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0년차 전업주부 입니다.
오늘 낮에 아이가 유치원가니 딱히 할게 없어서
물건 다 꺼내 정리하기 했습니다.
제 눈에 딱! 띈 10년전 다이어리 우와~ 핑크색 이네요.
(다른건 다 버리고 없는데 그것만 있네요)
뭐가 그리 핑크빛이라고 참.....
근데 내용이 완전 충격! 결혼준비하던 과정,신혼초 일상들이
적혀있는데 찬찬히 보다가 이거 내꺼 맞나 싶어서 뒤에 이름 확인했네요.
몇가지 내용(좀 오글거림)
'예비시어머니와 데이트 현대백화점 12시'
'오빠(지금의 남편)놀러감 XX일식집에서 저녁'
'얏호!!여름휴가 제주도 하얏트 3박4일'
'오빠퇴근할때 우산들고 마중나감'
대략 이런것들.. 저 제가 쓴거 읽다가 처음엔 소름이 막 돋고 기억도 안나는
아니 그런거 기억할 여유도 없던 지난 일들을 생각하니 갑자기 서글퍼 지네요.
시어머니랑 데이트라니.....참내....그날 악몽이 막 떠오르면서 그때 결혼을 엎질 못할걸
마구마구 후회합니다. 일식집...간날...시댁에서 과일먹는데 시어머님이 제가깎은 사과 다 버림
먹기싫게 깎아놨다고 완전 무안준거,여름휴가 제주도 ...신혼여행 갔다온지 두달도 안됬는데
또 놀러간다고 왕 구박. 오빠퇴근할때 우산..참...그땐 그래도 좀 좋아했나봐요.
지긍믄 정말 딸아이 잘 키우자는 그 목표하나로 사랑보다는 의리나 동료의식 같은거..
지금은 비 온다고 차로 태우러오라고 하면 완전 짜증내요.
그런데 더 반전은 지금은 저런거 하나도 못하는 현실이라는거...--;
10년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제일 큰일이 경제적으로 좀 힘들어 진거예요.
지금 7세 딸아이는 비행기 타보고 싶다고 제주도 한번 가자고 노래노래 하는데
가까운 콘도에 가는것도 부담스런 이 상황이 너무 미안하고 속상하네요.
남편일이 잘 안돼서 돈 문제가 좀 있었어요. 잘 사는 시댁도 처음엔 도와주시더니 지금은
너네가 해결해..하십니다. 맞습니다. 저도 그게 맞다고 생각해요.
집 줄이고 제 퇴직금 불린거 털고해서 빚은 약간 남았어요.
그런데 너무 속상한건
제가 사치스럽고 낭비하며 산게 아닌데..
남편상황 알고는 넘 힘들고 인정하기 힘들었지만
내가 선택한 삷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절약하며 살았어요.
옷장 열어보면 외출복은 결혼전 심플한거 좋아해서
사둔 옷 두벌로 여태 돌려입고 티 몇장 바지몇개로 평상복..(쓰다보니 진짜 대견함..ㅎㅎ)
결혼후 처음 1년빼고는 평균250으로 5년 살았습니다.(대출금 내고 하니까) 그후는 조금 늘었지만
물가도 오르고 아이가 크니까 좀 힘이드네요. 그래도 그 와중에 저도 알뜰히 모아서
저축2천만원 있으니까 열심히 산거 맞죠...?(이건 아무도 몰라요.남편도)
남편이 결혼후에 일을 벌렸다고 시 부모님은 그걸 다 제 탓 하세요.
여자가 잘못 들어왔다는 그 말..말이예요.
그 함축적인 한 문장에 제 맘고생 대충 느껴지시나요~
아...지금 가장 부러운건 비행기타고 제주도 가는 사람들!이네요.
우리딸 내년엔 엄마가 꼭 비행기 태워줄께!!
그래도 어쩌겠어요.웃으면서 열심히 살아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