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시골풍경 여름날의 추억이 생각나서 글써요

그리움 조회수 : 1,153
작성일 : 2012-07-10 15:28:49
82에도 시골에서 나고 자라신 분들이 꽤 많을 거라 생각해요.
저도 시골에서 나고 자랐고
자연을 좋아해요.

4계절의 냄새와 느낌이 다르고
4계절마다 자연의 변화는 물론 그에 맞게 달라지는 온갖 농작물들과
또 재미난 놀이들.


저희 마을은 제가 중학교때 까지만 해도 삼베 농사를 하는 집이 많았어요
대부분 거의 다 삼베농사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요.
1년 농사인 삼베는 시골에서 부수입을 올리기에 제격인 것이었어요
물론 봄부터 여름까지 흘리는 땀과 노력에 비하면 그 값어치는
크지 않은 것이었지만요.


여름날.
여름 방학즈음이 되면
어른 키보다도 훌쩍 큰 적삼을 베어 단으로 묶고
큰 아궁이에 대형 가마솥을 올려 그 위에 적삼 단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 장작불을 지펴요.

한여름의 타는 태양과 적삼 찌는 장작불의 열기로
온 사방이 후끈거리죠.
몇시간이 지나면 적삼이 알맞게 쪄져서 구수한 냄새를 풍겨요.
이제 그만 불을 끄고 그 상태로 밤 늦게까지 뜨거운 적삼을 식혀요.

어른들은 적삼이 식어가는 동안
또 논으로 밭으로 짬짬히 일을 하시고
다들 저녁을 먹고 나서 마을 회관 앞 넓은 공터로 모여듭니다.


이제 알맞게 식었지만 좀 뜨끈뜨끈한 적삼 껍질을 벗겨내야 할 시간이거든요.

대부분 삼베 농사를 다 했던터라 서로 돌아가며 품앗이를 하고
보통 이런 적삼 껍질 벗기는 일은 저녁먹고 다들 모여앉아 같이 해주곤 했던
일이었습니다.


방학이라서 실컷 놀고 놀고 놀고 또 놀던 아이들에게도 
당연한 일이었고요.


한단씩 앞에 놓고 목장갑을 끼고 
적삼 한 대를 잡아서 왼손으론 껍질을 벗겨 잡고
오른손 중지를 껍질과 대 사이에 넣고 슝~ 하고 벗겨냅니다.


아줌마들, 아저씨들은 적삼 껍질을 벗기며 이야기 꽃을 피우시고
애들은 졸려서 하품을 하다가도 여름 모기에 뜯겨 가려운
팔이며 다리 긁기에 바쁘고
그렇게 한참 적삼 껍질을 벗겨내다 보면 새참 시간이 되어 나온
빵이나 우유,  혹은 미숫가루나 찐감자 등등
새참 먹는 재미에 빠지죠.


이젠 나이드신 어른들만 가득한 시골 마을엔 더이상 삼베 농사를 하는 집은 없고
그저 제 추억속에만 간직한 장면이지만
때때로 그 구수한 냄새를 풍기던 쪄낸 적삼 껍질을 지금도 벗겨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적삼에 대한 추억 저 말고 간직하신 분 계시겠죠?
IP : 112.168.xxx.63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된다!!
    '12.7.10 3:32 PM (58.226.xxx.26)

    적삼은 모르겠고요..
    삼이라고 하던걸.. 동네 친척 아줌마네 집에 놀러가면. 작은 막대기에.. 긴 줄처럼 연결해.. 동그랗게 말던게 기억나요 ( 꼭 비녀 머리 한것처럼요.._

    아버지는 도시에 직장생활하셨고 엄마랑 형제들은 시골에서 할아버지떄문에 시골서 잠시 살았는데요
    여름되면..
    해가 길어져서.. 어른들도 해 떨어지기전까지 일 하시느라.. 저녁을 늦게 먹었던 생각이 나고요

    초등학교 후반에는 저희 동네 가로등이 생겨서 애들이 저녁에도 정신없이 놀던 생각도 나고..
    늘 개울가서.. 수영 하던 생각도 나네요..
    여름하면 애들하고 밤늦도록 놀던 생각이 가장 많이 나요..

  • 2. 된다님
    '12.7.10 3:46 PM (112.168.xxx.63)

    맞아요. 그냥 삼이라고 부르죠 시골에선.ㅎㅎ

    여름날 친구들과 놀던 추억도 무궁무진 하고..
    늘 그런 추억을 영양분으로 살고 있는 거 같아요.ㅎㅎ

  • 3. ...
    '12.7.14 12:04 AM (175.120.xxx.49)

    원글님 저예요. (저번에 글 추천한다고했던)^^
    원글님은 성장소설 아니 다른 글도 쓰면 참 잘쓸것 같아요.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82님들이 추천하셔서 읽었는데
    참좋았어요. 한번 읽어보세요 그리고 한번 써보세요~
    저랑 감성이 맞을것 같아서 구태여 이런 댓글을 달아봅니다. ^^
    그리움이란 감정을 알게 되는 나이에 이런 글이 반갑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28614 평화의 댐에 수천억 들여서 보수공사한다 5 발악을하는구.. 2012/07/17 1,195
128613 여성호르몬있는 과일은 어떤것이 있나요? 10 안미 2012/07/17 4,179
128612 초등아이..어떤거 해줄까요? 1 .. 2012/07/17 750
128611 임신 9개월인 친구와 놀러갈만한데 어디있을가요? 2 궁금이 2012/07/17 908
128610 日 자위대, 도쿄 시내서 방재 훈련.. 찬반 시위도 세우실 2012/07/17 613
128609 엄마 얼굴 해드리려고 하는데요 3 실리프팅어때.. 2012/07/17 1,382
128608 이태곤 예능감 충만하던데,,자꾸 입방아에 오를까요?? 15 why 2012/07/17 5,215
128607 제주도 관광지 빅3, 빅5, 둘중 어떤게 나을까요? 3 궁금 2012/07/17 2,953
128606 피부는 관리하기 나름인가봐요. 5 꾸러기맘 2012/07/17 4,612
128605 밖에 나가면 뭐 드세요? 9 어떤음식 2012/07/17 2,822
128604 방학대비 먹거리준비 댓글보니 엄청 대단한거 같네요 13 놀라운여자들.. 2012/07/17 7,330
128603 웨딩촬영 - Susan Stripling 배나온기마민.. 2012/07/17 1,399
128602 건강검진병원 추천! 꼭~ 1 건강검진 2012/07/17 1,477
128601 버블염색제로 새치염색하면 5 다잉 2012/07/17 2,054
128600 자다가 한번씩 오한을 느껴요 2 방울방울 2012/07/17 7,377
128599 베란다 농사가 이렇게 어려운줄 몰랐어요. 21 농사가 어려.. 2012/07/17 6,764
128598 자외선크림 50지수(?) 데일리로 발라도 될까요? 1 41세아줌마.. 2012/07/17 1,225
128597 [화장실?상담] 매일 큰볼일(-_-?) 세번은 기본이라면.. 4 꾸르륵 2012/07/17 1,540
128596 겨울패딩 검정과 카키색 브라운색 중 뭐가 나을까요? 2 인터넷쇼핑 2012/07/17 1,647
128595 여기는 대한민국입니다. 6 추적자 2012/07/17 1,148
128594 보라매역에서 경부고속도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11 시간되시는 .. 2012/07/17 693
128593 논슬립 바지걸이 써보신 분, 어떤가요? ... 2012/07/17 981
128592 초등애들 휴대폰요금 얼마 나오나요? 1 .. 2012/07/17 986
128591 고등학생 있으면 여름 휴가 포기하나요? 8 고딩맘 2012/07/17 2,151
128590 책 추천 부탁합니다. 1 중3맘 2012/07/17 6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