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집 마다 분위기가 다르고 문화가 다른데 이런 질문...
어리석은 질문이라는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궁금해져서 물어보고 싶었어요.
아이의 생일. 아이가 몇살 될때까지 시부모님과 함께 보내셨나요?
비슷한 상황이었을때와 비교를 해보아야겠지요?
저희집은
같은 지역 거주 (서울시내)
주 2회이상 통화
월 2회이상 만납니다.
아주 가깝게 지내고 있는 편이지요.
시부모님 좋은 분들이고.
아이들도 할아버지 할머니 좋아하고 그 분들도 손주들 끔찍하게 사랑해주십니다.
남편. 둘도 없는 효자 (가끔 좀 과하다 싶을만큼 -_-쿨럭)
저도 제 도리 다하려고 애쓰는 며느리입니다.
큰 갈등없이 (물론... 어느집이나 마찬가지로 큰!!! 골칫덩이 하나쯤은 있습니다만) 잘 지내는 사이지요.
그래서
부모님 생신에는 온가족 (시동생네 포함) 이 다 모이고
남편, 저, 시동생, 동서 생일에도 모이다가 애 키우고 서로 바빠지면서.. 각자 가족들끼리 모인지 4~5년쯤 됐고
아이들 생일은 부모님과 그 가족만 만나다가
시동생네는 애 세돌쯤에 은근슬쩍 자기들끼리만 하는걸로 알고있습니다.
저는 친정이 지방이라 친정에 자주 못가는 대신 시부모님께 잘 해드리려 하다 보니
큰 애 6살 될때까지는 거의 매주. 혹은 2주에 한번 가서 자고 오거나 아니면 하루 꼬박 함께 지냈고
그러다보니 아이들 생일때는 항상 부모님과 함께 보내는것이 당연했었습니다.
(시댁에서 식사할 경우는 물론 시어머니께서 식재료를 준비하셨고
외식이나 외출시, 여행갈때는 모든 경비 저희가 부담했습니다. 매번은 아니지만 방문할때 과일이나 고기 사갔구요.
시댁에서 주말내내 빌붙어 지내며 얻어먹었냐 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
그런데 큰 아이가 7살이 되면서 주말에 요구를 하기 시작하더군요.
놀이동산이나 유원지, 워터파크, 체험놀이터 등등. 구체적인 장소를 제시하면서 그곳에 가고 싶다구요.
유치원에서 월요일이면 주말에 뭘했는지 발표하는 시간이 있는데
자기는 매번. 같은 레파토리. 할아버지댁에 갔어요. 라고 말하는데
다른 친구들은 주말마다 여기저기 놀러다니고 여행다니니 부러워지기 시작했던거죠.
그래서 아이의 요구 때문에 7살 3월말부터 시부모님께 양해를 구하고
우리 가족들만 여기저기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시간이 되면 토요일에 놀러갔다가 일요일에는 시댁에 가기도 했어요. )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 우리 가족만의 시간을 보내니 가장 좋았던 점은
아이 아빠와 애들 사이가 급격하게 좋아진것입니다.
그동안 6년을 거의 주말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지내다보니
아이들이 실제적으로 아빠와 접촉할 시간이 별로 없었더라구요.
평일에는 아빠 얼굴 못보고 살고
주말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뵈니까 아빠와 단둘이 1:1 관계 맺을 기회가 없었던거지요.
그러다 우리 가족만의 시간을 보내고.. 외출하면 아빠의 힘이 많이 필요해지니
아이들과 아빠 상호작용이 많아지고. 그러면서 그들간의 관계가 정말 놀라울정도로 좋아지더군요.
그동안은 잘 몰랐던 부분이었네요.
아빠는 바쁘니까.. 시간이 없으니까.. 다른집도 다 그러려니 하고 살았는데.
주말에 가족만의 시간을 보낸지 3개월정도 지나면서 가족 분위기가 정말 엄청나게 달라지니
애 아빠도 시댁에 가는것보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걸 더 좋아하게 되더군요.
시부모님은 서운하셨겠지만
아이가 직접적으로 여기 가고 싶다 저기 가고 싶다. 말한다는걸 알고 계셨고
본인들이 같이 가기엔 무리가 있는곳이라는걸 아시니 별말씀은 안하셨어요.
같이 갈 수 있는 장소는 최대한 모시고 가려고 했었구요.
둘째(3살) 라도 맡기고 가라 하셨지만 둘째가 어디 떨어지려 하나요? 3살이라 눈치가 빤한데~
기를 쓰고 따라가려고 하니.. 그것도 어림없었지요.
하여간
그렇게 지낸지 3달이 좀 지났구요.
큰 아이 생일이 다가왔어요.
오늘, 월요일이 큰 아이 생일인데 보통 생일이 가까운 주말에 온가족이 모였었기에
올해도 그렇게 보내려니 했었어요.
보통 토요일에 가서 하룻밤 묵고 오니까 올해도 그럴까 했었는데
제가 요즘 몸이 좀 안좋습니다.
그랬더니 시어머니께서 너 요즘 몸도 안좋은데 그냥 편하게 지내라면서
큰 아이 생일도 가족끼리만 오붓하게 보내라 하시더군요.
제가 2번정도.. 그래도 식사라도 같이 하시자고 권유했으나. 괜찮다면서 가족끼리만 보내라 하시더군요.
남편에게 그렇게 전했더니. 남편도 그럼 그러자고 해서
우리끼리 어떻게 보낼까... 계획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토요일에 남편 회사에 일이 생겨버려서 토요일은 그냥 애들과 저만 보내게 되었고
일요일에 생일이벤트를 하자. 하고
큰 아이와 계획을 세우는데 애가 아주 신났습니다.
어린이 공연도 보고 싶고 워터파크에도 가고 싶답니다.
어린이공연을 토요일에 예약하고 싶었는데 할인 예약 시기를 놓쳐서 구하지 못하는 바람에
할수없이 일요일 제일 빠른 시간으로 예약하고 (이것이 어찌보면 비극의 시작? ㅠ.ㅠ 할인 안되어도 그냥 토요일에 볼걸)
점심을 먹고 집에서 제일 가까운 부천의 워터파크 야간개장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점심은 큰애가 오랜만에 인도음식점에 가고 싶다고 해서 강가에 예약했습니다.
애가 아주 신나서 방방 뜨면서 일요일만 기다렸지요.
일요일 아침
저는 아침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남편이 받았는데 시어머니시더군요.
시어머니께서 오늘 어떻게 보내냐 물으신듯한데 애 아빠가
조금 이따가 공연보고 점심 먹을거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뒤에 워터파크 간다는 말은 빼먹었지요.
그리고 저를 바꿔줬는데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내가 너 편하라고 오늘 안본거다. 너 불편할까봐 어제 오지 말라고 한거다. 그러니 편하게 지내라.
라는 말씀을 몇번이나 하시는것이...
이분들이 말은 오지 말라 하셨지만 섭섭하셨나부다.. 알아차렸지요.
하지만 이미 계획을 다 세워둔터라 어쩌지도 못하고. 그냥 네.네 하다가 끊었습니다.
그런데 전화 끊고 5분이 지나지 않아 다시 전화가 왔어요.
이번에도 남편이 받았지요.
남편이. 아 그래요? 그러세요. 네네.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시부모님께서. 아이들 공연 끝나는 시간에 맞춰 공연장 앞으로 오시겠다는...-_-;;;;;;
결국.. 생일 같이 보내자. 는 통보(?)였습니다.
시부모님께서는 입맛이 까다로워 못드시는것이 많아요.
한분은 돼지고기를 한분은 닭고기를 못드시고
또 한분은 각종 면류를 안드십니다. 냉면, 칼국수, 파스타류 등등
또 한분은 양식이나 낯선 음식은 안드십니다.
결국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딱 한식, 중식, 일식 뿐....
인도음식점은 못간다는 결론.
분위기상 식사만 하고 안가신다면 워터파크도 물건너가는 상황이었지만
이미 시부모님께서 오시겠다고 하신 이상 안된다 할수도 없잖아요....
아이들한테 할아버지 할머니랑 같이 식사하게 되어서 인도음식은 못먹게 되었다고 했더니
큰 애가 괜찮다고 하더군요. (착한녀석)
그래서 결국 공연을 보고 그 근처 한정식집에 갔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어머니께서 큰 아이를 껴안으면서
내가 체면차리고 며느리 눈치 보느라 내새끼 생일을 놓칠뻔 했구나.. 어이구.어이구. 하시더군요.
저 들으라 하신 말씀인지 두번을 더... 그러시더군요.
식사를 마치고.
저는 워터파크에 갈수있는건가 눈치를 보고 있었는데
애 아빠가 차마시러 가시겠냐 그러니 시어머니께 가보고 싶었던 까페가 있다 하셔서 거기로 이동.
저는 차 마시고 이제라도 움직이면 야간개장에 들어는가나 했는데
어머니께서 케이크 사가지고 시댁에 가자 하시길래
아.. 워터파크는 물건너 갔구나. 포기 했습니다.
애들은 케이크 라는 말에 폴짝폴짝 뛰면서 좋아했구요.
결국... 송파 시댁까지 가서 케이크 자르고 과일먹고 있었는데 그때가 거의 5시쯤.
그제서야 큰 아이가 깜짝 놀란듯.
워터파크는 언제가냐고 묻더군요.
너무 늦어서 못간다고 했더니... 이녀석이 갑자기 생떼를 쓰면서 징징거리기 시작하네요.
자기는 케이크 먹고 갈수있을걸라 생각했던모양이예요... 7살의 한계.
우리집에서라면 후다닥 출발해서 단 3시간이라도 놀겠지만
송파에서 부천까지 가는데만 한시간 반이 걸리는데 불가능하다고 설명하는데... 애는 완전 울상
애가 시무룩해지니 시어머니께서 지금이라도 가보라고, 얼른 가라 하셔서 집을 나서긴 했지만.
올림픽 대로 엄청 막혀서 엉금엉금...
애는 차안에서 계속 징징 거리는데 정말 짜증나더라구요.
결국 생일축하하는 날. 애한테 버럭 소리지르고. 애 울고... 울다가 꺽꺽 거리면서 차안에서 잠들었네요.
그 모습을 보는데 어찌나.. 마음이 아프고 짜증이 나던지요.
차라리 처음부터 같이 보내자 했으면 아무렇지도 않았을텐데
너희 가족끼리 보내라 해서 계획을 다 잡아놨는데
갑자기 마음을 바꿔 만나서 모든 일정이 바뀌니...
사람 마음 참 간사하다고 그렇게 싫을수가 없네요.
가족끼리 생일을 알차고 즐겁게 보낼 마음을 먹었다가
시부모님과 함께 하면... 큰 이벤트를 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니...
내년부터는 그냥 우리끼리만 보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구요...
보통...
아이가 몇살까지 시부모님과 함께 생일을 보내시나요?
정말 그냥 궁금해서 여쭤봐요.
진짜로 그냥.. .궁금해서요....
정답이 있겠냐만은 다른집들은 어떻게 보내시나... 참...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