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흐린 날은 따뜻한 집이 좋지요?
어릴적 ...방안 가득 흩어져있던 책들이 생각나네요
내가 첫딸인데 어머니께서
아마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전집 파시는분에게
지금생각해도 돈 많이 주고 사셨을 ( 아마 할부로..) 과학대전집 생각이 나네요
아마 미국의 어느 전집을 번역한 것 같은데
난 60대초에 태어나서 ..그때는 유치원도 없었고 학교에서도 어떤 좋은 교재가 없었죠
근데 그 책들에는 화려한 사진들 일러스트한 그림이 많았어요
미래의 지구, 우주, 깊은 대양, 아프리카...등등 큰 전집이었는데
글은 내용이 너무 어려우니 그림만 봐도 재미있어서 뭘 하든 방안 가득 그 책을 꺼내놓고 그림을 봤던 기억이 있네요.
다른게 할 게 없었으니..
소꼽놀이 할 시기도 지난시기 .. 아마 저학년때 1-3학년때인것 같네요 .
그 이후에는 딱따구리 북스니 에이브니 동서문화사 100권짜리 ..등 아동문고 보느라고
바빴으니 이 전집은 뒤로 밀려갔지만 ..책이 닳도록 그 사진들, 그림들 본 그것이 기억나
새삼 ..어려운 살림에 나와 내 동생들 위해 그 전집을 사준 돌아가신 엄마가 고마워집니다.
내 엄마가 가장 잘한 것은 .. 책 읽는것을 말리지 않으셨다는거죠
고등학교 가서도 공부해야 할 시험기간이면 어찌 그리 소설책이 재미있었는지..
소설책 읽다가 후다닥 시험공부해서 시험치고..
그래도 어머니는 내가 책 읽는 것에 간섭안하셨죠. 그게 고마워요 .
즉 하기싫은 공부/ 책 ..이렇게 이분법 하지 않고 책 읽는 것이 자연스레 공부로 이어진다는 것을
믿어준것만 해두요.
나는 정말 책을 좋아한 아이였던것 같은데.. 이건 제 생각엔 제 열정.. 배우려는 열망과 연관있는것 같아요
지금도 새로운 사실들 , 정보, 책에 대한 호기심이 높은 것은 어릴적 그 전집 덕분도 있지 않나 싶어요
책을 항상 옆에 끼고 사는 습관이 그렇게 든 것 말이죠
나이가 들수록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엄마를 생각해 보게됩니다 .
예전에는 시장도 가까이 없었죠. 차도 없던때라 도시 외곽에 살았언 우리집 .
그 무거운 채소랑 김치거리 사러 20분 거리의 시장까지 직접 가서 사와서
김치담고.. 일주일에 2-3번은 그랬을테니..냉장고도 없었을때라.. 정말 가정주부로서 힘들었을 것 같아요.
우리집엔 아이들도 많아서 끝없이 먹을것 만들어야 했거든요. 왜 그리 아이는 많이 나으셨는지..
지금 돌아보니 아마 아들 바라는 아버지의 소원을 무의식중에라도 채워주고 싶은 부부로서의 마음이 있었던것 같네요
그렇게 힘든 와중에 아마 방안 가득 책 펼쳐놓고 들어왔다 나갔다 책 보고 지내는 나와 내 동생들 보는게 엄마의 낙이었을것 같아요 . 그런 엄마의 수고와 노력과 선택들이 나의 어린시절을 채웠을텐데..
한 사람의 인생이 아이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보면서 엄마로서 선택을 잘 한다는게 어떤 건지 새삼 생각해보아요 .어쨌든 내 어린 시절 비싼 책 사서 나에게 지적 자극을 주려고 한 엄마
고마워요 .그래서 지금 내가 있는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