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남편과 같이 뭔가를 하고 어디 가는 게 싫어요

마이크로 a형 조회수 : 3,621
작성일 : 2012-07-07 22:56:01

 결혼연수는 20년을 넘겼지만 아이들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

낮시간은 거의 혼자,밤시간은 묵묵히 둘이 밥을 먹고 각자 티비를 보다 잡니다.

남편은 끊임없이 리모콘을 돌리고 시청 볼륨을 너무 크게 들어서 가물에 콩나듯 같은 프로그램을 보아도

전 방에 있는 티비로 작은 볼륨으로 보아야 해요.혼자 조용히 있는 시간이 워낙 길다 보니 큰소리에 편두통이 오기 쉽거든요.

가끔 금요일이면 남편은 퇴근전에 카톡이나 문자를 보내옵니다.

오늘 영화볼까?

나와서 저녁 먹을래?

주말에 어디 갈까?

그런데 어떤 영화를 볼지 뭘 먹을지 어디를 갈지에 대해선 전적으로 no idea란 겁니다.

제가 폭풍 검색해 고른 영화나 맛집이 마음에 들면 다행이지만 가끔 잘못 고를 때가 있지요.

그래도 복불복이란 생각으로 보는데 옆자리에서 꼭 속삭여요, "넌 재밌냐?"

어디 가자고 해서 어디 가고 싶은데 반문하면 글쎄..?하다가 하루가 다 가고..

사실 전 가고 싶은 곳이 많아요,

화성 성벽길도 걷고 싶고 모란미술관에 사진 찍으러도 가고 싶고 삼청동도 좋아하고

전주한옥마을도 가고 싶어요.

그런데 화성은 출퇴근도 차로 하는 데다 걷는 건 회사에서 점심먹으러 갈 때뿐인 남편에겐 넘사벽이고, 가끔 직원이나 지인들 만나보면 "*장님이 무척 가정적이신가봐요,사모님이랑 맨날 영화보시고 어디 가고 그러신다고~"하는 소리 들을 때 제일 뿌듯해 하는 남편은 어딘가 찍고 온게 중요하지 화성 성벽 흙길을 어떻게 느끼고 걸었는지는 안중에도 없습니다.저는 성벽길을 걷다가도 구석진 돌계단 아래 이끼긴 돌문이 보이면 거길 내려갔다 와봐야 하는 사람이거든요.

조각에도 사진에도 관심없는 남편이 모란미술관 같은 데서 할일이 있을리 만무하고 전 뒷짐지고 기다리는 사람 세워두고 맘편히 촬영거리를 찾아볼 수가 없어요.

삼청동,남편도 가끔 가자고 하는데 차 안 끌고는 절대 안가요.저는 그 비싼 주차료와,차 세워둔 데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동선의 한계로 그 동네 산책이 맘편하지 않고요. 저는 외국여행을 가도 명소보다도 길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선 길 닿는 데까지,갈라진 모든 길들을 거닐어 보는 타입이거든요.

전주한옥마을..남편은 전라도 가고 싶지 않대요(지역감정의 문제지만 이건 좀 배제해 주세요).니네는 전주 이씨면서 왜 진짜 조상님 보러 가자는데 싫으냐고 하면 제 말이 틀리대요.

기차나 고속버스 여행 하는 동안 창밖도 보고 이어폰으로 음악도 듣는 여유 전혀 이해 못하는 남편은 <편하게> 차로 가자고 하고 운전 내내 이웃 차선의 "ㅁㅊㄴ들""저따구로 운전하는 ㅅㄲ"을 쉬임없이 지적하고 중얼댑니다.차라리 창문열고 욕하거나 갓길로 세워 따져라,당신이 백날 궁시렁거려봐야 저런 사람 못 고친다고 말해도 소용 없어요.그저 웬만하면 남편하고 같이 차 탈일을 안 만들지요.. 자동차를 몰고 여행지로 떠나는 시간,옆자리에 자기가 같이 가잔 마누라 있고 요새 차 좋아서 각종 음향 빵빵한데 뭔 불만이 그리 많은가요 길에만 나서면.

남편이 어디 가자고 할 때는 대비해서 혼자 또는 친구들하고 미리미리 가봅니다.차 대기 좋고 조금 걷다가도 바로 돌아올 수 있고 내가 두번째 가도 지겹지 않은 곳으로요.

아,**가고 싶다 하고 말하면 왜 그런지 설명 안해도 딱 캐치해 주는 남편들,혹시 있나요..?

IP : 122.32.xxx.129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7.7 11:06 PM (220.86.xxx.155)

    원글님 20년차시면 내공도 상당하실거예요 금요일밤에 같이 영화보자 밥먹자 데이트하자는 남편이면 충분히 개선의 여지가 보여요 전 여행이나 놀러갈때 제가 계획세우고 가고 싶은데 가요 남자들 그렇게까지 캐치하기 쉽지 않아요 남자들이 길잘 찾잖아요 외국에서 지도 보고 찾을때 대단하다싶던데요 맞춰가 보세요 남편들도 아내가 다 만족스럽진 않을거예요 ^^*

  • 2. 손이꽁꽁
    '12.7.7 11:07 PM (110.35.xxx.78)

    저도 원글님 같은분이 남편이었으면 좋겠네요 ㅋ

    남편과 가치관, 정서, 생활 습관등이 딱 들어맞는건 로또만큼 힘든거 같아요

  • 3. 아~~~
    '12.7.7 11:10 PM (211.234.xxx.66)

    제가 요새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앞으로 남은 이 긴 세월..이 맞지않는 퍼즐조각
    억지로 끼워맞춰..사는건 넘 아까운게 아닐까 하는..
    같은 곳.같은 방향 걷고 싶은데..그러지 못함이 너무나
    슬퍼요.

  • 4. 호호
    '12.7.7 11:11 PM (115.137.xxx.221)

    원글님 남편하고 어릴때 헤어진 것만 같은 남자 지금 티브이 보고 있네요...
    두분이 만나게 해줄까요? 저두 여행스타일 안맞아서 혼자 다니는게 좋은데...
    요즘 자꾸만 따라올려구 해요...
    문제는 남편이 같이 있으면 집중할 수 없어요... 신경쓰여서...

  • 5. 마이크로a형
    '12.7.7 11:18 PM (122.32.xxx.129)

    손이꽁꽁님,안 들어맞으려면 아예 아무것도 안 맞던가요..예를 들어 밖에 나가는 거 죽어도 싫다던가.

    호호님,그러게요..저러면서 꼭 따라나서려고 하니..ㅠ.ㅠ

  • 6. ...
    '12.7.7 11:22 PM (112.149.xxx.61)

    자게에서 남편 자랑 별로 한적 없고 주로 욕하는데 동참했었는데 --;
    오늘은 아니네요
    제 남편은 어디가는거 좋아하고
    미리 뭐할지 어디갈지 맛집 이런거 검색하는거 좋아해요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둘이만 다니는 일일 별로 없지만
    나중에 나이들면 서로 안맞아서 따로 다니진 않을거 같아요
    이런거 잘 맞는 부부가 의외로 주위에 없긴하더라구요 저보고 부럽다고들 하네요

    근데 그 버럭하는 승질머리랑
    집에서 손하나 까딱안하는거땜시 항상 티격태격
    배려잘하고 온화한 남편이 부러움

  • 7. 즐기는것도맞아야
    '12.7.7 11:26 PM (211.36.xxx.233)

    윗님 남편이랑 울남편 넘똑같네요
    본인이 항상 먼저 맛집에 여행지에 서두르지만 전 별로...버럭하는 승질머리땜에 정떨어진지 오래
    ..진정 남편아닌 사람과 하고싶네요..

  • 8. 한동안
    '12.7.8 11:47 AM (220.120.xxx.162)

    야~ 타 ! 하면 다소곳이 타고 쨘~하고 이곳이 어디야? 하는 상상을 했어요.
    저 혼자 계획하고 여행하는게 넘 힘들어 이제는 어디도 가고 싶지 않아요.
    어딜 가도 죽어라 고생하며 가서는 또 금방 돌아가자니....

    죽이 잘 맞는 동성 여행친구 한명 있었음 좋겠어요.

  • 9. 세피로
    '12.7.8 8:00 PM (119.207.xxx.54)

    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25575 가슴 찡한 이야기 2 도토리 2012/07/08 1,938
125574 아이폰 충전기 조금 큰 마트나 핸드폰 가게에서도 살 수 있을까요.. 4 이런멍청이 2012/07/08 2,357
125573 남자가 여자 마음에 정말 드는데 일주일간격두고 보자하나요?(무플.. 13 소개팅 2012/07/08 12,098
125572 분당아파트 19 앞으로 2012/07/08 4,902
125571 기독교 비난하는 정치인들 말로 34 근데 2012/07/08 2,090
125570 벌레가 너무 무서워요. 9 여름이야기 2012/07/08 1,734
125569 생신날 시누이 3 새벽하늘 2012/07/08 1,643
125568 제가 34살인데...팔자주름이 있어요~~ 당연한 건가요?? 22 팔자주름 2012/07/08 6,625
125567 자기자신에게 선물을 준다면 뭘 주고 싶으세요?? 18 보상 2012/07/08 2,734
125566 오늘 그것이 알고싶다 이상하네요 22 머냐 2012/07/08 11,455
125565 i'm happy i'm happy 노래 가사 알려주세요 저요 2012/07/08 821
125564 헤어고데기~ 추천요~^^ 3 행복한요즘 2012/07/08 1,724
125563 여쭈어볼께요..전세금을 확 낮추면 3 전세 2012/07/08 1,115
125562 3달동안 19키로 뺏네요 25 성공 2012/07/07 14,948
125561 그것이 알고 싶다... 1 멘붕 2012/07/07 1,473
125560 그것이 알고 싶다 - 선녀님 41 ㅎㄷㄷ 2012/07/07 17,679
125559 음악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사이트 추천부탁드려요 1 .. 2012/07/07 855
125558 병원에 입원을 햇는데 옆에 할머니아들 어쩜 그리 잘하나요~~ 8 .... 2012/07/07 3,202
125557 도와주세요! 분당 퓨전 한정식집 추천해 주세요(수내동. 서현동.. 3 퓨전 한정식.. 2012/07/07 2,241
125556 현대의 밀이 똥배와 허리 군살의 주범‎이래요. 11 체중고민 2012/07/07 5,639
125555 급급!! 김치냉장고 6 알려주세요 2012/07/07 1,708
125554 남의 연봉을 물어보는 사람의 심리는 ?? 9 자유 2012/07/07 4,648
125553 남편과 같이 뭔가를 하고 어디 가는 게 싫어요 9 마이크로 a.. 2012/07/07 3,621
125552 피우는 모기향 안좋은가요? 3 모기향 2012/07/07 3,457
125551 못참고 말해 버렸네요;;; 4 스뎅 2012/07/07 2,6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