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눈팅만하다가 글 올립니다
자주 눈에 띄는 센스 만점의 댓글들 평소 존경해마지 않았기에 조언이 절실해서요
어제 점심때 붐비는 도심 샐러드 부페에 갔어요
코너마다 대여섯명 이상씩 대기하는 사람이 있었고 실내는 좀 덥고...
(요새는 어딜가나 그렇죠 범국가적 에너지 절약^^)
구운 닭가슴살 한쪽 가져가려고 줄서 있는데 바야흐로 제 앞에 딱 한명 남았습니다
순간 반대방향에서 한 여자가 어깨를 제 앞에 스윽 밀어넣더군요
몇 초 후 제 앞사람이 집게를 내려놓는 순간 그걸 저보다 한발 앞서서 집으려 하길래
제가 제지하면서 말했습니다
저.. 여기 줄서있는 거거든요
집게를 잡으려던 손을 멈칫하더니 상대여성이 던진말은 제 귀를 의심케했습니다
아니, 무슨 말을 그렇게 심하게 하세요?
방금 내가 한 말이 심했나? 하는 생각에 아무 대꾸도 못했습니다
그랬더니 상대 여성은 바로 언성을 높이며 쏘아붙였습니다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하냐구요? 사람이...
정신을 추스리고 보니 주변 사람들이 모두 저를 쳐다보고 있더군요
평상시 같았으면 그냥 조용히 그자리를 피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나이 사십을 넘기니 성격도 좀 변하는가보네요
저를 포함 제 뒤로 줄서있는 사람들에게 조금 미안한척 하면서 줄을 서면 될 것을
심하게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걸 보니 순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붐비는 곳에서 간혹 저도 줄선 사람들을 못보고 그냥 볼일을 보려다가
누군가가 이쪽으로 줄을 서라고 알려주면
죄송합니다 하면서 얼른 줄 끝을 찾아가서 줄을 서는 일이 있었으니까요
상대방이 원하는?? 심한 말이 제 입에서 튀어나왔습니다
아니, 그럼 새치기하는 사람에게 뭐라고 말해야하나요?
주변 사람들에게 그녀가 새치기를 하려다가 실패했다는 걸 알리고 싶었거든요
(발끈한 그녀의 목소리 탓에 저에게 쏟아지는 듯한 질책의 시선때문에 엉겁결에)
그건 그녀의 성질을 폭발시킨듯 했습니다
아침부터 별 미친년이...
이렇게 시작하길래 '제정신이 아니구나' 생각이 든 저는 그냥 그 자리를 피했네요
제정신 아닌 사람하고 언성높여 싸워서 뭐하겠습니까
제 테이블로 와서 친구들이랑 식사를 하고 있는데
별로 심장이 강하지 않은 저... 사방이 두근두근 하더군요
괜히 한 마디 했나... 그냥 가만히 있을걸...
애써 기분 추스리고 잊어버리려하는데
20분쯤 후 그 여자가 어리어리한 직원 한명을 대동하게 제 테이블로 왔습니다
그러더니 저에게 따지기 시작하더군요
두마디 째부터 언성이 높아지고 '너'라는 칭호를 써가며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려하길래
어쩔줄 몰라하는 직원에게 제가 말했습니다
가서 매니저를 좀 모셔오라고요
직원이 자리를 뜬 상태에서 그 여자는 1, 2 분 가량 혼자 악을 쓰더니
갑자기 말을 뚝 멈추고 사라졌습니다
잠시 후 매니저가 찾아왔길래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더니
엄청 미안한 표정으로 해명을 하더군요
서비스업에 있다보니 가끔 이해할 수 없는 손님이 있다.. 그런데 저 분은 종종 들르는 손님인데
다른 손님들과 충돌이 좀 잦은 편이라 자기들도 잘 알고 있으니
저더러 이해해달랍니다
솔직히 매니저가 무슨 죄이겠습니까
제 입장에서도 식당에 계속 있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까 두려워 얼른 매니저를 부른 거지만
저 대답은 정말 뜻밖이더군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냥 조용히 그 식당에 발길을 끊는 것 뿐이겠죠
뭐 사실 그럴 생각입니다
근데 일방적으로 악쓰는 소리를 들은 게 새록새록 화가 나네요
예기치못한 순간에 뜻밖의 일을 당하면 하려던 말도 나오지 않는건
어려서부터 제 성격이에요
근데 나이들수록 홧병이 나려 합니다
뭐든 말해주세요
순발력을 키워서 다른 상황에서도 응용하고 싶습니다
아, 이렇게 쓰고보니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면 무지막지하게 황당한 일은 아닐수도 있겠군요
지금도 제 뇌리에 남아있는 댓글들 갑은 이겁니다
동네 아줌마가 자꾸 옷을 뒤집어서 상표를 확인해봐요~
그러니까 어떤 분이
그럼 그 여자 머리를 잡고 흔들어주세요 이 머리는 어디서 한 거냐고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