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소녀의 기도'를 쳐달라던 암투병 친구 어머니.. 후회스러워요.

피돌이 조회수 : 2,371
작성일 : 2012-07-06 14:16:33

벌써 20년이 넘은 일이네요.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아주 친한 친구는 아니었지만 다른반 친구네 집에 놀러 갔었어요.

친구 어머니가 아프셔서 누워계시더라구요...
삭발에 모자를 쓰시고... 암투병 중이시라고 들었던 거 같아요.

그 당시에는 전 너무 어리고 철도 없었고
암이 얼마나 무서운 병이신지도 몰랐었고
그냥 머리카락이 없는 친구 엄마가 낯설고 생소했어요.

갑자기 친구가.. '엄마.. 00(저)는 소녀의 기도 칠줄 안다~' 라고 말하더라구요. 

그랬더니, 친구 어머님이..
그래..? 엄마는 소녀의 기도를 듣는 것이 소원인데.. 아직 우리 00(친구)가 피아노 진도가 안나가서 못치는 곡인데...
네가 한번 쳐줄수 있겠니? ' 이렇게 저에게 말씀하셨었어요..
 
그 당시
소녀의 기도는 두 버전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소나티네 버전으로 쉽게 나온 거랑,
두 손을 벌려 옥타브로 쳐야하는 어려운 버전... 그 중 전 어려운 버전은 칠수가 없었거든요.
어린 마음에 쉬운 소나티네 버전을 치는 것은 없어보인다고 생각을 했어요.
참 우습죠.. 어린 애의 치기란... 그리고 어린마음에 왠지 남의 집에서 피아노를 치는게 쑥스럽기도 했었고요.

여하간 전 잘 못쳐서요... 라고 거절을 했어요.

그리고 어린 마음에 다른 집에 가면 엄마들이 간식이나 맛있는 거 마구마구 주는데..
쟤네 엄마는 아무것도 안주고.. 좀 이상해.. 이런 생각까지 했었어요.
얼마나 편찮으셨을텐데.. 그것조차도 몰랐을 정도로 철이 없었던 거죠.

하여간 그 친구는
아주 친한 친구가 아니라서 그 후 친구어머님에 대한 소식은 듣지 못했구요...

그치만 지금에야 암 생존률이 높지만,
당시였다면... 게다가 항암치료로 머리가 다 빠져계셨던 친구 어머님을 생각해보면
거의 모든 치료를 포기하고 집에서 마지막을 정리하고 계셨던게 아닐까 싶어요..

제가 요즘 아이를 낳고 보니까.. (아기가 4개월 되었어요)
왜 그렇게 그때 친구 어머님께 피아노를 못쳐드린게 후회가 될까요...
생각만해도 막 눈물이 날거 같고요.

다른 곡도 아니고 소녀의 기도인데...
친구 어머님은 소녀가 기도한다는 내용의 그 곡을 통해서 기쁨을 얻고 싶으셨을텐데..
너무 마음이 아파요.

그 때 일만 생각하면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는데..
제 4개월된 아기를 보면서  
제가 아픈데없이 건강해야겠다고 다짐 또 다짐하네요..


 

IP : 124.243.xxx.151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요
    '12.7.6 2:34 PM (116.37.xxx.141)

    누구나 살면서 후회되는 일이 한두가지쯤 있겠죠
    그 대상이 가족이면 더 가슴 아프고.

    님이 아이 낳고 어른되서 철 드나봐요 ^^

    저는 신세 지거나 미안함을 꼭 그 사람이 아닌 주변에서 맘을 쓰려 해요
    그렇게 돌고 돌고.... 세상사가 그렇더라구요
    너무 자책 마세요
    그땐 너무 어렸잖아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7706 겨울엔 강아지 산책 어떻게 시키나요? 4 애견인 2012/11/11 8,263
177705 몇시에 제일 따뜻할까요?강아지랑 산책하기 11 2012/11/11 1,565
177704 양배추환 먹으면 괜찮은가요? ... 2012/11/11 2,098
177703 앗싸~~~ 10위권.. 나무 2012/11/11 1,083
177702 무턱대고 들어왔더니.. 1 약주세요ㅠㅠ.. 2012/11/11 1,362
177701 여자가 저한테 "생긴건 괜찮은데 재미없고 지루하다&qu.. 4 seduce.. 2012/11/11 1,990
177700 제주 면세점에서 산 가방 환불 4 성질나 2012/11/11 4,189
177699 강예빈 소 성기 먹다.swf 음매 2012/11/11 4,397
177698 82쿡이 되네요~~~~~ 5 야호~~~ 2012/11/11 1,272
177697 김종인 “박근혜 후보를 내가 잘못 본 것 같다” 5 호박덩쿨 2012/11/11 2,349
177696 아이유랑 박얘쁜이랑 친하더니,, 5 참~ 2012/11/10 5,177
177695 눈및 주름- 아이크림 바르면 되나요? 3 아이 2012/11/10 2,740
177694 영자신문을 읽다 막혀서 여쭈어봅니다. 2 .. 2012/11/10 1,579
177693 인스턴트만 먹던 자취생, 상추랑 쌈장 사와서 먹으니 너무 맛있네.. 5 ... 2012/11/10 2,627
177692 최요비에 나오는 베이지색 찜냄비 어디건가요? 3 토끼네 2012/11/10 1,621
177691 수건 얼마만에 바꾸세요? 9 살림 2012/11/10 4,594
177690 팝송 제목좀 알려주세요. 2 팝송 2012/11/10 994
177689 외출하고 돌아온 뒤 옷갈아입기 14 옷갈아입기 2012/11/10 8,243
177688 편의점 하면서 1억 벌기 vs 변호사 하면서 1억 벌기 13 2012/11/10 7,520
177687 김치냉장고 처음 나왓을 때 대체 이런걸 누가 써? 5 김냉 2012/11/10 2,618
177686 우루사요~~ 3 피곤싫어 2012/11/10 1,995
177685 정재훈 박사를 보니 미국이 그래도 스케일이 큰 나라인 건 맞는 .. 성공시대 2012/11/10 1,854
177684 유니클로 언제 국민브랜드 되었나요? 5 ㄴㄴ 2012/11/10 2,802
177683 어제 올라온 오이냉국 맛나요! 7 얼음동동감주.. 2012/11/10 3,072
177682 중1 수학 선행문제집 추천해주세요 4 바다짱 2012/11/10 2,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