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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글 관련, 대형견 키우시는 분 계세요?

패랭이꽃 조회수 : 1,700
작성일 : 2012-07-19 23:14:12
82쿡 글을 읽다보니 한국에서 대형견 기르려면 엄청난 눈총과 편견을 극복해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리트리버, 허스키, 말라뮤트, 진돗개, 세파트 등 대형견 키우시는 분들의 수난사도 궁금하네요.

저도 대형견 많이 키운 경험이 있고 또 얼마나 힘든지 알아서 대형견을 안 키우려고 했으나
----아니, 개를 키웠더니 어디 여행이라도 맘 편하게 가나, 아프면 아픈대로 병원 데려가
삼시 세끼 밥해다 바쳐야 하고 새끼 낳으면 산모견 산구완해야지, 산책 시켜줘야지...접종해 줘야지---
다시는 개 안 키운다고 결심하고 개 없이 산지 4년.
그러나 남편이 조르고 조르는 바람에
푸들 이상의 크기의 개는 안된다고 못 박고 개 키우기를 허락함.

그러나 이 놈의 팔자에 대형견만 꼬이는지 믹스견이라고 딱 푸들만큼 큰다고 남편이 큰 소리를 쳤으나
어느 날 보니 진돗개만큼 자랐더라고요. 그게 다 자란 줄 알았더니 일년 지나니 어깨가 딱 벌어진 것이
챠우챠우만큼 자라고. 집은 그야말로 코딱지만한 방 두 개짜리 아파트...
제 친구는 좁은 아파트에 진돗개를 키우는 것은 동물학대라고 저를 비난하지만
그 친구는 가게 뒤뜰에 진돗개를 두고 일주일에 한 번도 산책도 안 시켜줍니다.
하지만 저는 매일 매일 평균 하루 두 번 40분 이상 산책을 시켜주거든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태풍이 부나 날이 쪄죽을 것 같아도
이 놈의 개님이 집안에 배변을 하는게 습관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 합니다.
또 나름 깔끔한 개라서 도로변에는 절대 배변을 하지 않고 공원 한쪽 붉은 흙더미가 쌓인
지정 장소가 있습니다. 거기에만 볼일을 봅니다.

아까 개 산책 시켜주는 아르바이트 이야기도 나왔는데
실제로 제가 사는 이곳에는 그런 일을 전문으로 하는 '독 워커'(Dog walker)들이 있어요.
이들 독 워커들은 월정 회비를 받고 매일 아침 집집마다 가정 방문 하여 개를 데려 가는데
개를 보내는 주인이나 개들의 얼굴은 마치 유치원이나 학교를 가는 어린애 같은 그런 분위기예요.
이들 전문 산책인들은 이렇게 모은 개들을 데리고
별도로 만들어진  애견공원에 개를 데리고 가서 다른 독워커들이 데려온 개들과 어울리게 합니다.
어린 강아지들도 이 같은 독 워킹을 통해 개들 나름의 사회화를 배우고 어울리는 법을 배우지요.
독 워커들도 '리트리버 전문 독 워커', '소형견 전문 독 워커(주로 여성들)',
'세퍼트 독 워커'들로 나뉘더라고요. 집 주위에 리트리버 전문 독 워커들이 있는데
골든 리트리버, 누렁이 라브라도 리트리버, 검정 리트리버들이 스무 마리도 넘게 독 워커와 함께
거리를 걷는 모습을 보면 리트리버 병사들로 이뤄진 군대 같고,
푸들, 비글, 말티즈 군단으로 이뤄진 그룹은 꼭 소풍가는 유치원 꼬마들 같아요.

한 번 대형견을 키워서 그런가 저는 소형견은 이쁘긴 하지만 대형견이 더 좋더라고요.
일단 듬직하고 헛짖음이 없어요. 저희 개도 아파트에 살지만 짖음 소리 때문에 항의 받은 적이 없어요.
그리고 제가 키우는 개에 대해 불쾌해 하지도 않고 무서워하지도 않고 -블래키'(털색깔이 검기 때문에)
는 잘 지내느냐 묻는 할머니들, 휴가 가면 대신 개를 산책시켜주는 옆집 아저씨
늘 이쁘게 생겼다고 안부를 묻는 아가씨들, 젊은 총각들 우리 이웃에게 진심 감사하네요.
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바로 윗집 유태인 랍비가족들에게도 감사하네요.
특히 검은 베레모를 늘 쓰고 있는 정통 랍비 주인 모이세스 씨.
한 번도 개를 치우라느니 공동주택에 개 키우지 말라는 소리없이 인정해 줌을 감사하게 됩니다.
IP : 186.136.xxx.153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7.19 11:46 PM (1.247.xxx.147)

    어디 사시는지 모르지만 개들의 천국같네요
    한국에서는 아파트에 대형견 키우면 눈총 깨나 받긴 하더군요
    어렸을때 친정 아버지가 개를 좋아하셔서 집에 개가 끊이지 않았는데요

    진돗개 세퍼트 불독등
    그 때는 (거의 삼사십년전 ) 목줄을 매지 않고 키웠는데
    동네 실컷 돌아다니다가 저녁때쯤이면 집으로 돌아와 밥먹고 자고
    낮에는 나가서 돌아다니고 햇던것 같네요

  • 2. 패랭이꽃
    '12.7.20 12:06 AM (186.136.xxx.153)

    예, 나라는 한국보다는 가난한 나라일수도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장애인, 동물에 대한 인식은 한국보다 훨씬 나아요.
    여기는 개를 잃어 버려도 한국처럼 보신탕이 될까 걱정은 안되는게 그나마 낫다고 할까요?
    그리고 저희도 어린 시절 개를 많이 키웠는데 대부분 풀어놓고 키우고 저녁에 밥 먹으러 왔던 기억이 있어요.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요.

  • 3. 제발...
    '12.7.20 12:06 AM (118.38.xxx.44)

    목줄 좀 하고 키우기만 해도 감사할 거 같네요.

    제 경우는 그 대형견 키우는 집 때문에
    도저히 못참아서 제가 이사했습니다.

    초등1-2학년 만한 시커먼 개가 하루에도 몇번씩 목줄도 없이 엘리베이터 타고
    주인은 한창 떨어져서 다니고.
    목줄 좀 해 주십사 말을 해도
    "우리 개는 안물어요" 한마디로 끝이고.

    참을 수 없어서 결국 복비에 이사비까지 다 부담하고 이사했네요.
    대형견을 아파트 작은 평수에서 키우던 큰평수에서 키우던 상관은 안하는데
    최소한 목줄좀 하고 다니고 관리좀 해줬으면 합니다.

  • 4. 제발...
    '12.7.20 12:10 AM (118.38.xxx.44)

    그렇게 좋은 이웃이 못되어서 죄송하지만요.
    개를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답니다.

    타인의 취향도 좀 존중해 주길 바랍니다.
    큰거 안바랍니다.
    엘리베이터 탈때 목줄 좀 잡아주고, 아파트 구역내에서 목줄 좀 잡고 다녀주고요.
    그 정도는 개를 키우는 사람도
    개를 안키우는 사람들에게 배려해야 하는 사항 아닌가요?

    더구나 그렇게 큰 개의 경우에는 더더욱이요.

  • 5. 패랭이꽃
    '12.7.20 12:11 AM (186.136.xxx.153)

    제발님. 이해되어요.
    저도 대형견 키우긴 하지만 로트와일러 같은 맹견이나 핏불을 목줄을 풀고 다니면
    너무 괴롭거든요. 특히 저는 쌈질꾼 진돗개 후손을 데리고 다니기 때문에
    풀어 놓은 개들과 지나가다가 으르렁질하다가 맞붙는 경우가 있어서 그 마음 이해 한답니다.
    저는 개 꼭 묶어서 데려가고 엘리베이터 이용 안해요. 계단으로 다닙니다.
    좀 더 멀지만 이웃들이 불편한 것도 괴롭고 내게는 사랑스런 개가 맹견 취급 받는 것도
    좀 섭섭해서요. 하여튼 저도 목줄 푼 대형견은 좀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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