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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가는 밤길 (긴 이야기)

가지밥 원글 조회수 : 2,015
작성일 : 2012-07-26 20:41:41

긴 글 힘드신분은  패스~하세요. ^^

 

영덕쪽으로 여행 계획하시는 분

시간 많고 야간 밤길운행 좋아하시는 분 계시다면

추천?할까해서요. -_-;

 

몇 주전 다녀온 여행 이야기인데

칠보산 자연휴양림을 네비에 찍고 서울 톨게이트를 저녁 7시 30분 정도에 통과해서

(톨게이트 앞까지 차가 많이 밀려서 예상보다 조금 늦게)

네비게이션이 시키는대로 중앙고속도로를 탔어요.

 

중부 내륙고속도로 타고 상주, 대구 지나 포항까지 바로 가는 길도 익숙하고

영동 고속도로 타고 동해안은 더 익숙한데

어중간한 위치의 영덕은 초행길이라

그저 네비여인네가 시키는 대로 갔었어요.

 

6시정도에 간단한 요기를 했지만 차도 쉬고 사람도 쉴겸

9시쯤 어느 휴게소 들러 한우국밥, 비빔밥, 라면으로 저녁도 먹었고

이제 쉬지말고 달려보자며 달렸어요.

 

영주 지나고 봉화 푯말도 지나고 굽이굽이 산길을 끝도 없이 가는데

처음엔 재밌기도 하고, 깜깜한 굽은 밤길이 끝도 없어 지겹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오는 차 가는 차 하나도 없이 우리차만 산길을 가고가고... 끝도 없이 갔었어요.

건너편 무언가 쓱 지나가고 고양이인가 살쾡이인가 남편과 얘기하며 가는데

저 앞쪽 무언가 까만것이 길을 건너는 거예요.

 

속도 팍 줄여 살금살금 가보니...너구리가! 지나가네요.

 

인적드문 산길이었으니 고양이가 아니라 너구리였던거죠.

지나 보내고 천천히 조금 더 가니 이번에는 어머나~ 귀여운 아기 너구리 두마리 @@

아까 그 너구리가 어미인것 같고, 애네들은 새끼 너구리 형제들 같았어요.

 

차를 세우고 (어차피 오가는 차량없는 적막한 밤산길이라... 잠시 세울수 있었어요.)

차안에서 우리끼리 귀엽다고 난리치며 지나가길 기다렸다 보내고.

웅~ 너구리 롯데월드 캐릭터 로티로리마냥  정말 귀엽던데요.^^

 

또 천천히 가다보니 저 앞에...

오호~ 세상에나 사슴이... 뿔달린 어여쁜 사슴이 우리가는 차선에 딱 서서

가지도 않고 가만히 서서 우리차 오는거 보고 있더라구요.

사슴인거 확인되자마자  얼른 라이트 끄고  천천히 1미터 가까이까지 다가갔는데도

겁도 안내고 우리차를 한참 응시하시더니... 옆 산길로 휙~ 올라 가더군요.

 

고라니도 아니고 정말 어여쁜 사슴을 동물원이 아닌곳에서 뜻밖에 만나고 보니

흥분되고 신나고, 밤 열두시 넘어 다시금 여행 기대로 들뜨고...

그러고도... 또 지칠만큼 구비구비구비구비~~~ 산길을 돌고또 돌아서

(네비게이션 화면이 깜깜한 화면에 주황색 도로길이 정말 구불구불구불구불 나타나요.)

1시넘어 목적지에 도착했었네요.

 

밝은 아침에 보니 우리가 저기 태?산을 구비넘어 왔구나 싶고

지난밤의 사파리 투어?가 꿈만같았어요.

 

지나오고 보니 그 고개가 아는 사람은 잘 안다는 구비구비 꼬부랑길.

영양 수비면 고개였더군요.

 

미리 예약해두고 추첨 당첨되었던 휴양림과 인근서 (휴양림+펜션)

산, 바다,계곡에서 즐겁게 여행을 마치고-

                                              * 정보- 전국 자연휴양림은 7월14일 부터는 성수기라 미리 예약이 되지않고

                                                지정된 추첨신청기간 통해 추첨된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어

                                                이미 추첨 기간도 다 끝났으니 여름 성수기에 휴양림 예약은 어렵습니다.*

                                                                                               *

다시는 그 꼬부랑길로는 가지 않겠다는 아이들과

평소 고속도로보다 아기자기 국도 여행 좋아하는 운전자 남편 의견따라

동해안 해안도로 따라 올라가다 영동고속도로로 가자해서

국도 따라오다 옥수수 보이면 사먹고

바다보며 노래부르며 신나게 달리다 추암해변, 추암 촛대바위도 들르고...

바다가 보이는 휴게소 옥계휴게소에 들렀어요.

 

남편과 아이들은 왕돈가스, 치즈돈가스, 안심돈가스 시키고

저는 옥계휴게소의 간판메뉴라는 시래기돌솥밥을 시켰는데요.

내가 해먹던 시래기밥은 시래기를 삶아 들기름에 무쳐 밥을 한 후 양념장에 비벼먹는

부드러운 밥인데

분명 시래기도 맞고, 양념장도 따로 나왔고, 따뜻한 돌솥밥도 맞는데

시래기는 삶아서 꾹 짜서 한덩어리 얹어놓았고 고명인 계란지단과 당근채도 따로 놀고...

여하튼 영~ 제 입에는 별로더라구요.

 

여행에서 돌아온 며칠후 반찬거리 딱히 없고

옥계휴게소서 실망한 시래기밥 떠올라서 시래기밥할려니 당장  장만해둔 시래기가 없어

우선 한무더기있는 가지로 별 생각없이 가지밥을 했더니...

어쨌거나 우리가족 입맛에는 오모나 @@~ 싶게 기대없이 만난 맛난 가지밥이 탄생?했다는

긴~ 이야기였습니다. ㅎ

 

저희는 여행길 자체를 즐기고 가족끼리 심하게;; 사이좋은 집이라

재밌는 얘기도 하고 함께 노래도 부르고 공포이야기도 해가며...

막히는 차안에서도 지들끼리 재밌는 스타일임에도 불구하고

영양 수비면 밤길 끝도없이 굽은 길은 많이 지쳤어요.

 

혹시나 멀미하는 어린 아이나 운전에  스트레스 받는 분들이라면

절대 피해가야할 코스구요.

 

오늘가도 되고 내일가도 되고...

밤길 구불구불 도란도란 재밌게 얘기하고 이런 밤길 여행체험(정말 체험 수준이었어요.)어디서 하겠어...

하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간다면 너구리도 보고, 운좋으면 우아하고 이쁜 사슴도 만날 수 있을거예요.

 

밤길이라서 주변 경치가 안보이니 더 힘들었던것 같으니

낮시간대에 통과하면 산짐승은 못만날것같고 (아무래도 밤보다 교통량이 있을테니)

좋은 경치보며 운전하긴 좋을거 같네요.

 

긴 이야기의 주제는 뭐니? 물으신다면...

저희가 네비 찍기를 칠보산 자연휴양림으로 찍어서 그 산길로 데려갔는지

그냥 영덕으로 찍으면 씽~하니 좋은 길로 네비가 안내해줄지는 잘 모르겠는데요.

 

어쨌든 칠보산 자연휴양림으로 네비게이션 찍고 영덕쪽이 초행길이면...

봉화지나 영양 수비면 구비구비 산길로 갈 수 있으니 피할 사람은 피해가란거.

바다가 보이는 휴게소 대표 메뉴 시래기 돌솥밥은 별로다~.는 주관적 의견과

그럼에도 그 휴게소서 바라보는 바다 경치는 멋지고 아름다웠다는

아름다운 휴게소 정보? 정도네요.

 

8월 둘째주에는 휴가여행으로 변산반도쪽 통해 순천,여수, 거제쪽 계획하고 있어요.

보성,순천쪽은 제가 좋아하는 지역이라 여러번 갔었는데

변산반도쪽은 군산 이성당 빵집에 가보기 위해 억지로 껴넣은 초행길이라

정보가 부족하니...맛집,여행지 추천도움말씀도 기다릴게요.

안전하고 즐거운 휴가기간 되세요~ ^^

IP : 175.118.xxx.186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해리
    '12.7.26 9:07 PM (221.155.xxx.88)

    재밌네요.
    뿔 달린 예쁜 사슴이랑 너구리 가족이라니....

    저도 몇 년 전 강원도에서 웬 고개길 넘어가는데 운두령에서는 하도 길이 험해서 사고날까봐 떨었고(사고난다는 사실보다 나 혼자 살까봐 -.-;;. 근데 밝을 때 가보니 차가 꽤 다니는 길이더군요.)
    여우재에서는 정말 순식간에 아무것도 안 보이는 안개에 휩싸였다가 간신히 빠져나오고나니
    그 험한 산길가에 웬 귀신으로 추정되는(?) 젊은 여자가 하나 나타나 기절초풍하기도 했어요.
    정말 여우에 홀린것 같은 기분.

    님이 가신 코스 잘 기억해둘게요.
    휴가 잘 보내세요~

  • 2. Deepforest
    '12.7.26 9:09 PM (110.14.xxx.131)

    저희집이랑 여행스타일이 비슷하네요. 재밌게 잘 읽었어요.
    저희는 재작년 한겨울에 동해-영덕-경주 코스를 다녀왔는데, 눈길 빙판에 캠핑카를 끌고 갔던지라 말씀하신 국도길은
    엄두가 안났을듯 해요. 그래도 종종 옆길로 새는 남편운전 덕분에 생각지도 않은 스릴을 맛보곤 합니다.ㅎㅎ
    올해는 큰아이가 고2라 장기간의 여행이 힘들듯해서 아직까지 휴가 계획을 못잡았는데,
    쏟아지는 별빛으로 가득한 밤하늘. 참 그립네요. 계획하신 여행 잘 하시길~. ^^

  • 3. 원글
    '12.7.26 9:33 PM (175.118.xxx.186)

    오호~ 해리님~
    글이 길어져서 제가 다 못썼는데요.
    저희가 그날밤 구비구비 산길을 돌아가다가 어느 한 모퉁이에서
    젊은 여자가 짧은 꽃무늬 딱 붙는 원피스 입고 다리 쫙 벌리고 서있던걸 마주쳐서
    기함 할뻔했었답니다.

    겁쟁이 저야 당연 으악~ 소리지르고 난리났고
    우리 남편도 등골이 오싹 하게 놀랐다네요.

    뒤에 있던 아이들은 못봐서 아쉬워 난리고... ㅎㅎ

    휙~ 하고 지나왔지만 분명 짧은 원피스 입은 젊은 여자였는데
    12시가 넘은 그 시간에 그 산길에 왜 그여자는 다리 쫙 벌리고 서있었을까요?

    남편과 둘이서 같이 봤으니 귀신은 아닐테고... 아직도 미스테리에요.

    또 10여년도 전에 강화도 어느 인적이 드문 밤길에서, 라디오로는 북한 방송이 지지직거리며 나오고
    안개는 점점 짙어지고... 그런 추억도 있고요.

    대관령 터널이 생기기전 예전에
    밤길 대관령 올라가다가 늦은 밤에 총든 군복입은 사람발견하고...
    무장공비?인가 뭔가 또 무섭다고 난리친 추억도 있네요.

    왜? 밤중에만 그리 다니냐... 면요.

    내일부터 여행시작이다면 우리 남편은 웬만하면 오늘밤 출발해서 미리가서 일출이라도 보고
    하루를 벌자는 아주 적극적인 행동가여서...
    미리 출발. 이런거 아주 좋아합니다.

    아이들이야 가는 차에서 놀다 자다 깨다하면되니 상관없고
    저는 또 남편과 둘이 그러고 얘기하고 노래하며 가는거 좋아하니 상관없다보니
    어째 밤 길 에피소드들이 많네요. ^^

    Deepforest님, 감사해요.
    멀리 못가시면 홍천만 가셔도 별빛 가득한 밤하늘 보실 수 있을거예요. ^^

  • 4. 수비..
    '12.7.26 10:18 PM (211.196.xxx.222)

    우리도 그길 자주 다녀요
    수비 버스정류소는 진짜 옛날 그대로 차부 느낌이예요
    영덕에서 수비가기전에 개울도 깊고 맑아서 놀다 가기 좋아요
    우리는 백암온천 뒷길(수비 가는길)을 귀곡 산장이라 불러요
    밤에가면 딱 그느낌...^^

  • 5. 원글
    '12.7.26 11:26 PM (175.118.xxx.186)

    오~ 수비님 그 길 아시는군요.

    맞아요.
    구비돌아 백암온천쪽으로 내려오더군요.
    귀곡산장. 딱 맞네요.

    수비 버스정류소... 그 길 밤길이지만 정겹더군요.
    여유있게 여행가도 좋을 곳이라... 지나고 나니 느껴지네요.

    거기 가로등이 고추와 벌 모양이던가요?

    그 밤중 그 와중에도 운전하던 남편이
    저기봐 고추모양 가로등 이쁘지 했던거 같고...

    귀곡산장길 구비구비길 어느 모퉁이 돌아 우리 눈앞에 서있던
    젊은 여자는... 누구??

  • 6. 토토
    '12.7.28 12:38 AM (110.12.xxx.87)

    당장은 못가겠지만 메모해뒀어요 원글님이 글을 조분조분 잘 쓰셔서 재밌게 잘 읽었어요
    마음같아선 당장 떠나고 싶네요^^

  • 7. 구주령
    '14.2.27 1:55 AM (211.234.xxx.112)

    수비에서 넘어가던 그 구불구불한 고개길이
    구주령이예요.
    저도 그 고개길 운전하고 넘어가서 백암온천 가기도 하는데 아들은 멀미나서 가기 싫어하는길로 손가락에 꼽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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