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남편과 같이 뭔가를 하고 어디 가는 게 싫어요

마이크로 a형 조회수 : 3,628
작성일 : 2012-07-07 22:56:01

 결혼연수는 20년을 넘겼지만 아이들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

낮시간은 거의 혼자,밤시간은 묵묵히 둘이 밥을 먹고 각자 티비를 보다 잡니다.

남편은 끊임없이 리모콘을 돌리고 시청 볼륨을 너무 크게 들어서 가물에 콩나듯 같은 프로그램을 보아도

전 방에 있는 티비로 작은 볼륨으로 보아야 해요.혼자 조용히 있는 시간이 워낙 길다 보니 큰소리에 편두통이 오기 쉽거든요.

가끔 금요일이면 남편은 퇴근전에 카톡이나 문자를 보내옵니다.

오늘 영화볼까?

나와서 저녁 먹을래?

주말에 어디 갈까?

그런데 어떤 영화를 볼지 뭘 먹을지 어디를 갈지에 대해선 전적으로 no idea란 겁니다.

제가 폭풍 검색해 고른 영화나 맛집이 마음에 들면 다행이지만 가끔 잘못 고를 때가 있지요.

그래도 복불복이란 생각으로 보는데 옆자리에서 꼭 속삭여요, "넌 재밌냐?"

어디 가자고 해서 어디 가고 싶은데 반문하면 글쎄..?하다가 하루가 다 가고..

사실 전 가고 싶은 곳이 많아요,

화성 성벽길도 걷고 싶고 모란미술관에 사진 찍으러도 가고 싶고 삼청동도 좋아하고

전주한옥마을도 가고 싶어요.

그런데 화성은 출퇴근도 차로 하는 데다 걷는 건 회사에서 점심먹으러 갈 때뿐인 남편에겐 넘사벽이고, 가끔 직원이나 지인들 만나보면 "*장님이 무척 가정적이신가봐요,사모님이랑 맨날 영화보시고 어디 가고 그러신다고~"하는 소리 들을 때 제일 뿌듯해 하는 남편은 어딘가 찍고 온게 중요하지 화성 성벽 흙길을 어떻게 느끼고 걸었는지는 안중에도 없습니다.저는 성벽길을 걷다가도 구석진 돌계단 아래 이끼긴 돌문이 보이면 거길 내려갔다 와봐야 하는 사람이거든요.

조각에도 사진에도 관심없는 남편이 모란미술관 같은 데서 할일이 있을리 만무하고 전 뒷짐지고 기다리는 사람 세워두고 맘편히 촬영거리를 찾아볼 수가 없어요.

삼청동,남편도 가끔 가자고 하는데 차 안 끌고는 절대 안가요.저는 그 비싼 주차료와,차 세워둔 데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동선의 한계로 그 동네 산책이 맘편하지 않고요. 저는 외국여행을 가도 명소보다도 길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선 길 닿는 데까지,갈라진 모든 길들을 거닐어 보는 타입이거든요.

전주한옥마을..남편은 전라도 가고 싶지 않대요(지역감정의 문제지만 이건 좀 배제해 주세요).니네는 전주 이씨면서 왜 진짜 조상님 보러 가자는데 싫으냐고 하면 제 말이 틀리대요.

기차나 고속버스 여행 하는 동안 창밖도 보고 이어폰으로 음악도 듣는 여유 전혀 이해 못하는 남편은 <편하게> 차로 가자고 하고 운전 내내 이웃 차선의 "ㅁㅊㄴ들""저따구로 운전하는 ㅅㄲ"을 쉬임없이 지적하고 중얼댑니다.차라리 창문열고 욕하거나 갓길로 세워 따져라,당신이 백날 궁시렁거려봐야 저런 사람 못 고친다고 말해도 소용 없어요.그저 웬만하면 남편하고 같이 차 탈일을 안 만들지요.. 자동차를 몰고 여행지로 떠나는 시간,옆자리에 자기가 같이 가잔 마누라 있고 요새 차 좋아서 각종 음향 빵빵한데 뭔 불만이 그리 많은가요 길에만 나서면.

남편이 어디 가자고 할 때는 대비해서 혼자 또는 친구들하고 미리미리 가봅니다.차 대기 좋고 조금 걷다가도 바로 돌아올 수 있고 내가 두번째 가도 지겹지 않은 곳으로요.

아,**가고 싶다 하고 말하면 왜 그런지 설명 안해도 딱 캐치해 주는 남편들,혹시 있나요..?

IP : 122.32.xxx.129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7.7 11:06 PM (220.86.xxx.155)

    원글님 20년차시면 내공도 상당하실거예요 금요일밤에 같이 영화보자 밥먹자 데이트하자는 남편이면 충분히 개선의 여지가 보여요 전 여행이나 놀러갈때 제가 계획세우고 가고 싶은데 가요 남자들 그렇게까지 캐치하기 쉽지 않아요 남자들이 길잘 찾잖아요 외국에서 지도 보고 찾을때 대단하다싶던데요 맞춰가 보세요 남편들도 아내가 다 만족스럽진 않을거예요 ^^*

  • 2. 손이꽁꽁
    '12.7.7 11:07 PM (110.35.xxx.78)

    저도 원글님 같은분이 남편이었으면 좋겠네요 ㅋ

    남편과 가치관, 정서, 생활 습관등이 딱 들어맞는건 로또만큼 힘든거 같아요

  • 3. 아~~~
    '12.7.7 11:10 PM (211.234.xxx.66)

    제가 요새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앞으로 남은 이 긴 세월..이 맞지않는 퍼즐조각
    억지로 끼워맞춰..사는건 넘 아까운게 아닐까 하는..
    같은 곳.같은 방향 걷고 싶은데..그러지 못함이 너무나
    슬퍼요.

  • 4. 호호
    '12.7.7 11:11 PM (115.137.xxx.221)

    원글님 남편하고 어릴때 헤어진 것만 같은 남자 지금 티브이 보고 있네요...
    두분이 만나게 해줄까요? 저두 여행스타일 안맞아서 혼자 다니는게 좋은데...
    요즘 자꾸만 따라올려구 해요...
    문제는 남편이 같이 있으면 집중할 수 없어요... 신경쓰여서...

  • 5. 마이크로a형
    '12.7.7 11:18 PM (122.32.xxx.129)

    손이꽁꽁님,안 들어맞으려면 아예 아무것도 안 맞던가요..예를 들어 밖에 나가는 거 죽어도 싫다던가.

    호호님,그러게요..저러면서 꼭 따라나서려고 하니..ㅠ.ㅠ

  • 6. ...
    '12.7.7 11:22 PM (112.149.xxx.61)

    자게에서 남편 자랑 별로 한적 없고 주로 욕하는데 동참했었는데 --;
    오늘은 아니네요
    제 남편은 어디가는거 좋아하고
    미리 뭐할지 어디갈지 맛집 이런거 검색하는거 좋아해요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둘이만 다니는 일일 별로 없지만
    나중에 나이들면 서로 안맞아서 따로 다니진 않을거 같아요
    이런거 잘 맞는 부부가 의외로 주위에 없긴하더라구요 저보고 부럽다고들 하네요

    근데 그 버럭하는 승질머리랑
    집에서 손하나 까딱안하는거땜시 항상 티격태격
    배려잘하고 온화한 남편이 부러움

  • 7. 즐기는것도맞아야
    '12.7.7 11:26 PM (211.36.xxx.233)

    윗님 남편이랑 울남편 넘똑같네요
    본인이 항상 먼저 맛집에 여행지에 서두르지만 전 별로...버럭하는 승질머리땜에 정떨어진지 오래
    ..진정 남편아닌 사람과 하고싶네요..

  • 8. 한동안
    '12.7.8 11:47 AM (220.120.xxx.162)

    야~ 타 ! 하면 다소곳이 타고 쨘~하고 이곳이 어디야? 하는 상상을 했어요.
    저 혼자 계획하고 여행하는게 넘 힘들어 이제는 어디도 가고 싶지 않아요.
    어딜 가도 죽어라 고생하며 가서는 또 금방 돌아가자니....

    죽이 잘 맞는 동성 여행친구 한명 있었음 좋겠어요.

  • 9. 세피로
    '12.7.8 8:00 PM (119.207.xxx.54)

    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2794 뉴스타파 26회 박근혜의 이야기 함 보세요 4 shukk 2012/09/15 1,448
152793 82수사대님 이 노래 찾아주세요!!! 13 긴급도움요청.. 2012/09/15 1,570
152792 문제 나갑니당~ 1 심심 2012/09/15 821
152791 외환은행 2X카드 가족카드 발급받고 싶은데 가족이 은행 방문해야.. ... 2012/09/15 1,822
152790 운동화 세탁법 -- 정말 편하네요 56 ^^ 2012/09/15 16,600
152789 매실 안 빼고 3년둔 매실주 버려야 하나요? 4 요리조아 2012/09/15 2,666
152788 며느리분들 추석때 뭐 입을 예정이세요? 고민되요 ㅜㅠ 16 새색시 2012/09/15 4,044
152787 바지에 구두 신을 때요..양말은 스타킹 신나요? 6 가을패션 2012/09/15 2,656
152786 유흥가 한복판의 주상복합 전세 살기 어떨까요? 6 주상 2012/09/15 1,894
152785 (급질)무선이어폰은 아무데나 사용 못하나요? 1 .. 2012/09/15 1,435
152784 용인 상현동 아파트 추천 3 석태진 2012/09/15 3,043
152783 반 아이들 도시락도 맞추나요? 11 운동회때 2012/09/15 1,669
152782 이문세와 싸이....그리고 김기덕 2 격세지감 2012/09/15 2,773
152781 이런 걸로 엄마한테 섭섭해 하면 나쁜 딸인가요 9 ... 2012/09/15 2,097
152780 아이 친구나 엄마들 집으로 부르면 부담스러운가요? 10 초2 2012/09/15 2,798
152779 매운칼국수 성공레시피 좀 가르쳐주세요~~ 3 먹고싶다 2012/09/15 1,932
152778 김기덕 감독의 열정 6 어제...... 2012/09/15 2,157
152777 아너스물걸레청소기 금방 주문했는데 4 좋을까? 2012/09/15 2,749
152776 마곡지구 전망 1 아시나요 2012/09/15 8,556
152775 신생아 황달로입원중인데요 11 ㅜㅜ 2012/09/15 2,297
152774 시험관 사실을 시부모님께 알리기 싫어하는 남편 44 ... 2012/09/15 9,853
152773 달걀 장조림이 원래 이렇게 짠거 맞나요? 4 응? 2012/09/15 2,105
152772 미국에 여행오시는 분들이 꼭 준비하셔야 할 것,,,, 8 클릭USA 2012/09/15 2,947
152771 주말(오늘)큰거 한건 터진다는 글 찾아요~ 2 .. 2012/09/15 2,368
152770 부산 모 병원에서 20대 산모 출산 후 사망 논란 10 오늘하루 2012/09/15 4,4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