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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그래도 잊지는 못하겠지요....

초보엄마 조회수 : 2,651
작성일 : 2012-07-13 02:16:57
나이가 들면서 나이듦을 새록새록 느끼는 순간은...
바로 얼마전 일들이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지워졌을때 인 듯 해요.
저는 좀 빨리 왔는지 나이 40인데....
정말 기억이 허무하게도 지워지네요.

오늘 자게 글들을 읽어보다가...
아이 데리고 가출했다는...글  제목보다 문득 떠오르는 기억....

불과 몇 년 전이긴 하나...어제 일도 잘 기억 못하는 저로선
뇌리에 박힌듯한 기억이지요.

지금은 사람 사는것처럼 살고 있지만
몇 년전에는....쉽게 표현해서...
눈물 없이는 살 수 없는...
극한의 세월이었지요.

얼마전 자게에서 홧병의 증상중에 
소스라치게 잘 놀라는 것도 있다는 글 보고....
내게 홧병이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와 동시에 요즘은 확실히 덜 하구나....하는 생각....
아....살만해졌구나!!!!!!

벼랑으로 몰던 남편덕에 
죽지 않으려고 아이 데리고 가출을 한적이 있어요.
겨우 걸음마 할 정도 였는데....아이 앞으로 메고 뒤에 배낭 매고....
친정엔 차마 갈 수 없어 가까운 지인이 사는 지역에 가서
아이가 있는 지인의 집엔 미안해 갈 수가 없어서
지인 가까운 곳에 모텔에 짐을 풀고 며칠 있었어요.

그땐 작은 빌라에 살던 때라 집에 욕조가 있는게 부럽고
아이 욕조에서 목욕시키는게 하고 싶었던 때라...
아이 신나게 욕조에서 놀게 하고 
빨랫감 빨아서 바닥 닦아서 주욱 널어놓으면 가습기 대용도 되고 해서
참으로 편안했던 기억...

그 때의 기억이...지금도 편안한 순간으로 기억되는걸보니...
정말 힘들긴 했었나봐요 ㅎ

그러고보니....편안해진 요즘이어도 남편 떨구고 아이와 둘이 어딘가에 가서
며칠 쉰다면....정말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가장으로 고맙긴 해도...참 버거운 남편....
제 안의 화가 아직도 꺼지지는 못했나봅니다 ㅎㅎㅎ

맞다가..아이 놓고 죽을지도 몰라서 경찰에 신고를 한 적이 있었는데...
경찰이 남편 몰래 기관 전화번호를 쪽지에 적어 손에 쥐어주더라고요.
댁 남편은 어찌 할 수 없으니...거기로 피신하셔서 살 길 찾으시라고... 

이웃에서 소리 들렸을텐데......신고 좀 해주길 참 많이 원하기도 했는데...
남편 성질 아는지라 아무도 신고 할 수 도 없었을거에요....

음...글 쓰다보니 이런 저런 생각이 떠오르고....
참....모진 세월 다 견디고 살았네요 ㅎ

모질고 포악한 일은 모르지만 그나마 제 가정사 아는 친구가 말했었죠.
제가 우울해하면서 지금껏 뭐하고 산걸까....토로했을때....
"네가 한게 왜 없어...네 가정 지켜냈잖아...죽을만큼 힘들어도 참고 지켜냈잖아..."
그 친구의 말로도 힘 얻고 잘 살고 있어요.

예전에 비하면 너무도 부드러워지고 순해진 남편.....(순하다는것과는 아직도 거리가 멉니다만...ㅎㅎ)
이젠 덜 미워하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가끔 저도 모르게 마음의 배려를 안하고 있어서....미안하네요. 
오늘 주말농장 가보자고 했는데 결단코 안따라 갔어요. 지금도 같이 다니는건 노땡큐입니다 ㅎ;;;
가서 일 힘든것도 아닌데...
마트 같이 가는것도 싫고 어디 놀러가자고 해도 솔직히 싫어요.ㅎ
단.. 시댁 갈때는 괜찮습니다 ㅎ 친정도  같이 가기 싫어요. 하지만 늘 같이 다니죠 .
왜 그렇게 함께 다니려고 하는지.... 

그래도 풍파가 지나고 나니........
저 스스로 대단하다고 여겨져요.
단지 미련스레 버틴거지만......

이 편안함이 오래 가면....제 마음속의 미움도 잦아들겠지요?
수그러들었으면 좋겠어요. 잊지는 못하겠지만요 


IP : 180.69.xxx.67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7.13 2:20 AM (216.40.xxx.106)

    요즘은 폭행 안하나요 남편이??.. 자주 가정폿력 잇으셨던거 같은데.. 에휴.. 님 안쓰러워요.. 저같음 어떻게든 앙갚음을 할거같네요. 늙어서 완전 구박해버리세요.

  • 2. 원글
    '12.7.13 2:32 AM (180.69.xxx.67)

    과거이긴 한데요. 맘놓고 살 지는 못해요. 아마 그래서 가끔은 문득 나랑 연관된 글을 보면 옛기억이 새록새록 나는 모양입니다.
    참 별생각 다 하고 살았죠....구체적으로 난 아이 키워야하니 저거(=남편) 밖에 나가서 사고사했으면 좋겠다...하고 빌었던 때도 있었어요. 그래서 더 지옥에서 살았었을지도요.
    지금은.....모르겠어요.
    그냥 덤덤하게 살아지네요..더 나이들면 어떨지...지금은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 3. ....
    '12.7.13 2:37 AM (216.40.xxx.106)

    안 그러길 바라지만 또 그런일 생기면 진단서며 경찰기록 현장사진 다 남겨놓으세요. 부디 님과 님 아이가 행복했음 합니다...

  • 4. ^^
    '12.7.13 2:44 AM (180.69.xxx.67)

    덤덤했는데....제 아이 행복 바래주셔서 눈물이 왈칵 했어요....
    고맙습니다.
    아이는 정말 고맙게도 밝게 커주고 있어요. 정말 고맙게....

  • 5. 음...
    '12.7.13 3:58 AM (211.176.xxx.244)

    저희 시어머님이 그렇게 평생을 사셨어요.
    자식도 줄줄이 많은 집안인데 한번 아이들 다 데리고 짐싸서 나와서 작은 쪽방을 얻으신 적이 있대요.
    정말 다리 뻗기도 힘들 정도로 작은 방에 누워 자는데 너무 편안했다고...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남편도 그때 너무 좋았었다고 기억을 하더라구요.
    아버님이 오셔서 돈 한푼도 줄수없으니 알아서 해라+들어오면 다시는 안그러겠다
    협박하고 얼러서 한달만에 들어오셨대요. 아버님은 그후에도 여전하셨구요.
    머리 희끗한 마흔줄 형제들이 모여 그때 그시절 쪽방 얘기를 하면 지금도 얼굴이 활짝 개이더군요.

    저희 어머님은 아이들 다 성년으로 키우고 결국 이혼하셨습니다.
    자식들은 다 반듯하게 잘 커서 어머님께 잘하고 삽니다. 아버님께도 도리는 하고 살아요.
    남편과 형제들은 악몽같은 집에서 어떻게 이렇게 컸나 싶게 다들 인품이 훌륭합니다.
    어머님이 악몽을 잊을만큼 큰 사랑을 주신 덕분이겠지요.

    아이와 단둘이 여행도 떠나시고 원글님 건강도 챙기시고 지금 하고 싶은 거 많이 해보시길...
    님 아이가 장성해서 두분이 친구처럼 얘기할 수 있을 때 ...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며 눈빛을 반짝이는 모습을 보게 되실 거예요.

  • 6. 에효
    '12.7.13 4:12 AM (118.41.xxx.147)

    제인생하고 어찌 그리 비슷한지요
    아마 제가 더 결혼생활이 오래된것 같은데 지금은 그냥 평범하게 되긴하네요
    가끔 치밀어오르는 화가 있어서 아직도 꺼지지않고있음을 저도 알아요
    그러나 어쩔수없네요 저도 평온하게 살고싶지만


    이제 미안하다고하지만 그버릇 어디 갈까요
    그래서 지금도 언제나 긴장하면서 사는것같네요

    원글님 말대로 저는 지금도 내남편이 인사시킬때 여보 내안사람이에요 라고 하면
    소름끼치게 싫습니다 ㅠㅠ
    정말 저랑 엮이는사람이라는것 보이기 싫어요 ㅠㅠ
    그냥 저는 누구엄마 누구아빠로살자고하네요

  • 7. 음....
    '12.7.13 5:45 AM (188.22.xxx.62)

    맞고 살지는 마세요.
    어떤 가정도 한 사람이 맞고 사는 희생으로 지켜질 가치는 없어요.
    또 가정이라는 게 꼭 엄마, 아빠, 아이들로 이루어질 필요는 없어요.
    엄마와 아이들만으로도 행복한 가정이 될 수 있지요.
    지금이라도 남편모르게 돈 모으시고 자립준비 하세요.
    그리고 남편 버리세요. 폐기처분하세요.
    모든게 잘 되길 빕니다.

  • 8. ..
    '12.7.13 7:46 AM (72.213.xxx.130)

    읽는데 그냥 눈물이 흘러요. ㅠㅠ 너무도 덤덤해서 그리고 웃음지으며 슬픈얘기를 하셔서 목놓아 울게 되네요 엉엉 ㅠㅠ
    참, 이웃들이 신고해 주기를 바랄정도 였다니 ㅜㅜ 저라면 애들 데리고 이미 야밤도주 했을 거에요.
    이를 악물고 대학을 졸업후 취직이 되자마자 집에서 나와 독립을 했어요.
    나가기 전에 독립해서 살겠다고 아빠한테 얘길했죠. 당연히 안된다 아예 이유도 묻지 않고 진노를 하셨죠.
    그 밤에 고시원으로 나와 독립을 했어요. 전 허락을 원한 게 아니라 통보를 한 셈이구요.
    그렇게 하기까지 사춘기부터 참고 참고 참아서 내 손으로 돈을 벌때까지 버틴 거였거든요. ㅜㅜ
    아빠의 허락 따위는 기대조차 않했고 지금도 아버지라는 게 그립지가 않을 정도에요.
    나긋나긋 하지 않다고 참 많이도 맞고 자랐어요.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어야 하는 상황. 전 고집이 세다고 더 혼났고요.
    이젠 저도 아빠 따위가 필요없는 어른이기에 아빠가 제 눈치를 보지만 관심 조차 없으니 생각조차 안나요.
    늙어서 약해졌을때 옆에 아무도 없구나 뼈저리게 느끼도록 할 거에요.
    원글님 남편도 머지않아 버림받는 다는 게 어떤건지 배울 기회가 오겠죠. 빨리 사라져 주기만을 바라는 눈길을

  • 9. ....
    '12.7.13 7:50 AM (175.112.xxx.186)

    담담하게 쓰셨는데 읽다보니 마음이 아프네요.
    잘 참고 사셨어요.


    언젠가는 미움을 버리실거에요.
    꼭 그러시기를 바래요.
    미움받는 사람보다 미워하는 사람 마음이 훨씬 지옥이잖아요.

  • 10. 많이 나아지신거
    '12.7.13 9:49 AM (118.91.xxx.85)

    남편분이 예전보다는 나아지신건가요? 그럼 다행이구요.
    잘 참아내셨어요. 지금의 선택이 가장 최선이었을거에요. 앞으로 더 행복해지실겁니다. ^^

  • 11. 저 어렸을 때
    '12.7.13 1:39 PM (218.159.xxx.194)

    엄마랑 아버지가 많이 싸우셨죠. 아버지 사업 망하고 집안 엉망되고...
    두 분 싸우실 땐 슬쩍 마당에 나와 혼자 울기도 했구요.
    그러나 크고 난 후 그 힘든 세월 견디고 우리 안버리고 버텨주신 엄마께 우리 형제 모두 감사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엄마가 있는 집이라 우리가 제대로 큰 거라고...
    원글님도 큰 일 하신 거예요.
    진짜 큰 일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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