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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를 감지하는 인간영혼의 깊은 울림 - 신은경 안무의 발레,『시편 교향곡』과『유관순』

알반베르크 조회수 : 970
작성일 : 2012-07-11 11:46:28

주를 감지하는 인간영혼의 깊은 울림 - 신은경 안무의 발레,『시편 교향곡』과『유관순』

 

 

 

6월 29일(금) 늦은 여덟시,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신은경(이화여대 무용과 교수, 한국무용교육학회 회장)의 ‘2012 신은경 이화발레앙상블’의『시편 교향곡, Symphony of Psalms』과『유관순, Yoo Gwansoon』, 두 편의 창작발레 공연이 있었다. 무용단 창단 목적에 부합되는 이번 공연은 정상급 기량의 주목할 발레리나들의 경연장 같은 분위기를 보여 주었다.

막스 쉘러(Max Scheler)는 <공감의 본질과 형식>(Wesen und Formen der Sympatie)에서 사랑의 현상학을 구현한다. 신은경 안무의 핵심, ‘가치는 사랑에 의해 드러나고 미움에 의해 은폐된다. 사랑의 질서는 인간의 탁월한 능력’이다. 신은경은 경전으로서의 가시적 부족함을 늘 발레로 메꾸어 왔으며, 그녀의 안무작들은 사랑의 가치를 고양시켜왔다.

 

 

 

 

느낌과 가치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발레 두 편은 고난과 암흑에서 희망을 노래한다. ‘다윗의 회개’와 ‘유관순의 애국심’을 주제로 발레 기호학을 원용한 독창적 표현과 이 발레단만이 해낼 수 있는 특장(特長)들로 짜여진 상징과 비주얼은 감사, 반성, 간구의 정형을 위반하지 않는다. 몸 톤과 볼륨(body tone, volume) 은 적절히 조절되어 시적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신은경 발레의 결은 우아하고, 순정적이고, 여성적이며, 서정적이다. 도발적, 전복적, 혁명적, 기회주의적 탐욕을 배제하고, 오로지 자신의 수양과 경건한 자세를 통해, 자신의 기교로 주님의 영광을 드높이는 자세를 견지한다. 그녀의 발레는 천박, 관능, 자극적 오락성이 철저히 배제하고, 내적 성숙을 통한 밖을 향한 원심적(centrifugal) 경건 발레의 전형이 된다.

 

 

 

 

 

시편은 총 150편의 시가 포함되어 있다. 저자가 밝혀진 것은 100편, 그 가운데서 73편은 다윗이 쓴 것이다. 그래서 시편은 ‘다윗의 시’라고 부르는 것이 보통이다. 시편은 집단적인 혹은 개인적인 신앙 체험을 노래한다. 모세시대, 다윗시대, 바벨론 포로기를 전후한 시대로 광범위하다. 내러티브에 얽힌 핵심주제는 찬양, 용서, 감사, 신뢰이다.

『시편 교향곡』은 서정성이 뛰어난 작품으로 비탄 중에 구원을 갈망하여 회복에 대한 희망으로 마무리 된다. 막전 암전에서 울려 퍼지는 천둥소리, 절대자를 향한 뒤태의 모습, 음악과 해설, 정형의 4-1-4 포맷, 클리어한 조명이 터진다. 많은 뒤태, 다양한 동작, ‘온전히 맡김’ 속에 영상은 나무와 새 등의 자연이 투사된다. 다윗역의 김하예린이 역무(力舞)한다.

절대 빛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음악과 빛은 경쾌하고 호박 빛이다. 고통의 순간들이 벗겨지고, 커플들 속에 이인무, 롱 원피스는 제의적 의식적 요소들을 훑어간다. 6-1-6 포맷, 웅장함이 피는 한 켠에 영광을 드높이는 안도감이 인다. 이그노르 스트라빈스키 작곡의 ‘시편교향곡’은 시대적 혼돈과 그의 내적 고뇌와 영감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창작발레『시편 교향곡』은 1)기도 2)대망 3)찬양의 3장으로 구성된다. ‘자연과 충돌하거나 대면할 때의 이질감, 그 이질감 안에서의 신을 향한 이끌림’을 발레의 형식미를 보여주면서도 자유로운 몸짓을 보여준다. 시편 39편, 40편, 150편의 소테마에 걸친 상황, 비유, 리듬감, 이미지, 움직임 등의 제 요소들은 신은경 발레의 특질이다.

김하예린을 주축으로 홍현영, 김남은, 이다영, 김지은, 민형원, 이은미, 김호정, 유재은, 조희경, 이윤경, 이지희, 김선영의 춤 연기력이 돋보이는『시편 교향곡』무대였다. 그들의 소망사고(wish-thinking)의 끝은 어디인가? 인간의 총체적인 꿈을 대변해주던 그들이 자신의 꿈을 이룰 춤의 상상원(想像源)과 공간을 확보했으면 한다.

서곡 및 총 5장으로 구성된 발레『유관순』은 안익태의 ‘코리아 환상곡’에 창작 발레의 연희적 특성과 발레적 묘기를 우리 것에 접목하는데 성공한 작품이다. 극적 긴장성과 연기력이 발레로 표현되어 실감나게 표현된다. 안익태의 애국가를 공연 중에 들을 수 있다는 것은 감동적이었고, 한복 치마저고리를 입은 발레리나를 보는 것 자체도 신선한 추억이었다.

 

 

 

 

서곡/‘밝아오는 여명’, 제1장 ‘배달의 민족’, 제2장 ‘배꽃동산’, 제3장 ‘수난과 외침’, 제4장 ‘못다 핀 꽃’, 제5장 ‘영원히 푸르리’ 로 구성된 이 작품의 막이 열리면 순국소녀 유관순의 고향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유관순의 어머니(이지연)가 등장하고, 여름 꽃 같은 서정 위로 맑고 밝은 표정들에 걸맞게 빨래터가 등장하고, 새소리와 판타지 같은 사실이 펼쳐진다.

성경과 전도의 모습, 이윽고 이화학당의 모습 이에 수반되는 묘사와 프라이교장(최정인)의 코믹연기가 돋보인다. 극적 드라마트루기를 만들어내기 위하여 경계를 넘나든 최영환(동국대 연극과 교수)의 세밀한 연기지도도 작품의 완성도를 이끄는데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춤과 연극은 원래 하나의 몸체였다. 정적심도(靜的深度)를 높이는 연기가 눈에 띄었다.

 

 

유관순(김정은)의 발랄함, 고문당함,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처절하지만 아름답게 그려진다. 흑백연상으로 전쟁이 흘러가고, 태극기들의 의기투합, 교실에서의 칠인무, 갈등구조로 등장하는 일본경찰들,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유관순은 투옥되고, 감옥 안에서 솔로를 추는 유관순, 결국 유관순은 희생된다. 연대기적인 전개는 춤의 교육적 목적 때문일 것 이다.

열두 발레리나의 춤, 사이 애국가가 다양하게 변주된다. 검정저고리, 흰 치마에 대형태극기 힘차게 날고 유관순은 승화한다. 김정은을 필두로 하여, 오정민,이해니,임지은,정찬미,곽경가,서민영,이서연,이채민,김기령,김재민,김지은,박혜준은 신은경 안무의 매력적인 형태의 ‘심중의 외침’(cri de coeur)연기해낸 자랑스러운 무사(舞士)들이다.

안무가의 의도에 맞게 두 편의 발레는 목적을 달성했다. 발레리나들의 기량도 확인했다. 관객들은 좀 더 야생성이 있는 소재와 갈등, 자극을 원하고 있는 것 같다. 울타리 안팎의 요구의 조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가 대두된다. 늘 교육적 과제가 남는다. 텍스트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해낸 이번 작품은 개인별 프로젝트, 그 상상의 창작품을 창출해낼 것이다.

/장석용(문화비평가,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 노정용 (noja@egreennews.com)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webmaster@egree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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