그만좀 나왔으면.. 2 ㅎㅀㅀ 2012/09/08 2,613
149768 BBBBBB 2 시원함 2012/09/08 1,034
149767 어휴 ....고쇼... 7 ... 2012/09/08 3,667
149766 친손주, 외손주 차별하는 경우 어떻게 해야될까요? 128 .... 2012/09/08 20,770
149765 윗집이 벌써 2시간넘게 쿵쿵... 1 윗집이 쿵쿵.. 2012/09/08 1,321
149764 치유하기 좋은 여행지가 어딜까요 13 san 2012/09/08 3,023
149763 인터넷 카페에서 자켓을 샀는데 입지도 못할 옷을 속아서 샀어요~.. 9 ㅠ ㅠ 2012/09/08 2,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