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소녀의 기도'를 쳐달라던 암투병 친구 어머니.. 후회스러워요.

피돌이 조회수 : 2,323
작성일 : 2012-07-06 14:16:33

벌써 20년이 넘은 일이네요.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아주 친한 친구는 아니었지만 다른반 친구네 집에 놀러 갔었어요.

친구 어머니가 아프셔서 누워계시더라구요...
삭발에 모자를 쓰시고... 암투병 중이시라고 들었던 거 같아요.

그 당시에는 전 너무 어리고 철도 없었고
암이 얼마나 무서운 병이신지도 몰랐었고
그냥 머리카락이 없는 친구 엄마가 낯설고 생소했어요.

갑자기 친구가.. '엄마.. 00(저)는 소녀의 기도 칠줄 안다~' 라고 말하더라구요. 

그랬더니, 친구 어머님이..
그래..? 엄마는 소녀의 기도를 듣는 것이 소원인데.. 아직 우리 00(친구)가 피아노 진도가 안나가서 못치는 곡인데...
네가 한번 쳐줄수 있겠니? ' 이렇게 저에게 말씀하셨었어요..
 
그 당시
소녀의 기도는 두 버전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소나티네 버전으로 쉽게 나온 거랑,
두 손을 벌려 옥타브로 쳐야하는 어려운 버전... 그 중 전 어려운 버전은 칠수가 없었거든요.
어린 마음에 쉬운 소나티네 버전을 치는 것은 없어보인다고 생각을 했어요.
참 우습죠.. 어린 애의 치기란... 그리고 어린마음에 왠지 남의 집에서 피아노를 치는게 쑥스럽기도 했었고요.

여하간 전 잘 못쳐서요... 라고 거절을 했어요.

그리고 어린 마음에 다른 집에 가면 엄마들이 간식이나 맛있는 거 마구마구 주는데..
쟤네 엄마는 아무것도 안주고.. 좀 이상해.. 이런 생각까지 했었어요.
얼마나 편찮으셨을텐데.. 그것조차도 몰랐을 정도로 철이 없었던 거죠.

하여간 그 친구는
아주 친한 친구가 아니라서 그 후 친구어머님에 대한 소식은 듣지 못했구요...

그치만 지금에야 암 생존률이 높지만,
당시였다면... 게다가 항암치료로 머리가 다 빠져계셨던 친구 어머님을 생각해보면
거의 모든 치료를 포기하고 집에서 마지막을 정리하고 계셨던게 아닐까 싶어요..

제가 요즘 아이를 낳고 보니까.. (아기가 4개월 되었어요)
왜 그렇게 그때 친구 어머님께 피아노를 못쳐드린게 후회가 될까요...
생각만해도 막 눈물이 날거 같고요.

다른 곡도 아니고 소녀의 기도인데...
친구 어머님은 소녀가 기도한다는 내용의 그 곡을 통해서 기쁨을 얻고 싶으셨을텐데..
너무 마음이 아파요.

그 때 일만 생각하면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는데..
제 4개월된 아기를 보면서  
제가 아픈데없이 건강해야겠다고 다짐 또 다짐하네요..


 

IP : 124.243.xxx.151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요
    '12.7.6 2:34 PM (116.37.xxx.141)

    누구나 살면서 후회되는 일이 한두가지쯤 있겠죠
    그 대상이 가족이면 더 가슴 아프고.

    님이 아이 낳고 어른되서 철 드나봐요 ^^

    저는 신세 지거나 미안함을 꼭 그 사람이 아닌 주변에서 맘을 쓰려 해요
    그렇게 돌고 돌고.... 세상사가 그렇더라구요
    너무 자책 마세요
    그땐 너무 어렸잖아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40597 82님들 추천한 통영음식여행 39 통영 2012/08/18 3,639
140596 정우택... 도지사라 부르지 말고 사장님... 7 .. 2012/08/18 1,469
140595 방금 사랑과 전쟁 수지 엄마역 17 으아 궁금해.. 2012/08/18 7,562
140594 제 성격을 어떻게 고쳐야 할까요. 1 ........ 2012/08/18 1,522
140593 이 시간에는 농협으로 인터넷 뱅킹 해서 돈 못보내나요? 2 ?? 2012/08/18 2,341
140592 오시코시 브랜드는 선물로 어떤가요? 6 고모 2012/08/18 2,038
140591 개똥에 대한 슬픈 기억 19 개똥 2012/08/18 1,946
140590 시댁과 친정이 돈문제로 얽히면 1 시월드 2012/08/18 1,994
140589 안철수에 대한 헛소문.... 나꼼수 1 .. 2012/08/18 2,037
140588 얼굴부종이 신장기능과 관련있을까요? 6 신장내과? 2012/08/18 8,164
140587 고쇼 재미있네요 3 올림픽특집 2012/08/18 2,039
140586 타겟이 언제부터 타깃이 됐죠? 2 ... 2012/08/18 876
140585 급하게 프린트 해야할 경우... 10 프린터 2012/08/18 3,401
140584 에어컨 겨울에 장만하면 많이싸나요? 3 ㅁㅁ 2012/08/18 1,535
140583 마음 다스리는 법 아시는 분 8 Alexan.. 2012/08/17 1,930
140582 허시퍼피 ..신발 어떤가요? 5 신어보신 분.. 2012/08/17 2,456
140581 논술가르치는 애 어머니가 문자를 보냈는데요 41 논술샘 2012/08/17 12,362
140580 뽀롯이 뭔가요? 4 아이가 2012/08/17 1,200
140579 코즈니 비즈쿠션 같은 거 만들고 싶어요. 초보재봉 2012/08/17 724
140578 남자가 말하는 '유머 있는 여자'의 진짜 의미 1 ^^ 2012/08/17 4,854
140577 중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아이에요~ 1 케이 2012/08/17 911
140576 더운나라 사람들이 못사는이유가 10 ㅁㅁ 2012/08/17 4,753
140575 나이 먹을수록 굵은 다리 때문에 옷 입기가 힘들어요 1 RMdm 2012/08/17 1,384
140574 사람이 살다보니 많이 잊혀지는군요.... Time After T.. 1 시크릿매직 2012/08/17 1,241
140573 목동2단지근처 5 우리랑 2012/08/17 1,4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