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유기농지의 농민들을 위해서,
그리고 이제는 삽이 삶을 퍼내는 야만의 시대를 쫑내기 위해서.
오늘 오후 4시.
명동 우리은행 앞에서 청계광장을 지나 대한문으로-
모두 함께 걸어요
두물머리 유기농 행진에 함께해주세요..
두물머리 밭전위원의 초대장
두물머리에서 만나요
... 국토해양부가 8월 6일자로 두물머리 행정대집행을 예고했습니다. 두물머리와 함께한 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갑니다.
흉내만 겨우 낸 생태공원이니 자전거용 포장도로가 유기농지 보존과 농업보다 공익적이라니요? 그 공사가 급박하니 당장 농작물을 짓밟으며 강제철거를 하고, 그 비용까지 물려 농부들을 내치겠다니요? 끝내 우리에게서 농지를 빼앗겠다니요? 삼십여 년 농사를 이어 온 땅 두물머리, 한국 유기농업의 발원지 두물머리,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만나 함께 농사지으며 지켜왔던 두물머리를? 4대강 사업의 중장비가 심각하게 위협해 옴을 온몸으로 느낍니다. 마음을 모을 때입니다.
모래 한 알에 수십억 년 풍화된 시간이 담겨 있고, 흙 한 줌에 수십억의 미생물이 살아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4대강 사업은 땅에 깃들인 이 시간과 생명을 함부로 여겼기에 가능한 불행이었습니다. 세상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의 한 가지로 유기농을 택한 두물머리 농부들은, 이 4대강 사업에 용기 있게 제동을 걸고 지난 3년간 투쟁을 계속해왔습니다. 그 싸움 속에서 우리 또한 외부인만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그 논밭에 함께 씨를 뿌린 사람들이고, 두물머리 논밭이 사라지는 것을 상상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그 땅이 레저시설이 아닌 유기농지로 보존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농부들에게 마음을 보태온 밭전위원으로서, 농부들의 지지 세력이자 가깝게 사귄 친구입니다. 강변이 지니는 풍요로운 가치를 뒤늦게 깨달은 사람이며 공유지의 의미를 새롭게 깨달은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함께 싸웁니다.
오늘의 유기농 행진은 우리 자신에게, 그리고 포클레인과 불도저에게 동시에 보내는 초대장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두물머리에서 만나게 될 가능성이 높겠지요. 저들은 우리를 전쟁으로 초대하지만, 우리는 대화의 장으로 초대합니다. 국책사업이라 하셨나요? 국책사업을 수립할 때는 지역의 특성, 역사성, 지역민이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따져 봐야 하지 않습니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방적 획일적으로 막개발 계획을 세우고는 농부와 지역민을 협박해 내치다니요. 농지와 자연을 무참히 파괴하는 전국적 강 죽이기 사업을 밀어 붙이더니, 이젠 겁 없이 두물머리로 그 칼끝을 돌리는군요. 국토부는 ‘상생을 위한 두물머리 대안모델’을 검토하고 그 국책사업이 무엇이 더 우월한지 설득하십시오. 두물머리 농부들에게 거듭 벌금폭탄을 떠안기며 레임덕 정권에 봉사하지 마십시오. 이 국가폭력과 자연파괴는 이제 단순한 뉘우침만으로는 모래의 시간이 흘러도 못 갚을 정도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니 두물머리에서 만나거든 따져 물어야겠어요. 유기농이 암을 유발하고 수질을 오염한다고 거짓을 유포한 죄, 종잇장 뒤집듯 말을 바꾸고 약속을 깬 죄에 책임을 물어야지요. 우리는 공사가 아닌 농사짓고 사는 삶을 원합니다. 늦기 전에 농업의 가치를 깨닫고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이라고 함께 요구해주세요. 무엇이 참으로 공적인 것인지, 농부와 우리들이 열어놓은 논의의 장에 어서 나오라고 함께 재촉해주세요. 우리가 틀렸다면, 왜 틀렸는지 말해보라고 그들을 압박해주세요.
두물머리를 만나요. 두물머리 밭에 뿌려진 씨앗들처럼, 이제는 우리가 흙 밖으로 몸을 내밀 때입니다. 국토해양부, 건설대자본, 수자원공사와 어용학자들이 우리를 꺾어버리려 할 것이고, 우리의 줄기는 어쩌면 실제로 부러질지도 모릅니다. 저들이 예고한 8월 6일 이후에도 우리는 더 많은 날들을 거듭 그들과 맞붙어야 하겠지요. 저들은 지금 공유지를 말하면서도 공적인 것이 무엇인지 모르며, 친환경과 녹색이라는 말을 훔쳐갔으면서도 물, 흙, 생명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우린 유기농작물처럼 힘이 세고, 또한 서로 기대어 기운을 주고받는 일에 능하지 않은가요? 자연생태를 떠들며 약을 파는 저들의 기만에 절대 합의하지 않을 우리들은, 언제나 새로이 두물머리 유기농 기운을 충전하고 만날 것입니다. 그리고 저들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가 사랑하는 논밭에 몰려오는지 지켜볼 것입니다. 모래만큼의 시간이 걸리더라도, 저들이 잘못을 분명히 되돌리게끔 만들 것입니다. 그래요, 이것은 이 초대장을 받는 여러분이 우리와 함께 저들을 맞이해달라는 초대장입니다. 돈귀신이라도 들렸나요? 악착같이 한강1공구 두물지구 예산을 집어삼켜보겠다는 저들입니다. 다방면으로 대화를 요구해도 기를 쓰고 행정대집행만 외치는 저들입니다. 저들이 기어이 포클레인과 불도저로 4대강 완공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려 든다면, 우리는 두물머리에 대한 우리의 우정을 고백할 것입니다. 그 고백에 여러분도 함께해주세요. 그런 의미의 초대장입니다.
함께 끝까지 싸워요. 우리는 더 이상 물러설 땅조차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레저거나 삶, 발전이거나 밭전, 공사거나 농사, 오직 양자택일의 선택이 있을 뿐입니다. 함께 끝까지 싸워요. 헤어지지 말고. 우리의 놀이터요 우리가 좋아하는 밥상, 우리의 좋은 친구인 두물머리에서 기다립니다.
국토해양부가 예고한 행정대집행일을 한 주 남겨둔 7월 29일,
두물머리 밭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