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랑 같이 건축학개론을 봤어요.
한참 흥행할때 같이 보자고 했죠.
사이가 좋은 편이고 좋은건 뭐든 같이 하고 싶어하는 타입이라...
실제 저랑 영화같이 보는거 남편이 좋아하구요.
그런데 남편이 처음부터 안 보겠다고 하더라구요.
다른 대학출신이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마지 못해 학교 다녔다는거...
가끔 자퇴를 생각하면서 지냈다는거..
한마디로 대학생활을 둘다 참 재미없게 보냈다는
공통점들이 있어서
같이 보면 좋을 것 같아서 졸랐는데
같이 보면서 놀랬어요.
다운 로드 받아서 거실에서 봤기에...
이런저런 대화를 하면서 봤는데
남편이 이미 서평을 완전히 꽤고 있더라구요.
원래 멜로, 한국영화...이런거 정말 안 좋아해요.
나때문에 마지못해 보다가 딴짓하죠..
외국영화. sf, 첩보관련 등등...이런거만 보구요.
제가 무슨 고딩취향이냐고 늘 놀려요..
그런데 보지도 않은 그 영화를 어찌 그리 서평은 다 꽤고 있는지...
그런데 더 놀란게요.
후반부에 수지가 서초동 사는 남자선배한테 키스를 당할 듯 말듯 하다가 선배가 수지자취방으로 수지를 데리고 가잖아요.
그런데 그 장면부터 못 보겠다고 빨리 넘어가게 하자고 하는거에요.
너무 놀랐어요.
그런데 지금 출근했는데 아까 메신저 하다가 (평소 자주 메신저 합니다.)
어제 건축학개론 영화 이야기를 또 꺼내는거에요.
주저리주저리...
이거 뭔가 비슷한 경험이 있었던 거 맞죠...
이런 말까지 쑥쓰러운데
전 남편이 처음이었고 (정신적으로.육체적으로)
남편도 제가 처음이라고 했거든요( 사실이라고 믿고 살았는데)
혹시 남편에게 처음이 내가 아닐지도 모를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설사 그렇다고 해도 달라질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제가 못나게 생긴거 아니구요.
대학때부터 나름 한미모했어요.
(돌던지지는 마시고....)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왠지 모를 이 씁쓸함...
오늘 중복이라는데 내마음은 스산한 가을밤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