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제 동생이 친정엄마 생신을 맞이하여 고향에 다녀왔어요.
저희 가족도 가려고 했으나
엄마가 직장생활을 하는데 저희 식구가 가면 너무 번거로우니
애들 방학하면 그때 보자고 하셔서 안갔습니다.
친정이 휴양지라 애들 방학하면 일주일정도 친정에서 머물러왔거든요.
그러니 곧 방학이니까 그때 겸사겸사 같이 보자는 말씀이었지요.
그래서 저희는 안가고 생신축하금 입금.
제 동생만 가서 부모님, 외할머니, 이모, 이모부 모셔서 함께 식사를 했답니다.
그런데 그 자리가
제동생이 굉장히 불편했었다는 이야기를 전해왔어요.
배경을 설명하자면
저희 이모는 아들 둘
우리는 딸 둘
이모 아들 둘은 지방대 나와서 현재 큰아들은 모기업 계약직이고 작은아들은 학습지 방문교사를 하고 있어요.
저희가 알기론 큰아들 월급 300 정도 작은아들 월급 200정도
저희 자매는 둘다 명문대라 할 수 있는 사립대 나왔구요.
저는 직장생활하다가 지금 전업, 제 동생은 직장생활 중입니다.
제 남편은 연봉이 좀 높은 편이지만 결혼할 때 0으로 시작해서 지금 겨우 전세금 모아가는 중
대출금과 이자 갚느라 허덕허덕 하고 있어요.
아시겠지만 연봉 1억이라 해도 실수령액이 600 좀 넘고
서울에서 애둘 키우고 차사고 이자갚으면 남는거 별로 없죠.
제동생은 월급 300 좀 넘습니다.
이런 소득수준을 다 이야기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모 아들들.. 그 중에 큰아들이 효자병-_-에 걸렸는지
현재 나이가 35살인데 애인도 없고. 지방대 나와 서울에서 직장생활 하다보니 친구도 없고
술담배도 안하고 딱히 취미도 없으니
부모님이 구해주신 방2개짜리 전세집에 살면서
남는 돈을 모조리 부모님에게 드리나봐요.
매달 용돈 얼마씩 드리고 어버이날이나 생신때 아들 둘이 모아서 100만원씩
가끔씩 여행보내드리고 집에 올때마다 외식에 장, 선물 이런것들을 잘 하나봐요.
그리고 이모인 저희엄마에게도 선물 사주고 과일 한박스씩 보내준다고 들었습니다.
소득수준 대비 계산을 해보면 도대체 저금은 하고 사는건지. 결혼자금은 모으고 있는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부모님에게 평소에 많은 돈을 드리고 있더군요.
그런데 그 사실을 가족 모임에서 이모가 매우 자랑을 하면서
그 화살이 저희 자매한테 날아온거지요.
몇달 전 아버지가 은퇴하시고 엄마도 올해까지만 직장생활을 하시게 되었는데
아버지가 은퇴하셨으니 이제 생활비는 딸들이 대야한다며
제 동생에게 당장 이번달부터 몇십만원씩 부모님께 드리라고 하더래요.
그리고 맏이(저)는 뭐하는거냐며 제 흉을 보시고.
저는 맏이니까 책임을 지고 앞으로 부모님 생활비를 대야한다며... 제 동생보고 꼭 말을 전하라 했답니다.
그리고 내년에 자기 아들들이 유럽여행보내주기로 했으니
우리 부모님도 같이 가게 얼른 천만원 모으라 했대요.
내년에 같이 유럽여행가게 지금부터 열심히 모아서 천만원 준비하라고 언니한테 전하라고...
그래서 제 동생이
서울 물가며, 지금 전세금이 얼마나 올랐는지 설명했으나
본인 아들들은 그 와중에 자신들에게 얼마나 잘하는지 자랑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면 얼마든지 부모한테 잘할수있는거라고. 정신상태의 문제라고 했다네요.
그리고 또다시... 큰딸인 제가 모범을 보이지 않는것에 대해 비난.
그 자리에서 저희 엄마아빠는 그냥 웃으면서 듣고 계셨다는데...
기분이 좋지는 않으셨겠지요.
제 동생이 너무 얼척이 없다면서. 저한테 하소연하면서
이번 방학때 내려가서 이모 만나면 분명히 언니 한소리 들을거라고 각오하고 가라네요.
저는 만약 이모가 저한테 그런 소리 하시면 저는 정말 혈압오를것 같아요.
이모 아들들이 지금 정신나간거라고. 자기 앞가림은 잘하고 있는거냐고.
아직 결혼도 안하고 있는데 결혼할때 이모 이모부는 서울에 전세 해줄 돈은 있으시냐고 (제가 알기론 없습니다)
그게 아니면 아들들이 전세금 모으고 있는거냐고.
도대체 어떤 여자를 데려와서 고생시키려고 지금 그러고 앉아있냐고 한소리 하고 싶을것 같아요.
하루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인생도 아닌데
지금 당장 무슨 효도를 어떻게 하겠다고 뻔한 월급에서 저렇게 지내는지 도대체 모르겠네요.
또 이모는 거기에 취해서 그렇게 안하면 마치 엄청난 불효자인냥 저희 자매를 몰고 가구요.
물론 저희도 잘하고 싶지만.
당장 아무것도 없이 제로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일단 저희가 살고봐야지.
효도하겠다고 지금 어영부영 돈을 쓰면 우리는 무슨 돈으로 집을 사고 무슨 돈으로 애들 교육을 시키나요.
물론 저희가 지금 하는 수준은 매우 기본적이고. 어떻게 보면 잘 못하고 살고있지요.
명절, 부모님 생신, 어버이날, 결혼기념일에 20만원씩 드리고
가끔 저희집에 오시거나 저희가 가게 되면 용돈 20~30만원씩 드리고
갈때 쇠고기 사가거나.. 맛있는 과일 있으면 보내드리고.
2~3년에 한번 정도 가까운 해외여행 보내드립니다.
저희가 그렇게 하면 저희 부모님은 저희가 해드린만큼 돌려주셔서
(음식을 해서 보내주신다거나 애들 옷을 사주신다거나 애들 장난감을 사주시면서)
사실 뭐 그돈이 그돈이긴 해요.
하지만 저희는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는거고. 그 이상 해드리다간 그냥 다같이 여기서 주저앉는거라
진정한 효도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일단 우리가 터를 얼른 잡고 잘 사는것이 진정한 효도라고 생각하는데
옆에서 이모가
저한테 계속 부모님 생활비를 대라. 여행비를 내놓으라. 어쩌라 저쩌라 하시면
정말 스트레스 받을것 같습니다.
이번 방학때가서 이모한테 계속 그런 소리 들을바에 아예 가지 말까 하는 마음도 들어요.
2년전만해도 이모 아들들이 백수여서 이모가 기가 푹 죽어있었는데
2년동안 아들들이 취직해서 돈으로 효도를 해드리니... 이모가 약간 흥분하셨나... 왜그러시나 모르겠네요.
이런 간섭이 심한 이모.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남편한테 이야기했더니
이모님 때문에 방학때 부모님 안찾아뵙는건 말이 안된다고.
부모님이 애들 얼마나 보고 싶어하는거 뻔히 알면서 그걸 안가냐며 그거야 말로 불효라고 하네요.
사실 그말이 맞는 말이구요.
ㅠ.ㅠ 아.. 이모의 그 잔소리(?) 들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머리가...아파요.
내심 찔리는 부분이 있어서 더 듣기 싫은지도 모르겠지요.
돈이 효도를 하는 세상... 마음이 가면 돈도 드려야하는거겠지만.. 그럴수 없는 현 상황도 울적하구요.
저희가 현재
친정부모님은 모르시지만..
시댁 빚을 떠안고 있는 상황이라 경제적으로 더 쪼들리다보니
더 예민한것일수도 있구요... 제가 전업이라 더 짜증이 나는것일수도 있겠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