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3 아들 문제입니다.
범생 스타일이고, 공부도 나쁘지 않게 하며,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해서..
큰 걱정은 하지 않고 키워왔습니다.
(너무 FM이라, 남자아이가 이렇게 융통성이 없어 어쩔까.. 하는 고민은 많이 합니다.)
그러다 담임 선생님께 연락을 받았습니다.
아이가 자기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것 같다.
공부한 것에 비해 시험 성적이 매우 잘 나오는 것 같은데(거의 100점 맞아요-자랑이 아니라 펙트입니다 ㅜ ㅜ)
그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것 같아 주의를 주는 데도 고쳐지지가 않는다.
아이가 착하고 똑똑한 것 같아서 바르게 잡아주려고 하는 얘기다.
집에서도 잘 살펴달라.
..정말로 멘탈 붕괴게 무엇인지를 느꼈습니다.
아이가 조용한 성격입니다.
참관수업 같은 때를 보면 내내 조용히 책만 펴놓고 있다가,
선생님이 발표 안 한 애들도 발표해보자고 하면 마지못해 손 한 번 들고 발표하고, 다시 책을 보는 스타일이에요.
나서거나 그러는 거 못하고, 키도 작은 편이고, 운동신경도 좀 떨어지는 편이라 친구 누구누구는 달리기도 진짜 빠르고 쌩쌩이도 진짜 잘한다며 감탄하는.. 그런 아이입니다.
다만 학습면에서는.. 조금 습득이 빠른 편입니다.
아이 성향을 봤을 때.. 그리고 아이의 습득력을 봤을 때..
엄마인 제 판단으로는 선행을 시켜봐야 수업시간에 흥미를 잃어서 집중을 안 할 것 같아서
선행학습도 시켜본 적 없고, 흔한 학습지 한 번 시켜본 적이 없어요.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엄마가 관심이 없어서 똑똑한 아이를 바보로 키운다고 하시지만..
제가 볼 때에는 그냥 조금 습득이 빠를 뿐, 수재라거나 영재라거나 그런 건 전혀 아니거든요.
그래서 그냥 수업시간에만 집중하라고 하고, 시험본다 그러면 그 전날 문제집 조금 풀어라.. 하는 수준을 공부를 시키고 있었어요.
시험 결과물 나오면 100점 맞아도 잘했다, 좀 틀려와도 잘했다.. 그냥 그렇게 넘어가는 편이고요.
사교육도 태권도 학원과 방과 후 영어 보내는 게 다입니다.
방과 후 영어 수업을 할 때, 조금 걱정되는 말을 아이에게 듣기는 했습니다.
방과 후 영어 선생님께 다음 날 시험본다는 문자를 받았는데,
아이가 동생과 탱자탱자 놀고만 있기에, 내일 시험본다는데 공부해야 하지 않겠냐고 물었더니
"엄마 나 다했어. 다 외웠고, 딴 애들보다 다 잘하니까 걱정하지 마."라고 대답하더라고요.
순간 욱 해서, '잘한다'는 말은 그렇게 쉽게 하는 게 아니다.
네가 다른 애들과 비교해서 점수 더 잘 받는다고 네가 정말 잘하는 게 아니다.
네가 책을 읽거나 할 때 불편함이 없고, 네 생각을 영어로 표현할 때 걸리는 게 없어야 잘하는 거다.
..라고 아이에게 못할 말일지 모르지만, 자존심 꺾는 소리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 선생님께 아이가 자기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것 같다는 소리를 들으니..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습니다.
동네가 학구열이 대단한 동네가 아닙니다.
그 흔한 영어유치원도 없고, 그 흔한 영어학원도 버스 타고 좀 가야할 정도의 동네에요.
(서울은 서울입니다.)
학구열이 대단한 동네에서 아이를 키우는 친구도 있고 선배도 있어서,
그 아이들과 제 아이들이 얼마나 다르게 크고 있는지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아이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그럼에도 형편이 안 된다는 걸 알기에 우리 형편껏, 우리 능력껏 아이를 키우려고 생각하는..
그냥 평범한 학부모입니다.
시험 결과를 엄마인 제게도 먼저 얘기하지 않아요.
즉, 자기 시험 성적을 떠벌리고 다니는 아이가 아닙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고 다녔기에 담임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매우 혼란스럽네요.
아이 교과서를 보니.. 수업시간에 집중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책 군데군데 낙서도 있고, 교과서 내의 문제에 대한 풀이를 보면.. 성의가 없습니다.
하지만 남자아이들이 그렇지 뭐..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가 봐요.
주말 동안... 교과서에 해놓은 낙서를 지우게 하고, 풀이를 지우고 성의있게 다시 쓰라고 시키고,
수업시간에는 무조건 선생님 눈을 마주보고, 선생님 말씀만 들으라고 당부를 해두었는데..
"우리 아이는 그런 애가 아니에요"라고만 생각하는 무개념 학부모가 된 것도 같고..
내가 정말 내 아이를 잘못 알았던 건가.. 싶기도 하고..
(혹시 선생님을 무시하는 언동을 보였다거나 ㅜ ㅜ)
매우 혼란스럽고..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선배 맘들의 조언이 절실합니다. 조언 좀 부탁드릴게요 ㅠ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