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붙여 길냥이 새끼들 이야기 쓰다보니 좀 그래서 그냥 씁니다.
오늘 이곳은 금요일인데 좀 일찍 돌아와 두시간 낮잠을 자고나니 살 것 같군요.
보미는 어젯밤도 새끼들과 같이 잤어요.
예전 밖에서 밥 줄 때는, 오로지 보미가 내는 목소리는 밥 들고 나갈때 반갑다고 내는 목소리가 있는데 그거 하나였거든요. 우리 나비처럼 다양한 목소리가 없이 딱 하나였어요. 그런데 이 녀석이 새끼들과 집 안에 들어 온 후 시간이 갈수록 우리 나비가 내는 다양한 목소리를 내네요. 어제 부터 였던거 같아요. 전 우리 나비인 줄 알고 여러번 나비왔니? 하고 쳐다 보지 않고 말한 게 꽤 여러번 돼요. 나비와 목소리가 너무 흡사한 거예요. 이젠 밥을 들고 방에 들어가도 예전 처럼 그런 격렬한 우는 소리는 내질 않아요. 이젠 보미가 냈던 소리를 보미 남편 검은고양이가 좀 냅니다. 사료가져가면, 예전엔 이 녀석은 뭐 반갑다고 울지도 않을 뿐 더러 과묵하게 앉아만 있거든요. 그런데 한 3-4일 전 부터 나름 좀 소리 내 울어요. 밥 가져와 반갑다는 뜻일까요? 이전에 밥을 안 줬던 것도 아닌데.
보미는 정말 많이 자랐어요. 제가 밥주기 시작한 4월 중순엔 거의 청소년 고양이었거든요. 우리 나비와 비교해 봤을때 몸집도 훨씬 작았습니다. 그런데, 새끼 낳고 머리하나 정도가 커진거 같아요. 우리나비와 길이는 비슷비슷해요. 몸무게는 많이 덜 나가겠지만요. 그리고 얼굴도 많이 어린 티를 벗었어요. 나비를 키우다 보니 고양이들이 생후 1년까지는 무섭게 빨리자라는 거 같아요. 거의 2년 될 때까지도 자라나봐요.
보미 새끼들은, 한 마리가 귀진드기가 있었어서 병원에서 치료는 했지만 오늘 아침 모두 다시 귀청소를 해주고, 보미도 해줬거든요. 처음 해보는거라 많이 어색한지 계속 귀를 터는데 그래도 제 법 집고양이 처럼 얌전해요. 조만간 발톱도 잘라줘보려구요. 항상 밥먹으러 왔다가 뒷 마당 죽은나무 밑둥에 발톱을 갈았거든요.
보미 변은 오늘 아침 훨씬 점도가 높아졌어요. 설사는 벗어난거 같구요. 천만 다행이예요. 새끼들도 보니 많이 나아졌구요. 녀석들이 아프니 뒷바라지가 몇 배는 더 힘이들어요. 안약은 이제 안 넣어도 되구요. 안약 넣을때도 씨름을 하고, 특히 스포이드로 물약 먹일때가 제일 번잡해요. 어떻게나 발버둥을 치고 안 먹으려고 고 작은 입은 꼭 다물고 있는거 보면..참 귀여워요.
다 큰 고양이는 귀를 쓰다듬어주면, 개 만큼 뒤로 넘어가지는 않아도 뒤로 넘어가잖아요. 그런데 새끼들에게서 발견한게 있는데, 너무 신기해요. 이걸 사진이 아니곤 어떻게 설명하기가 그런데, 냥이 귀를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밀면, 다큰 고양이는 귀 모양이 달라지지 않죠. 접히지 않아요. 그런데 새끼들은 요 귀가 마치 만두피 처럼 야들야들 하잖아요. 귀가 아주 세로로 안 쪽으로 착 접히는 거예요. 강아지 귀를 안 쪽으로 모아 잡으면 대충 잡혀지죠. 그것과 비슷해요. 뒤로 넘어가는 귀는 그다지 신기하지 않은데 이렇게 세로로 접혀 안 으로 모아지니 너무 웃기고도 신기해요. 대충 접히는 게 아니라 종이처럼 착 접혀요.
약 줄 때마다 눈을 질끈감고 귀가 저렇게 알아서 접혀요. 전 한마리가 저런 귀모양이 되기에, 이녀석만 그런가보다 그랬는데 다 그래요. 안 약을 넣을 때도 그랬었구요. 신기한 거 많이 알게 되네요.
고아 냥이는, 찾으러 갔다가 주말을 병원에서 보내는 게 낫겠다고 생각이 되어 두고 왔어요. 아직도 왜 배가 그렇게 계속 부푸는지 원인을 찾고 있는 중이예요. 별일 없었으면 좋겠어요. 1-2개월 새끼들은 별거 아닌듯 하다가 순식간에 잘 죽더라구요.
나비랑 보미는 괜찮은 듯 보였는데, 오늘 한 판 했습니다. 나비가 갑자기 보미가 다가오니 가구위에 앉아서 뭘 먹으려고 하다가 뛰어내려가 하악거리고 털이 갈갈이 일어나 쫒아가요. 집 안에 들어와 저정도로 보미를 대하는게 오늘 아침이 처음이었어요. 보미도 꼬리털이 일어나고 하악거리고. 보미가 밀리긴 하죠. 나비 마음을 어떻게 알겠습니까만, 참다 참다 저렇게 한번씩 폭발하나봐요. 제가 뭐라고 할까봐 그랬는지 침대밑으로 들어가서 안 나오길래, 야단치지 않고 잘 타이르니 조금후에 나와요. 이런 경우에 더 많이 예쁘다고 하고 만져주고 잘 해주는게 야단치는 거 보다 효과가 있는 듯 싶어요. 고양이 마다 다르겠지만요.
왜냐면, 몇 개월 전 주말에 동물보호소 새끼냥이를 데리고 있어봤는데, 정말 나비가 길길이 뛰었거든요. 보통 싫어하는 게 아니라 거의 발작을 일으키는 정도였는데 너무 놀랬고, 저 땐 제가 나비 야단을 많이 쳤어요. 새끼가 너무 작고 오늘 낼 하기에 주말에 어떻게 될지 몰라 데려온건데, 나비가 저러니 속이 상해서요.
그런데, 이번엔 야단은 안 치고, 더 예쁘다고 만져주고 그러니, 그냥 어느정도는 인정하고 접어두는 거 같아보였거든요. 주인이 일주일 안보이다 새끼들이 갑자기 바글바글..보미는 들락날락..얼마나 스트레스 받을까 싶어서 나비가 좀 안되보이네요.
캐나다에서 돌아 온 다음날인 일요일 아침, 다시 보미새끼를 봤을 때 사진 몇장 올려볼께요 (쓰고 있는데 보미가 앞문에 와서 우네요..들여보내 달라고 사진은 얘들 먹이주고 올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