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이 되니 작년 여름 피서지에서 겪었던 일이 떠오르네요.
한참 지난 일이긴 하지만, 그때 얽혔던 사람들을 계속 봐야 하는 상황인지라
어떻게 그들을 대해얄지 감이 안잡혀 몇자 적습니다.
저랑 같은 지역에 사촌언니부부(40대초반)와 사촌오빠부부(30대중반)가 살고 있습니다.
제 큰 아버지의 자녀들입니다. (둘은 친남매지간)
결혼전엔 명절때나 보던 사이였지만 비슷한 시기에 결혼하고 비슷한 시기에 애들낳아 애들 나이가 고만고만하다보니
(3살~8살)
가끔 여자들끼리만 따로 만나 놀기도 했지요.
(서로 선을 넘지 않는 내에서 좋은 관계 유지했어요. 넘 가까이 지내면 맘상하는 일 생길수도 있다싶어 적당히 거리두고 지냈네요.)
지난 여름, 휴가 시즌을 앞두고, 새언니(사촌오빠의 처)가 여름 휴가 같이 가자고 제안이 왔어요. 자기네들끼리 (사촌언니가족과 사촌오빠가족) 휴가가려고 속초 리조트를 잡아놨는데 평수가 크고 방이 남는다며 우리가족도 휴가시간 맞으면 오라구요.
떠나는날 3일전에 연락이 왔고, 마침 남편회사에서 받은 휴가기간이라 집에서 놀고 있었고 마땅히 휴가계획이 없는터라 그러마했어요. 사실 친하게 지내오긴 했지만 남자들끼리는 간단한 안면식정도만(돌잔치,명절모임같은) 있었을 뿐이라 낯을 가리는 편인 제 남편이 많이 어색해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긴 했지만, 남편이 이번 기회에 제 친정식구들과 친해지고싶다고 하고, 자기네 친남매네 가족끼리가면 더 편할텐데 우리를 기억해주고 함께 하자는 제안을 한게 고맙게 느껴져서 같이 가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2박3일동안 리조트안에서 먹을 식사준비는 모두 제가 해간다고 했어요. 매일아침 먹을 국꺼리와 밑반찬및 저녁식사 (삼겹살, 부대찌개꺼리등) ,, 김치, 생수등 먹을꺼리에 관련된 일체 모두 제가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아이들 연령이 많이 어린터라 외식은 힘들어 숙소내에서 가능하면 끼니 해결하는게 좋겠다 합의했지요.)
+여기서서 잠깐 가족 구성원을 소개하자면,
저희 가족은 ,남편, 저, 4살,3살 연년생 아들,
사촌언니는 형부,언니,8살,6살 아들,
사촌오빠는 사촌오빠,새언니,5살딸, 4살 아들
입니다.
제가 혼자 식사준비 다 해간다니 언니들이 참 좋아하대요. 저도 기쁜마음으로 준비하며 설레였습니다.
여기까진 좋았습니다.
그런데...
숙소에 도착하고부터..뭔가 잘못된것같은 느낌..우리 가족이가 철저하게 따돌려지는 시츄에이션이 벌어졌습니다.
(저희 남편은 사촌들과 어울린 적이 거의 없어서 여행전에 참 망설였거든요. 이번 여행이 남편과 제 사촌들과 가까이서 만나게 되는 첫 상황임)
숙소에 도착하니, 두가족은 먼저 와있더군요.
(새언니는 갑자기 친정에 무슨 일이 있어서 사촌오빠가 애들만 데리고 와있고요, 사촌언니네 가족은 모두 와있었구요.)
우리가 도착하자 일단 남자들끼리 인사하고 (저희 남편과는 많이 조심스러운 사이) 거실에 앉더니, 형부와 사촌오빠 둘이서만 얘기하는겁니다. 쭈욱~~~~.그러다 티비를 틀더니 셋이서 (형부,언니,오빠) 얘기하며 런닝맨 시청~~
조심스러운 사이면,,,말 시키기 귀찮아도 일단은 좀 시도해봐야하는거 아닌가..요?
제 상식으론 그렇거든요.
최소한.. 오느라 힘들었지?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 이런 말이라두요.
근데 처음에ㅡ 안녕하셨어요? 어서와요. 딱 이 한마디 하고 거실로 가서 소파에 앉더니 우리쪽은
눈길도 안주고 개무시하더라구요.
너넨 너네끼리 놀아라" 란 분위기가 거실 한가득 메운것을 느끼겠다고나 할까요.
너무 민망해진 제 남편이 오히려 (소심하고 말없는 스탈인데)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오바하면서 말시키더라구요,
송지효는 아직 안나왔네요? 머 이런 생뚱맞은 말로 땀 뻘뻘 흘리며 어떻게든 이 난관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마구 보이더라구요 ㅋ
근데 대답없음. 헉.
당황해진 제 남편이 또 먼가 말 시키자, 여전히 눈은 티비에 고정, 단답형 대답만하고 있네요.
약 30분간 그들은 티비를 보았고, 저흰 티비를 보는 그들을 바라보았네요. 대화 시도해도 단답형으로만 대답해서 아예 대화가 오고갈 수가 없는 상황.
화가 난다거나 짜증난다거나 하는 감정은 느낄수가 없었구요,
머릿속엔 퀘스쳔 마크 "???" 왜???? 만 둥둥 떠다녔습니다.
기이한 상황인거지요.
아니 도대체 왜? 같이 가자고 먼저 제안해놓고선 왜? 저런 태도를 취하는거지?
난감해진 저는 딱히 할일도없고, 말시켜도 티비만 보니, 가지고온 식재료들 꺼내서 싱크대에서 정리하고 밥할 준비했네요.
쌀꺼내서 씻고 된장찌개 꺼리 꺼내서 준비하고 있는데, 사촌언니가 소파에서 고개만 돌리더니,
"와~~ 벌써 밥 준비하는거야? 너 음식잘한다고 그러더라~ 오늘 너가 한 음식좀 먹어보자"
이러더니 다시 티비로 시선고정.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사촌언니가 부유해서 살림안하고 도우미 아줌마두고 산다고는 하나,
놀러와서 친동생도아닌 사촌동생 부엌데기 취급하며 손하나 까딱안하려는건가? 지금??
여자는 언니와 나 둘뿐이고, 식구수는 애들까지 11명인데?
기가 막혔지만...식구들 많은데서 머라고 받아치면 분위기 험악해질것 같아..일단 썩소 한번 날려주고 대꾸안하고
묵묵히 밥했습니다.
불쾌한 마음으로 밥을 어떻게 먹었는지 모르겠네요.
밥을 다 먹고 나니, 형부가 이런데와선 남자들이 일하는거라며 ;;;; 설거지 하더라구요, 다행스럽게(?)
뭐 그러다가 애들 씻기고 재우고,,어른만 남아 맥주를 마시는 시간이 왔습니다.
여전히 우리부부는 겉돌고 있고...자기네끼리 얘기하더라구요.
물론 친남매간이라 할말도 많고 공감대도 많아 밀린 얘기하는거겠지만,
처음으로 이런 자리에 끼이게 된 남편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습니다.
머리가 점점 복잡해지고 내가 여기 왜 와있는거지? 라며
이곳에 오게된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는 사이, 자기네 끼리 오고가는 대화중..
언니:그럼 아침은 어디서 먹을까?
형부; 집에 와서 먹지 뭐.
오빠: 거기 클럽 샌드위치 맛있는데 먹고오자.
언니: 애들은?
형부:@@(제 이름) 있으니까..뭐..
이런 대화가 들렸습니다.
저; 내일 아침에 어디 가?
언니;말... 안했나? 우리 골프치러 가...(더듬으며 말하면서 얼굴에 미안한 표정 스쳐지나감)
저; 누구ㅡ 누구 가는데?(얼굴에 피가 몰리기 시작)
언니; 그이랑, ** (사촌오빠)
잠시 침묵,.
나; 그럼 우리는?
잠시 침묵...
언니; 너희는 골프안친다고 하던데....(기어들어가는 목소리)
네, 저희부부는 골프 안치는거 맞긴 한데, 언니가 우리한테 물어본적도 없었지요.
저; 그럼 애들은?
언니; 너가 있으니까 뭐....
저;언제 올건데? (이때부터 제 표정에 띠꺼움이 나타나기 시작했을거에요)
언니; 한 10시쯤...아침먹고 올게.
저; 애들 밥은,,,? 애기들은 먹여줘야 하잖아.
언니; 차려주기만해. 자기네들끼리 잘 퍼먹어.
이러더군요.;;
2박3일간의 일정중 2틀간의 아침은 골프일정이 잡혀있더군요. 알고보니 골프여행이었던 거였어요. 우린 여기와서 알았구요.
이튿날 새벽에 언니오빠들 나가고 없고, 아침에 4살 5살 꼬맹이들 오줌 뉘어주고 똥뉘어주고
아침차려서 떠먹여주고 상 치우고 나니 9시쯤 들어오더군요.
우리 부부한테 미안해서 아침 안먹고 왔대요 ㅋㅋㅋ
자기네가 차려먹든 말든 내버려뒀습니다.
이때부턴 마음이 참 편안해지더군요.
기분이 상한채로 여행내내 저희 가족 겉돌았고요,
마지막 날 숙소 체크아웃 할때가 되었어요.
사촌오빠 왈,
"@@야, 총 30만원정도 나왔으니, 각 가정당 10만원씩 내면돼. 내가 문자로 계좌번호 쏠게~"
이러더군요.
물론 웃는 얼굴로 알았어 오빠^^ 이러고 돈 보냈습니다.
하지만 뒷통수 가격당한 기분이 들대요.
처음에 전화로 얘기하기를, "방이 남으니 오라" 는 거였는데요.
같이 여행 계획을 잡고, 숙소를 잡고 하는 상황이 아니고,,,
숙소다 잡아놓고 생각보다 숙소가 넓어서 방이 남으니까 오라고 하는걸,,,
전 숙소값은 지불 안해도 된다고 생각했나봅니다.
그래서 식사,술,간식등 까지 20만원에 가까운 식비를 담당하면서
언니들이 땡큐~ 했을때 그들이 숙소비용은 책임진다는 말로 저 혼자서 착각했나봅니다.
이 인간들이랑은 그날 이후로 가끔 만나던 모임도 안갖고 얼굴 안보고 있는데요,,
제 속이 좁은 걸까요?
사촌오빠 딸 돌잔치때 한창 금값 비쌀때 20만원 가까이주고 돌반지 해주고
우리 아들 돌잔치때 오지도 않고 이후에도 아무 말 없을때도,,
그냥...바빠서 그랬겠지..섭섭해하지도 않고 생각도 안했는데...
저일 있고나니 그 인간들이 참...개념없는 인간이로구나...하는 생각이 퍼뜩 드네요..
제 속이 좁은걸까요?
제가 오바하는걸까요?
휴가철이 다가오니 작년 그때 생각이 나서 흥분해서 하소연 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