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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세상의 어머니들께 한 아들이...

mydrama75 조회수 : 2,042
작성일 : 2012-07-03 17:46:25

먼저 이런 시시콜콜한 개인사이자 부모님께 누가 될 수도 있는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은

이곳이 이미 엄마이시거나 언젠가 엄마가 되실 분들이 이용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제 이야기가 비슷한 실수를 하고 계시거나

앞으로 무심코 저지를수 있을 분들에게

스스로를 돌아보게 할 수 있다면 하는 생각에서요

이것은 정확히 얘기하면

애정결핍으로 굉장히 작아져 버린채 성장하지 못하고 나이를 먹어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죠.

시작은 부모님의 어쩌면 '애초부터 잘못된 만남' 에서였죠

변변히 가진 것도 배운 것도 없지만

괜찮은 외모와 타고난 좋은 머리라는 가능성을 갖고 있던 제 아버지는

어머니를 보고 거의 첫눈에 반합니다.

어머니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성장하는 동안 그 집안이 적잖이 부침을 경험해서

갈증과 야망을 지닌 분이었죠.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재원이고 여장부라 부를만 했을 걸로 보입니다.

그런 어머니 역시 아버지의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 끌리고 말았죠.

하지만 아버지는 어머니의 그 '야망과 갈증'을 간과하셨고

어머니는 아버지가 사실 변변찮은 집안의 아직은 크게 내놓을것 없는 사람임을 모르셨던 겁니다.

어머니가 아버지에 대해 잘 알게 되었을 때 불행하게도

어머니의 뱃속에는 제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결국 아이를 지우지 못하고 그 결혼을 받아들이고 맙니다.

하지만 생각해보건대 그것은 상당한 울분과 슬픔,일말의 희망 정도의 의미였을 겁니다. 어머니 당신에게.

모든 아이들이 그렇지만 그 두사람이 부부로 연인으로 만나지 못했다면

아예 세상에 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저 역시,

하지만 전 나중에 차라리 태어나지 말았으면 나았을 것을 이란 생각을 불효막심하게도 해보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그 어머니의 포기해버린 '더 좋은 결혼으로 가능했을 성에 찰만한 화려한 삶'은

아버지와 저를 포함한 아이들이 어느 정도 보상해 주어야 했지만

그럴수 없었다는 것이죠.

아버지는 그 어머니를 견뎌내지 못하고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어머니가 상경한다는 명분하에 사실상 헤어집니다.

그러는 동안 성장기에 저는 아버지로부터 남자다움을 배우지도 못했고

어머니로부터 제가 생각하는 사랑을 받으며 자라지 못했죠.

어머니 당신께서는 야망을 저희에게 투사하셨고

아이들을 거의 혼자 힘으로 키우다시피 하시면서 그 희생으로 고단하실수 밖에 없었고

그 정신과 육체의 피로는 어린시절부터 저희를 감정적으로 체벌하시는 것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그런 차가운 공기는 아이들을 얼어붙게 하죠.

소심하고 주눅들게 하며

눈치를 보게 하고

어느 순간 '자신이 하고 싶은 말' 대신 '당신께서 듣고 싶어 하는 말'로 대답하곤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대학 전공을 정했던 것조차

'제가 하고 싶은 일' 대신

'당신께서 흡족해 하는 일'이었지요.

전 누가 물어봐도 나름 으쓱하며 대답할만한 과를 두차례나 들어가고도

결국 적응을 하지 못해 애를 먹을 뿐이었죠.

제가 좋아하는 드라마의 표현을 빌면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조영재(김영광 분) 같기도 하고

'얼렁뚱땅 흥신소'의 김용수(류승수 분)처럼 자포자기하고 잉여로 살아온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난폭한 로맨스'의 박무열이란 캐릭터를 이해할만 했답니다.

그 미칠듯한 공격성,히스테리를

박무열도 어린시절 어머니로부터 원치않는 일방적인 훈육에 돌아버리기 직전이 되었다가 야구를 만나고

'엄마와 야구 중 하나만 택하라'는 질문을 받고 야구를 택해버린 놈이죠.

'그래 그렇게 야구는 가끔 사람을 구해'

제게는 드라마가 있었을까요 모르겠습니다. 그저 잉여짓일 뿐일 수도 있죠.^^

저희 어머니와 그나마 좀 비슷한 다른 드라마 속 캐릭터를 생각해보면

'인순이는 예쁘다'에서 나영희씨가 연기한 그 어머니 연극배우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그 주눅들어보이던, 서효림이 연기한 딸이 그리 가여울 수 없더군요. 마치 저 같기도 해서. 

어머니께 미안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제가 좀더 그 기대에 부응할만 하게 자랐다면

그렇게 대범한 녀석이었다면

그녀의 슬픔을 위로할 수 있었다면

그래서 다른 동생들에게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더라면

...........................

전 서른 여덟이 되도록 거의 자포자기한 채 살아왔죠.

사회 밑바닥을 전전하면서.

얼마전부터야 좀 추스리고 작은 일이라도 제 미래를 걸고 일어서보려고 합니다.

지난 제삶을 돌아보면

애정결핍

자존감결여

극도의 소심함 그리고 남성성의 부재

부분적이지만 심각한 편집증

만성적인 우울증

의지박약

심각한 정서불안 

사이코패스가 스스로 좀 의심되는 무감함

열거하면 끝이 없네요.

제대로 사랑받고 자라지 못한 아이들은 인간의 마음을 갖고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합니다.

김도우작가의 '나도 꽃'의 나레이션도 비슷하더군요.

'사랑받고 사랑할줄 아는 진짜 어른'이 되지 못했죠. 전,

그러고 보면 전 이 나이가 되도록 제대로 된 연애의 기억이 없습니다.

짝사랑조차도요, 

두어번의 짝사랑 비슷한 것이 있었지만 사랑이라기보다 그저 잠시의 심한 집착이었던 것 같습니다.

부디 당신의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욕망과 로망을 그 교육에 대입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당신의 내면 대신 아이의 내면을 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전 '사랑의 매'란 말을 믿지 않지만

부디 습관적으로 매질을 하시지만은 마시고 

집안 공기를 당신 덕분에 싸늘하게 만드시지 마세요.

그런 집에서 자란 아이는 저처럼 될지 모릅니다.

혹시 아이가 지금 '하고 싶은 말' 대신' 당신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마지못해 하며 눈치만 보는게 아닌지

섬세하게 관찰하는 어머니가 되어주세요.

아이는 당신이 보지않을때 일탈을 하거나 하며 그 울분과 스트레스를 해소할지 모릅니다.

마치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조영재가 아이들을 구타하며 불량소년이 된 것처럼

그 아이는 그러는 동안 스스로의 인생을 죽인 것임을

제나이가 되어서야 슬프게 깨닫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제게 드라마 리뷰를 쓰는건

자괴감을 보상받을 다른 아바타를 찾으려는 현실도피였을 겁니다.

물론 지금에 와서는 글쓰기를 해온 시간들이 그저 후회되지 만은 않지만요.

취미로든 언젠가 일로든 삶의 좋은 자양분이 될거라 믿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한번 일어서 보고 싶습니다.

내가 나에게 너무 미안하거든요.

그리고 '인순이는 예쁘다'의 대사를 빌어

진심으로 나에게 말해 주고 싶습니다.

'XX야,

넌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착하고 사랑스러워.'

글을 다 쓰고 보니

저를 질타하시는 반응들도 예상되기도 하네요.

달게 받겠습니다.

IP : 210.206.xxx.36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ㄴㅁ
    '12.7.3 5:53 PM (115.126.xxx.115)

    누가 님을 질타 할 수 있겠어요..
    살면서 간혹 좋은 형이나 선배 또는 책
    영화 선생님을 통해 구원받고 치유받을 기회를
    얻기도 하지만...파이팅!!

  • 2. ---
    '12.7.3 5:59 PM (188.60.xxx.166)

    슬픈 글인데 담담하고 정갈하게 쓰셨네요. 지나간 일은 어찌 할수 없지만, 차근차근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조심스레 희망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저도 글 꽤 읽고 써봤지만... 원글만 보자면, 내면이 아름답고 섬세한 분으로 보입니다. 힘내십시오.

  • 3. mydrama75
    '12.7.3 7:18 PM (210.206.xxx.36)

    ㄴㅁ ,.......//
    감사합니다, 인간관계를 두려워 했죠. 자꾸 숨기만 하고, 제가 잘 살피며 살았다면 그런 좋은 인연이 제게도 있었을텐데 그러질 못했어요. 지나간 시간들이 정말 많이 후회됩니다.
    그런 남편분이 계셨다니 위안 아닌 위안이 되는것 같기도 하네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내면이 아름답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지만요. 이제라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긴 하네요.

  • 4. ,,,,
    '12.7.3 7:35 PM (1.246.xxx.47)

    정말 작아지고 고통스럽죠 하지만 이젠 거기에서 벗어나셔야해요
    38이라는 나이에 멋있는남자로서 자기삶을 추스려야해요
    엄마가 아빠가 잘못한점이많고 죄지은게 많지만 사과를 하라할수도없고 어쩔도리가없어요
    책도보고 탐색하고 자기자신을 다스려야해요
    여기에서 추천해주신 법륜스님 강좌 들어보니 좋던데요
    실천은 안될지모르나 머리로는 어느정도 알아듣겠던데요
    강하고 멋진남자로 살아주세요

  • 5. mydrama75
    '12.7.3 7:40 PM (210.206.xxx.36)

    ....//덧글을 보니 비슷한 경험이 있으셨던 것 같기도 하네요. 조언 감사해요. 저도 늦게나마 좀더 풍부한 독서를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미안해 하세요. 전 아버지한테 또 미안하구요,

  • 6. 111111111111
    '12.7.4 12:59 PM (112.144.xxx.18)

    글을 잘 쓰시네요 감동적이예요.
    저도 홀로 아들 둘을 키우는데
    가끔 감정적이 되어 히스테릭적으로 소리를 지르거나
    매을 휘두를때도 있어요. 감정적인 언어로 꾸짖기도 하구요.
    글 보고 많이 반성되네요. 차가운 공기는 아이들을 얼어붙게 만든다. 라는
    글귀가 제 가슴에 비수처럼 꽂이네요.
    아빠없이 키우는 아이들의 남성성의 부재...도 그렇고.
    아빠없이도 잘 키울수 있다고 자부하고 내린 결단인데도
    아이들이 커갈수록 자꾸 흔들리고 힘드네요.
    그래도 내가 여기서 무너지면 죽음밖에 길이 없기때문에
    붙들고 사는 생인데.....너무 힘드네요.
    지친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하면 어지러진 집안, 배고프다고 아우성 치는 아이들
    하루종일 격무에 시달려 내 몸의 고단함. 등으로
    하소연할곳도 도움받을곳도 없이 살다보니 아이들에게 일관성이 없이
    너무 미안한 맘이 들땐 한없이 따뜻한 엄마가 되었다가
    내 몸이 지치고 힘들땐 무서운 엄마가 되었다가...오락가락..
    그저 아이들이 어서 커 내 보살핌이 없어도 당당히 살아가는 청년이 되는것만
    내 희망인것 같아요.
    많이 반성하고 이 글을 가슴속에 꼭 간직해서 화가 나도 참을수 있는 따뜻한 엄마가
    되도록 해볼께요.
    좋은글 감사하고.
    원글님도 부족한 엄마이지만 용서해주시고 편안한 삶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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