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했던 한사람을 마음에서 떠나보내는데도 의외로 담담해지는건,
쌓여진 나이만큼의 단단함일까요 딱딱함일까요...
담담해지니 또 왠지 쓸쓸함도 느껴지네요...
인간관계가 함께 한 시간만큼 더욱 견고하고 깊어질거라 믿었지만
의외로 아주 사소한 계기로 허무하게 사라져버릴수도 있음을 경험하고 있어요.
아니면.. 내내 쌓여있던것이 계기를 통해 정리된 것일수도 있겠네요..
적지 않은 나이에 경력직으로 입사하여 오랜시간을 동고동락한 동기(여자)가 있었어요.
둘다 경력직으로 입사하여 더 높은 직급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동료들의 텃세나
보수적인 직장문화 등으로 인한 애로들을 서로 의지하고 나누면서 절친 관계가 된것 같아요.
특히, 입사 초기에 그 동기가 가정사와 관련하여 어려움을 많이 겪고 저에게 얘기하는 과정에서
저보다 나이가 많았음에도 더욱 돈독한 사이가 되어갔지요...
차분하고 신중하며 지나치게 원칙주의적인 저에 비해, 쿨하고 처세에도 능한 그 동기로 인해
힘든 직장생활에서 많이 의지도 되었고 일적인 면 뿐 아니라, 개인사들도 공유하면서 서로 교감하는
관계가 되었다고 생각했어요. 서로 말하지 않아도 이해되는 사이.. 뭐 그런...
6년 이상의 시간들을 직장에서 함께하면서 서로 다른 면들(이를 테면, 대부분 원칙적 대응과 의사결정을 하는 저와 전략적 대응을 하는 동기)까지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소중한 관계를 갖게 되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작년에 그 동기가 먼저 승진을 하게 되었지요..
능력면에서나 조직내 인간관계, 처세 등에서 탁월한 평가를 받았으니 저는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이었어요.
오랜 시간을 함께 한 동기이기 때문에 질투나 부러움이 아니라 진정한 축하의 마음이
생겼던것도 정말 좋았구요...
저 혼자만의 생각일지는 몰라도... 승진한 그 동기와의 관계가 서서히.. 변화되어 갔어요.
직장내 동료들을 잘 이용하면서도 아주 세련되게 대처하는 능력이 있는 동기지만,
최소한 저만은 그 대상이 아니었을꺼라 믿었는데.. 점점 저도 관리대상의 한명 같은 느낌?
사소한 것에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섬세히 챙겨주고 나누던 사이였는데
저의 말과 행동에 무성의하고 형식적으로 대하는 듯하지만 필요에 의해 관리하는 대상?
아니면... 오랜 관계의 찌꺼기가 된듯한 감정들을 점점 더 자주 느끼게 되었어요.
이런 생각을 하는 제가 싫기도 하고, 또 설사 그 동기가 변했다 하더라도
제 자신은 사람에 대한 욕심보다는 관계에 대한 책임, 시간에 대한 소중함들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아
제 입장에서는 예전과 변함없이 진심을 다해 대했던것 같아요..
그러다 얼마전.. 정말 사소한 일을 겪으면서
아.. 그간 내가 느낀 감정들이 틀린게 아니었구나...생각하게 되었어요.
제가 어쩌다가 점심시간을 놓쳐 식사를 못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제가 식사를 하고 막 돌아온 그 동기에게 "매점에 같이 가줄 수 있겠냐"고 했더니
"난 배터지게 먹고와서 배불러" 이런 대답을 들었는데 순간 머리가 하얘지는것 같은......
한참이 지나 오후 세시경쯤인가? 저에게 배고프면 매점에 가겠냐고 하길래 괜찮다고 했더니
바로 "그래 그럼~"하는 동기를 보면서 서운함을 넘어서 왜 허무한 생각이 들었을까요...
참 별일아닌건데 제 스스로 혼자 지나치게 예민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적지 않은 시간동안 이런 감정들이 쌓여서 그런건지..
왠지 저혼자 계속 소중한 사람으로 생각하게 되면
저도 모르게 그 동기에게 부담을 줄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사람욕심도 없고, 사교적이지도 않아서 그런지 좁고 깊은 인간관계를 하다보니
소중한 사람을 마음속에서 떠나보내는게 참으로 큰일임에도 불구하고
쓸쓸하면서도 한편으로 담담해지고.... 그러네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저보고 참 한심하다 할 분도 계시겠지만..
이렇게라도 끌적이면서 마음정리 하나봅니다...
쓸대없이 길게 써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