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런 시시콜콜한 개인사이자 부모님께 누가 될 수도 있는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은
이곳이 이미 엄마이시거나 언젠가 엄마가 되실 분들이 이용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제 이야기가 비슷한 실수를 하고 계시거나
앞으로 무심코 저지를수 있을 분들에게
스스로를 돌아보게 할 수 있다면 하는 생각에서요
이것은 정확히 얘기하면
애정결핍으로 굉장히 작아져 버린채 성장하지 못하고 나이를 먹어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죠.
시작은 부모님의 어쩌면 '애초부터 잘못된 만남' 에서였죠
변변히 가진 것도 배운 것도 없지만
괜찮은 외모와 타고난 좋은 머리라는 가능성을 갖고 있던 제 아버지는
어머니를 보고 거의 첫눈에 반합니다.
어머니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성장하는 동안 그 집안이 적잖이 부침을 경험해서
갈증과 야망을 지닌 분이었죠.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재원이고 여장부라 부를만 했을 걸로 보입니다.
그런 어머니 역시 아버지의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 끌리고 말았죠.
하지만 아버지는 어머니의 그 '야망과 갈증'을 간과하셨고
어머니는 아버지가 사실 변변찮은 집안의 아직은 크게 내놓을것 없는 사람임을 모르셨던 겁니다.
어머니가 아버지에 대해 잘 알게 되었을 때 불행하게도
어머니의 뱃속에는 제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결국 아이를 지우지 못하고 그 결혼을 받아들이고 맙니다.
하지만 생각해보건대 그것은 상당한 울분과 슬픔,일말의 희망 정도의 의미였을 겁니다. 어머니 당신에게.
모든 아이들이 그렇지만 그 두사람이 부부로 연인으로 만나지 못했다면
아예 세상에 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저 역시,
하지만 전 나중에 차라리 태어나지 말았으면 나았을 것을 이란 생각을 불효막심하게도 해보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그 어머니의 포기해버린 '더 좋은 결혼으로 가능했을 성에 찰만한 화려한 삶'은
아버지와 저를 포함한 아이들이 어느 정도 보상해 주어야 했지만
그럴수 없었다는 것이죠.
아버지는 그 어머니를 견뎌내지 못하고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어머니가 상경한다는 명분하에 사실상 헤어집니다.
그러는 동안 성장기에 저는 아버지로부터 남자다움을 배우지도 못했고
어머니로부터 제가 생각하는 사랑을 받으며 자라지 못했죠.
어머니 당신께서는 야망을 저희에게 투사하셨고
아이들을 거의 혼자 힘으로 키우다시피 하시면서 그 희생으로 고단하실수 밖에 없었고
그 정신과 육체의 피로는 어린시절부터 저희를 감정적으로 체벌하시는 것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그런 차가운 공기는 아이들을 얼어붙게 하죠.
소심하고 주눅들게 하며
눈치를 보게 하고
어느 순간 '자신이 하고 싶은 말' 대신 '당신께서 듣고 싶어 하는 말'로 대답하곤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대학 전공을 정했던 것조차
'제가 하고 싶은 일' 대신
'당신께서 흡족해 하는 일'이었지요.
전 누가 물어봐도 나름 으쓱하며 대답할만한 과를 두차례나 들어가고도
결국 적응을 하지 못해 애를 먹을 뿐이었죠.
제가 좋아하는 드라마의 표현을 빌면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조영재(김영광 분) 같기도 하고
'얼렁뚱땅 흥신소'의 김용수(류승수 분)처럼 자포자기하고 잉여로 살아온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난폭한 로맨스'의 박무열이란 캐릭터를 이해할만 했답니다.
그 미칠듯한 공격성,히스테리를
박무열도 어린시절 어머니로부터 원치않는 일방적인 훈육에 돌아버리기 직전이 되었다가 야구를 만나고
'엄마와 야구 중 하나만 택하라'는 질문을 받고 야구를 택해버린 놈이죠.
'그래 그렇게 야구는 가끔 사람을 구해'
제게는 드라마가 있었을까요 모르겠습니다. 그저 잉여짓일 뿐일 수도 있죠.^^
저희 어머니와 그나마 좀 비슷한 다른 드라마 속 캐릭터를 생각해보면
'인순이는 예쁘다'에서 나영희씨가 연기한 그 어머니 연극배우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그 주눅들어보이던, 서효림이 연기한 딸이 그리 가여울 수 없더군요. 마치 저 같기도 해서.
어머니께 미안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제가 좀더 그 기대에 부응할만 하게 자랐다면
그렇게 대범한 녀석이었다면
그녀의 슬픔을 위로할 수 있었다면
그래서 다른 동생들에게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더라면
...........................
전 서른 여덟이 되도록 거의 자포자기한 채 살아왔죠.
사회 밑바닥을 전전하면서.
얼마전부터야 좀 추스리고 작은 일이라도 제 미래를 걸고 일어서보려고 합니다.
지난 제삶을 돌아보면
애정결핍
자존감결여
극도의 소심함 그리고 남성성의 부재
부분적이지만 심각한 편집증
만성적인 우울증
의지박약
심각한 정서불안
사이코패스가 스스로 좀 의심되는 무감함
열거하면 끝이 없네요.
제대로 사랑받고 자라지 못한 아이들은 인간의 마음을 갖고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합니다.
김도우작가의 '나도 꽃'의 나레이션도 비슷하더군요.
'사랑받고 사랑할줄 아는 진짜 어른'이 되지 못했죠. 전,
그러고 보면 전 이 나이가 되도록 제대로 된 연애의 기억이 없습니다.
짝사랑조차도요,
두어번의 짝사랑 비슷한 것이 있었지만 사랑이라기보다 그저 잠시의 심한 집착이었던 것 같습니다.
부디 당신의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욕망과 로망을 그 교육에 대입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당신의 내면 대신 아이의 내면을 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전 '사랑의 매'란 말을 믿지 않지만
부디 습관적으로 매질을 하시지만은 마시고
집안 공기를 당신 덕분에 싸늘하게 만드시지 마세요.
그런 집에서 자란 아이는 저처럼 될지 모릅니다.
혹시 아이가 지금 '하고 싶은 말' 대신' 당신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마지못해 하며 눈치만 보는게 아닌지
섬세하게 관찰하는 어머니가 되어주세요.
아이는 당신이 보지않을때 일탈을 하거나 하며 그 울분과 스트레스를 해소할지 모릅니다.
마치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조영재가 아이들을 구타하며 불량소년이 된 것처럼
그 아이는 그러는 동안 스스로의 인생을 죽인 것임을
제나이가 되어서야 슬프게 깨닫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제게 드라마 리뷰를 쓰는건
자괴감을 보상받을 다른 아바타를 찾으려는 현실도피였을 겁니다.
물론 지금에 와서는 글쓰기를 해온 시간들이 그저 후회되지 만은 않지만요.
취미로든 언젠가 일로든 삶의 좋은 자양분이 될거라 믿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한번 일어서 보고 싶습니다.
내가 나에게 너무 미안하거든요.
그리고 '인순이는 예쁘다'의 대사를 빌어
진심으로 나에게 말해 주고 싶습니다.
'XX야,
넌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착하고 사랑스러워.'
글을 다 쓰고 보니
저를 질타하시는 반응들도 예상되기도 하네요.
달게 받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