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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길냥이가 새끼들을 데려왔어요 (4)

gevalia 조회수 : 2,462
작성일 : 2012-07-05 04:23:16

전쟁터가 따로 없네요.

하루에 계란 후라이, 커피, 그리고 요플레 먹는게 요 며칠 다 예요. 그것도 보미 들여보내기 전에 부지런히 시간을 내서 먹어야 해요. 몸무게가 3키로 빠지고 오른팔이 어젯 저녁부터 너무 아파 겁이 났는데, 오늘 아침에 많이 나아졌네요. 제가 워낙 평균도 안되는 체력이라.. 우리 나비 하나도 너무 힘들어했는데..어쩌다 이런일이.

 

거의 수험생과 같은 날들입니다..집에 도착하자마자. 잠은 3시간 자면 다행이구요.

오늘은 조금 서로에게 익숙해 진 듯 해서 평화가 찾아온  이 짧은 시간에 써 봅니다.

 

그러니까, 일요일 밤..집없는 고아 냥이새끼가 보미를 따라 들어온 후, 녀석에게 나비, 보미 모두 하악질을 해 대는 바람에 커다란 철로 만들어진 케이지에 이녀석은 따로 넣어 거실 한 켠에 놓았어요. 작은 방엔 새끼들을 넣었구요. 잠자는 방과 우리 나비 화장실이 있는 또 다른 방은 그래도 아직 나비가 점령하고 있어요. 

 

아,,이게 이렇게 힘든 줄 몰랐네요. 내심 귀여운 새끼고양이랑 놀 생각을 하니 흐뭇했는데요. 이렇게 손이 많이 갈 줄 몰랐어요. 똥, 오줌을 깨어있으면 2-3분 간격으로 보구요. 고양이는 오줌과 똥을 한 번에 안 보는데, 그러니 14번을 들락 날락 하는거죠. 정말 잘 때가 젤 조용하네요. 어떻게나 발발대고 뛰어노는지 팝콘이 튀는거 같아요. 한두마리 뛰어노는 건 봤어도 7마리는 처음인데요. 첨에 볼 땐 입이 안 다물어지더군요. 많이 먹고 꼭 저렇게 한바탕 뛰 곤 순식간에 잠잠해져요. 다 널부러져 자는거죠. 어미가 옆에 있으면, 밥을 다 먹고는 어미에게 가서 젖을 빨다 1분도 안돼서 다 골아 떨어져요. 근데 자고 있는 시간이 너무 짧은거 같아요. 자나보다 하면 어느 새 또 콩콩 대고 또 뜁니다.

 

지켜 보면 정말 시간가는 줄 몰라요. 한 놈이 화장실에서 일 보려고 모래를 파면, 옆에서 보던 넘은 그걸 보고 또 장난을 걸어요. 모래위에서 자리잡다 말고 장난 치느라 엉겨붙구요. 커튼에 대롱대롱 매달리는 놈, 보미가 밥먹는데 젖에 매달리는 놈, 꼬리잡고 장난치는 놈에..정말 귀여워요.  장난감은 집에도 우리 나비가 놀던 것이 넘쳐나는데, 왠지 이 녀석들 몫으로 뭘 하나 해주고 싶어, 새끼들이 좋아할 거 같은 스크래쳐 달린 S 자 모양을 하나 사줬어요. 처음 보미나 다른 길냥이 밥 내 놓을때도 길냥이라서 이빨 빠진 굴러다니는 그릇이 아니라 더 신경써서 담아주게 되더군요. 어쩌면 남들 눈엔 뭘 그렇게 까지 하냐고 할수있겠지만, 그냥 제가 소중히 대해주고 싶더라구요.

이게 참 그렇더군요. 우리 나비는 길냥이 출신이나 그래도 제가 데리고 있고 나니 보미가 그렇게 측은 했던거였어요. 그런데 이 고아냥이가 들어오니까, 새끼나 보미는 그럭저럭 제가 보살피고 있지만, 얜 정말 오갈 데 없는 고아니, 이녀석이 젤 안됐더군요. 의사 왈 5-6주 된거 같다고 하는데, 보미 새끼들과 비교가 안돼요. 비실비실 잘 걷지도 못하고, 안타깝게도 보미가 집에 들어오면 새끼부르는 소리, 또 방에 들어가서도 새끼와 뭐라고 이야기 하는 소리가 들릴때마다 이 녀석이 철장 안에서 울어요. 나오려고 버둥대면서요.. 어미 목소리라고 생각하는 거죠.

 

월요일 병원에 가려고 새끼들을 잡는데, 젤 몸집작은 까만 새끼고양이 하나가 책장뒤로 아주 깊이 숨었어요. 그래서 책장을 다 비우고 샤워하고 났는데 땀으로 샤워를 다시 했습니다. 다 잡아 병원에 갔는데 의사말이 새끼들 눈이 그렇게 된 게 어미가 잠정적으로 바이러스 균을 가지고 있어서 새끼들에게서 발현한 것이라고 하네요. 전염성이 강하다고 해서 전 우리 나비 걱정을 했더니, 나비는 거기에 해당하는 주사를 맞아서 괜찮다고 해요.  항생제인 안약을 하루 2-3번 눈을 식염수로 잘 닦아주고 넣어주라고 해서 그대로 하고 있는 중이예요.

다행이 첫날 병원다녀오고 증세가 확 달라지게 좋아지더군요. 전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눈 한쪽을 아예 감고있는 녀석들이 3마리에 다른녀석들도 눈꼽에 노란고름같은것으로 범벅이 되어 있으니요.

그런데..

한녀석이 설사와 구토를 심하게 해서 일요일 밤 월맛에 갔다왔다고 했죠. 그래서 이날 의사에게 말했어요. 한 녀석이 저런 증세가 있더라, 그랬더니 내일 까지도 설사를 하면 데려오래요. 그런데 고등어 무늬 두마리가 제가 보기엔 너무 똑 같이 생긴거예요. 암수구별도 인터넷으로 봐도 어떻게 하는지 헷갈리구요. 정말 간신히 설사한 넘을 기억해서 데리고 갔어요. 그 다음날도 설사를 하기에요.

그리고, 보미가 한 달 전부터 설사를 했는데 제 불찰이죠. 보미가 건사료 보다 치킨과 캔을 많이 먹었거든요. 처음 먹이주기 시작할 땐 건사료만 먹었어요. 언젠가 글을 올렸는데, 두 블럭 떨어져 사는 아주 큰 개가 날마다 와서 밖에 내어놓은 고양이 밥을 게눈 감추듯 먹었거든요. 처음엔 배가 얼마나 고플까 싶어서 다 먹고 또 내놔보니 또 먹어요. 먹는 양이 어마어마해요. 캔이고 뭐고 이녀석이 한번 스치면 남아나질 않습니다. 게다가 그릇을 들고 다른 데 가서 먹어요. 전 이웃이 길냥이 먹이 주는게 싫어서 그릇을 치우나 했거든요. 그래서 그 후론 후라이팬을 끈으로 묶어서 내 놓기 시작했죠. 이건 못 물어가더군요. 여하튼,,그래서 처음엔 언제 길냥이가 올지도 몰라, 캔을 주지 않았어요. 눈에 보이면 줬지만..

저 땐 보미 똥이 정상이었거든요. 그러다 제게 가까이 오기시작하고는 치킨과 캔을 줬어요. 제가 먹는 걸 옆에서 지켜 볼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아마 새끼 낳고 난 후 언제부터 묽은 똥을 보는 거예요 (똥, 똥 거려 죄송). 그런데, 어제 새끼 화장실에서 일을 보는데 세상에, 그 동안 봐 왔던것 보다 훨씬 묽은 변을 엄청 보는거예요.  

게다가, 보미가 10일 전 부터 이곳날씨가 덥다해도 다른 길 고양이들은 안그러는데, 너무 헐떡거려요. 그래서 새끼와 어미를 이동장에 넣고 어제 데려갔죠. 이젠 보미가 절 믿어 이동장 안에 넣어도 안 울어요. 단지 우리나비도 이동장에 넣었을때 들어 본 소리를 내요. 빨리 꺼내 달라 이거겠죠.

 

저번에 심장 사상충 검사를 안해서 이번해 했는데 다행이 정상이구요. 설사를 막 하고 난 터라, 그 곳에 맡기고 오후 늦게 확인을 하니 이게 또 다른 고양이에게 전염성되는 콕시듐증이라네요. 모래를 하루 한번씩 갈아주고 환경을 깨끗이 해야하구요. 약한 새끼고양이들에게서 잘 나타나고..저도 꼭 손을 씻어야 하고..등 등. 이게 치료가 늦어지면 모든 병이 그렇겠지만 죽음에 이르구요. 빨리 눈에 띄인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니, 그렇게 길냥이들이 새끼를 6-7마리 씩 낳아도 살아남는 건 1-2마리 밖에 없는 거 같아요.

상상이 가시죠.. 눈약 넣어주랴, 물약 먹이랴..화장실에 일 보면 부지런히 집어내야하고..(이게 삽으로 퍼내면 뭉치지 않는 모래라 더 흩어지고 설사라 건져내기도 어려워서 장갑끼고 손으로 골라내고 있어요). 이 녀석들이 또 주변에 묻히기도 하거든요. 그럼 또 그거 말끔히 닦아내야하고.

그런데, 고아냥이도 설사를 해서, 우리 나비 빼고 다 이 약을 먹고있어요.

빨리 이 증세가 나아지기만 고대합니다. 그래야 입양을 보내도 보내니.

 

이젠 보미가 나왔다가 잘 안나가요. 나가더라도 잠깐 나갔다가 들여보내달라고 막 웁니다.

그제는 보미가 잠은 나가서 잤는데 어제밤엔 새벽 2시까지 안 나가고 있어요. 우리나비는 신경질이 있는 대로 났구요. 저도 어제가 혼동의 절정이었던죠. 그 시간에 제가 쓰레기 버리러, 문을 열고 나가니 나비가 따라 나와요. 보미는 또 나비 못지않게 절 따라다녀서, 제가 나가는 소리가 나니 따라 나와요.  나중에 제가 나비야 문 닫게 들어와라 해도 안 들어와요. 보미는 제 발 아래 딱 붙어서 문 열고 서 있는 제 옆에 앉아있구요. 주객이 전도 된 셈이죠.  나중엔 보미도 나가서 문 앞에 앉아있고, 나비는 집 기둥 2m 위 턱이 있는데 거기 올라가 앉아서 두 넘 다 안들어와요.

문을 닫고 내다보니, 여전히 둘이 그러고 있어요. 5분 후에 창문으로 내다봐도 여전히 그러고 둘이 앉아이더라구요. 전 힘이 들어 두 녀석 달래 줄 생각도 안나서 그래 어디 싸우던 말던 해 보라는 심정으로 거실에서 깜빡 잠이들고 눈을 뜨니 새벽 5시예요. 뒷문 쪽을 보니 나비가 앉아있고, 앞문엔 보미가 앉아있기에 나비를 들어오게 하고 침대방으로 가서 잠을 조금 더 자고 일어나니..보미 이녀석이 어제 들여보내 달라고 앞문 틀에 붙어있는 고무를 물어 뜯어놨어요. 늘 그렇듯 벌써 와서 뒷문 계단에 앉아있구요.

그제와 어젠, 귀에 환청이 들리더군요. 고양이들 냐옹거리는 소리가..설겆이 하다말고 너무 야옹대기에 왜 그러나 물을 끄면 아무소리도 안 들려요. 샤워하다 고양이들이 너무 울어 물을 끄고 가만히 있어도, 아무 소리도 안 난 거였구요.차를 타고 가도 들립니다. 사무실에 앉아있어도 들려요..

 

오늘은, 이곳이 휴일이기도 하지만 나비가 여전히 하악거리긴 해도 체념한 듯 많이 누그러지니 그나마 아주 조금 숨이 쉬어지네요. 어리광이 늘어 찬장 엘 들어가질 않나..제가 많이 못 만져줘서 그런지, 더 만져 달라고 안 하던 구걸을 하네요.

 

 

 

 

IP : 108.207.xxx.35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와~
    '12.7.5 5:30 AM (61.79.xxx.78)

    정말 대단하시네요^^
    힘들겠다..막상상이 되요~ 그래도 귀여운 아가들 사진이 보고싶네요..
    저는 세마리키우고 있는데요..성격이 다 달라도 다 이뻐요~

  • 2. 숨..숨이 막히네요 ㅎ
    '12.7.5 6:34 AM (121.166.xxx.116)

    애기들 수도 많은데 아프기까지...
    정말정말 고생많으십니다.

  • 3. 검은고양이
    '12.7.5 6:37 AM (223.62.xxx.111)

    저도 지금 제가밥주던 길냥이새끼를 구조해서 데리고있어요
    대행히 임보처가 정해졌는데..정말 상상초월 장난꾸러기에요
    개는 많이 키워봤지만 냥이는 첨인데 요렇게 개구질수가 ㅎ
    원글님은 얼마나 정신없을까요 ㅎ
    고생많으세요^^

  • 4. gevalia
    '12.7.5 7:34 AM (108.207.xxx.35)

    보미가 6시간 만에 밖에 나갔어요.
    그 틈을 타서 옆집에 다녀왔죠. 여행중인데 그 집 고양이 두마리를 봐주기로 했거든요. 그 집 여자가 우리 길냥이 밥을 제가 없던 지난주에 주고 많이 보살펴 줬어요. 그렇지 않아도 그 집 장거리 여행가면 가서 봐 주기도 했구요.

    그런데, 이번엔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니까 바로 옆인데도 갈수가 없더라구요. 날 마다 못가고 이틀에 한번 가게 됐는데 재빨리 화장실 청소 해 주고 캔 좀 주고, 금붕어 먹이를 주고 나오면서, 뒷뜰에 토마토가 익어서 따지도 못하니 막 떨어지고 호박이랑 오이가 너무 커져서 따가지고 들어왔어요.

    들어와서, 거실에 있는 녀석 화장실을 갈아주고 밥도 새로 주고 그러는데, 벌써 앞문에서 보미가 와서 야옹거려요. 들어오겠다 이거죠. 이젠 너무 자연스럽게 들락거리네요..제가 일나가고 내내 저렇게 울면 제 사정도 모르고 참 걱정이네요.

    아침에 안약은 넣어 줬으니 조금후에, 또 물약을 줘야하는군요.
    일 주일 후에 다 낫기나 했으면 좋겠습니다. 보통 10일 까지도 설사약을 먹는경우도 있고..또 재발하는 경우도 있나봐요. 고양이들이 많이 같이 있으면.

  • 5. 와우~~
    '12.7.5 8:59 AM (119.194.xxx.126)

    원글님 글을 읽으니 너무 생생해서 저도 함께 번잡스러워 져요 ㅎㅎ

    그럼에도
    제게는 팝콘처럼 튀어 오르며 놀고 있다는 그 장면만이 잔상으로 남네요
    아무래도 제가 하는 고생이 아니라서 그렇겠죠?
    그저 글을 읽는 제게는, 참으로 이쁜 녀석들이 놀고 있구나~~~ 라고...ㅎㅎ

    너무 이쁜 고양이들이 원글님 덕분에 탈 없이 잘 자라길 바래봅니다

  • 6. 아이고~
    '12.7.5 9:01 AM (122.128.xxx.228)

    아, 정말 행복하긴 해도 얼마나 고생이 많으실지... 그런데 글로만 읽는 저는 정말 예쁘고 귀엽고,
    팝콘이 튀는 것 같다는 말에 저절로 상상이 되네요. 정말 근처라면 도와드리러 갈 텐데...

  • 7. +_+
    '12.7.5 12:07 PM (175.211.xxx.140)

    ㅜㅜ 작년에 장마철에 만난 길냥이 가족이 생각나 미안하네요.
    원글님 정말 천사신가봐요.

  • 8. 고양이
    '12.7.5 12:12 PM (175.223.xxx.64)

    읽고 있는저는 팝콘처럼 뛴다는 말만 계속 생각나고 웃음이 나는데 ㅠ
    원글님은 너무 고생하시네요. 님의 생활이 많이 망가질까 걱정도 되구요.
    뭐라도 도움을 드리고 싶은데 고양이에 눈을 뜬지 얼마되지 않아 아는것도 없고 ㅠ
    고맙습니다;;

  • 9. 동물들
    '12.7.5 10:30 PM (119.204.xxx.201)

    동물들 식구가 늘어날수록 정말 손가는게 장난 아니더라구요

    보통정성아니면 참 거두기 어렵던데

    그치만 본인이 잘자고 먹고해야 힘이 덜들죠~ 건강챙기면서 돌보세요

    복받으실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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