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읽어주실 분이 계실까요 ㅎㅎ
82에도 어머님분들이 대부분이시죠.
저는 딸 입장에서..
나이가 들어갈수록 엄마랑은 왜 이렇게 말이 안통해, 너무 답답해, 정말 왜 하나부터 열까지 간섭하고
저렇게 자식한테 서운한소리 잔소리만 하실까 좋은이야기만 해도 짧은 시간들인데 싶어 불만이었는데
그러다가도 늘어가는 엄마 주름살을 보며
내가 너무했지, 저 주름을 누가 만든건데 잘해드려야지 라는 생각이 더 우위를 점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어릴적 추억이 생각나네요.
제가 동생과 나이차이가 많이나요. 열살가까이...
동생 태어나고 산후조리 딱 100일하고, 엄마가 동생 젖떼야하고 논문자료 찾으러 미국가야하는데
저도 데리고 가셨죠. 제가 동생을 많이 질투하고 서운해하니까 저도 많이 사랑한단거 보여주려고
가셨다는거..무뚝뚝한 저희엄마 말은 안하셨지만 십년도 훨씬 넘은 지금에서야 깨닫네요.
한달반을 여행겸 자료찾는 동안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니면서 숙소도 다 엄마가 정하고
(그래봤자 호텔은 못되고 그냥 holiday inn 정도 수준 근데 저는 그게 더 좋았어요)
아침에는 여관에서 주는 빵 먹었지만 그래도 점심 저녁에는 밥먹어야 한다고 일식 중식 한식 돌아가면서
식당에서 사먹이시고 ㅎㅎ.... 저는 엄마가 낮에 자료찾는 동안 도서관 구경도 지겹고 심심해서
게임기 사달라고 조르고 집에 가자고 졸랐지만 어린나이에 그렇게 주중에는 도서관출입하고 주말에는
근처 관광지 발품팔아 엄마가 알아보고 여행하면서 저는 졸졸 따라만 다녔지만 얻은게 많다는 생각을 해요.
여행 막판에는 돈이 모자라서, 미국은 어딜가나 팁을 줘야하는데
관광버스에서 내릴때 기사아저씨께 팁을 주자면, 두명이니까 한사람당 2불로 쳐서 못해도 4불은 드려야 하는데
엄마가 너무 미안하지만 이것밖에 남은게 없으니까 어떻게 해야할까? 라고 저에게 물으셨어요.
그래서 제가 2장을 반으로 접어서 쫘악 펼쳐셔 4불처럼 드리면되지 하니까 엄마가 제가 너무 귀여웠는지
하하하하하 크게 웃고 저도 그걸 보고 웃겨서 둘이 한 5분동안 배터지게 웃은 것 같아요.
또 하루는 버스를 탔는데 분명 엄마가 돈이 분명 있다고 생각했는데 동전이 모자랐어요.
그걸 보더니 어떤 히잡?을 쓴 여자분께서 ㅎㅎ 동양인 모녀가 낯선곳에서 쩔쩔매는게 안타까우셨는지
버스에 있는 승객들을 향해서 "누구 남는 동전 있으신분, 이 자매님들을 위해서 쓰지 않으시겠어요?"
라고 눈에 눈물이 그렁해지셔서는 울음섞인 영어를 하시는데 정말 어린나이에도 그걸 알아들었던 저는 고맙지만
웃겨서 죽을뻔했어요 ㅎㅎㅎ 솔직히 창피하기도 하고 그 목소리 톤이 너무나 처량해서 ㅎㅎㅎㅎ
그니까 앉아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일어나서는
"나도! 나도요! 여기있어요!" 하면서 동전을 가져다주심 ㅎㅎㅎㅎ
덕분에 버스를 타고 안전하게 숙소까지 왔지요.
우리를 따라내리신 할아버지는 6.25전쟁에 참가하신 할아버지여서 너무 반가워서 숙소에 올때까지 계속 얘기 나눴구요.
밤늦게 귀가할때, 동네 불량배들이 쫓아왔을때가 있었는데
걔네들이 저를 건드리니까 엄마가 가방을 휘두르면서 막 다다다다다 영어로 쏘아붙였어요.
저는 너무 후들거려서 오줌을 쌀 지경이었는데 신기하게도 불량배들이 꼬리를 싹 내리고 가는거예요?
나중에 뭐라고 했길래 쟤네들이 가냐고 엄마한테 물어보니까 엄마가
자기는 국적도 없는 전염병 환자니까 감염되고싶으면 내딸 건드려보라고 했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맙소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걸믿은 불량배들도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긴 그때 우리 행색이 하도 초라해서 누가봐도 믿었을거예요 ㅋㅋㅋㅋ
하도 자료찾기에 찌들어가지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말고도 좋은 에피소드도 많은데 계속 궁상맞은 일만 쓰는 것 같네요.
제가 횡단보도에서 그때 한참 유행하던 ses 의 너를 사랑해 춤을 추고 있으니까
차타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어린 여자애가 아무 눈치도 안보고 막춤추는게 너무 웃겼나봐요.
엄마가 저 사람들이 너보고 귀엽다고 한다고 뿌듯해하시구..
그랬네요...
그렇게 젊고, 생기발랄하고, 의욕넘치고, 너무 이쁘고, 여장부스타일의 씩씩하신 엄마였는데
어느새 세월이 우리 엄마를 이렇게 만들었어요.
한때는 세심하지 못하고 살림에도 소질없는 좀 무뚝뚝하고 표현도 잘 못하시는 엄마가 서운한적도 있었지만
이젠 알아요.
내가 아프면 나보다 더 아픈사람, 내가 슬프면 나보다 더 슬픈사람,
단 한사람 어머니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