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설거지 하니 떠오른 옛날 일ㅎㅎ

시오랑 조회수 : 2,820
작성일 : 2012-07-18 18:38:41

설거지글 보다보니 생각나는 일화 ㅋㅋ

 

 

20대 초반무렵 스터디하러 들른 남자동기네 집.

당시 저와  cc였던 남자애의 절친네 집이었는데요

돌아가며 스터디 멤버들 집을 전전하며 공부하고 과제하던 시기였어요.

그 그룹에 여자라곤 저를 비롯 두명뿐이었고 나머지 5명은 모두 남자였고,

남자동기네 집에 들른 그 날엔 다른 여자멤버 한 명이 빠진 상태였어요.

 

 

일부러 식사시간은 피해 가는지라 2,3시쯤 동기네 집에 도착했어요.

근데 저희가 온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계셨던 동기 어머님이

가게를 하시는데도 불구하고 미리 와서 기다리고 계시더라구요.

돌아서면 배고플 나이고 덩치가 산만한 장정들이 몇인데 내가 뭐라도 채려줘야지,

하시면서 정말 따뜻하게 맞아주셨습니다. 그것은 진짜 감사했어요.

 

근데 문제는 여기서부터.

어머님이 내주신 식사와 간식을 폭풍흡입하고

특히나 몇몇은 저녁시간 알바가 잡혀있는지라 더욱 촉박해진 시간 내에

그룹과제 해보자며 전공책을 꺼내들 찰나

방문이 벌컥 열리더라구요.

 

10여년이 지났건만 잊혀지지 않습니다 ㅎㅎ

동기 어머님의 그 한마디

"ㅇㅇ이, 넌 나와서 설거지 해야지. 여자애가 본데 없이 그게 뭐냐"

 

남자형제 없이 무남독녀로 자라서일까요, 대한민국 1%의 가정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설까요?

진짜 맞닥뜨려본적 없는 상황에서 전 돌처럼 굳었습니다.

뭐라고 반응해야할지 모르겠더라구요.

근데 더 당황스러운건, 항상 저와 같은 수업을 듣고, 같은 과제를 분담하고

심지어 금요일 수업끝나고 가지는 술자리때 꼬박꼬박 회비도 다 걷어가던 남자동기 녀석들이

당연하다는듯 '안나가고 뭐하냐?'라는 눈빛을 보내는 상황, 그것이었네요..

 

결국 마지막 희망이었던 제 cc남친마저 절 외면했을때 ㅋㅋㅋ

제 입으로 말했어요

"어머니, 식사는 정말 감사하게 먹었지만 어째서 저만 설거지를 해야 하나요?

시키시려면 모두에게 시켜주세요. 저도 여기 공부하러 왔습니다"

 

동기 어머님은 아연실색하셔서 몇 번 더 저를 추궁하시다가 고갤 가로저으며 나가시더라구요.

뭐, 그분껜 제가 못됐고, 못배우고, 본데없는 계집애로 보였을지 모르지만

전 그때 따라나가 설거지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지금도 정말 다행스럽습니다.

 

 

물론, 아까 이슈가 됐던 시댁설거지와 나란히 놓고 볼 문제는 절대 아니란 거 저도 잘 알고 있지요.

문득 그 글을 보다보니 생각이 나서요.

우리집 어른을 잘 모시는 것은 남녀를 떠나서 장려되어야 할 덕목이라 보지만

집안일=여자일로 당연시 되는 이런 풍토는 하루빨리 없어졌음 좋겠습니다.

 

 

하긴 십년이나 지난 일이니 요샌 저러는 분들 없으시겠죠?

IP : 112.145.xxx.2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헐......
    '12.7.18 6:40 PM (1.245.xxx.199)

    대박 무개념이네요

  • 2. 시오랑
    '12.7.18 6:46 PM (112.145.xxx.2)

    근데 그것만 제외하곤 아주 좋은 분이셨어요.
    정도 많은것 같으시고, 이것저것 해박하셔서 식사하면서도 즐겁게 얘기나눴던 게 기억에 남거든요..
    오로지 저 부분만 ㅎㅎ;;

  • 3. 유나
    '12.7.18 6:48 PM (119.69.xxx.22)

    ㅡ_ㅡ;; 컥...

  • 4. 오예
    '12.7.18 6:56 PM (220.116.xxx.187)

    충격과 공포 그 자체네요 .
    안 하신 게 백 번 천 전 잘 하신 거에요 !

  • 5. ...
    '12.7.18 7:03 PM (58.239.xxx.10)

    직장동료집에 초대받아갔더니 친정언니를 모셔놨더군요,,언니가 과일이랑 음식준비 다 거들고 일도 참 야무지게 잘 하셨어요,,그리고 저보고 후배 설겆이 시키는 자기 동생 욕하더라구요 ㅋㅋㅋ
    그 후배가 저희 집에 놀러왔는데 제가 밥차려 주고 나니 자동으로 애가 일어나서(그때일이 생각나서 해야되는걸로 생각했는지) 막 설겆이를 하더라구요
    말리는데 우기고 하길래 할 수없이 같이했네요,,,--;;;

  • 6. ..
    '12.7.18 7:16 PM (1.225.xxx.116)

    십년이나 지난 일이니 요샌 저러는 분들 없으시겠죠. 2222222

  • 7. 다행
    '12.7.18 8:51 PM (115.178.xxx.253)

    나가서 설겆이 하거나 그냥 왔을까봐 걱정
    그나저나 남자 동기분들도 그때는 어려서 그랬겠지만
    똑같이 못났었네요

  • 8. 1% 가정교육은 그렇게 받나봐요
    '12.7.18 8:54 PM (118.38.xxx.44)

    가위바위보를 하던
    사다리를 타던
    그 중 두세명 정도 뽑아서 설거지해야 한다고 배웠는데요.

    그 사람들 다 같이 할 상황은 아니지만,
    그 상황에서 식사까지 마련해주신 분께
    설거지까지 다 떠맡기는게 똑똑한 건줄 처음 알았네요.

  • 9. 시오랑
    '12.7.18 10:27 PM (112.145.xxx.2)

    엄밀히 말하자면 손님으로 간것인데 객을 맞는 주인입장인 자기 아들은 놔두고 여자란 이유만으로 절지목한 순간부터 솔직히 대접받았다는 생각이 안들더라구요 차라리 설거지 좀 도와줄래 얘들아,이러셨음 동기남자애들 엉덩이 걷어차가며 제가 나섰을수도 있었겠네요 ㅎㅎ

    아 그리고 저희집에서 모였을땐 저희어머니랑 제가 백퍼센트 대접했습니다
    처음 방문한 손님은 노소 구분없이 온전히 대접해 드리고 보내는거라 배워서요 ^^

  • 10. 시오랑
    '12.7.19 8:32 AM (112.145.xxx.2)

    제가 들어가서 함께 도와드리며 설거지도 하고 어머니와 얘기도 나눌수 있는 상황이면 기껍게 하구요, 똑같은 설거지라도 제가 들어가는 순간,
    어머니든 누구든 저만 남기고 다 거실로 가시는 부엌데기 상황 연출된다 싶으면 안합니다

    좀 못된건지 모르지만 배려나 공경도 사람을 보가며 하게 되더군요 ㅎ..


    베즈트는 예비신랑이 먼저 설거지는 저희 둘이 할게요, 하며 나서주는 거겠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32620 7월 24일 미디어오늘 [아침신문 솎아보기] 세우실 2012/07/24 835
132619 c컬 단발 또는 보브단발 어떤게? 12 지금가요 2012/07/24 6,650
132618 간밤에 못 처럼 그분이 오셨다. 4 ㅎㅎㅎ 2012/07/24 2,247
132617 문의-싸이클 대여 ... 2012/07/24 1,057
132616 난 안철수 안뽑을랍니다 66 별로 2012/07/24 14,431
132615 팔@ 비빔면 맛있게 끓이는 방법이라네요~ 7 냠냠 2012/07/24 3,615
132614 이유없이 살이 빠져요 - 갑상선관련질문 5 갑상선 2012/07/24 5,723
132613 임성민 인각극장보신분..냉동피자.. 1 ㅇㅇ 2012/07/24 3,774
132612 서천석샘 '아이 자존감의 비밀' 영상 정리 325 음음 2012/07/24 26,106
132611 우리나라 성폭행범이나 강간, 살인자는 얼굴 공개해야되요 3 진짜 2012/07/24 1,089
132610 상식이 통하고 소통이 자유로운 세상 1 파사현정 2012/07/24 1,179
132609 6세딸이랑 데이트.. 베니건스에서 먹을 메뉴추천요!! 오늘이에요.. 5 데이트 2012/07/24 1,540
132608 초4 아들땜에 미치겠어요 21 왜그러니 2012/07/24 4,626
132607 더이상 노무현같은 히든카드는 없을 줄 알았는데 12 힐링감격 2012/07/24 3,306
132606 "불황에 옷 안팔려요" 문닫는 의류업체 참맛 2012/07/24 2,064
132605 초4성교육 1 난감 2012/07/24 1,484
132604 친박 "안철수, 위험한 정치 아마추어" 34 ,,, 2012/07/24 3,416
132603 무릎을 구부렸다 펴면 찍~소리가 나요. 3 ㅡ.ㅡ 2012/07/24 2,117
132602 TV토론에서 안철수와 박근혜 양자 토론 함 보고싶네요 9 .. 2012/07/24 1,552
132601 장녀를 두신 어머니에게 3 .. 2012/07/24 1,895
132600 상한계란을 드렸어요~ 1 사과향 2012/07/24 1,271
132599 8월 1,2,3일에 여수 엑스포 가려는데, 숙박 좀 소개 해 주.. 8 여름휴가 2012/07/24 1,838
132598 아침에 일어났더니 한쪽눈이 퉁퉁 부었네요 3 피부과 2012/07/24 1,590
132597 엉덩이가 번들거리는 양복바지를 계속 입겠다는 남편 때문에 10 .. 2012/07/24 7,481
132596 7월 24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2012/07/24 1,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