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정상에 있으면 권력을 지키는게 자기 가족보다 중요한 거겠죠.
조선시대는 아비가 아들을 죽인 경우도 왕왕 있었으니 딸과 사위 죽이는게 별건가,
하겠지만,
무신의 최우와 딸 송이의 경우는 조선시대때 왕과 아들 사이와는 다른듯해서 드라마틱하긴 합니다.
어찌 생각하면,
자식이야 그 자식만 있는것도 아니고 다른 자식도 많으니 자기 권력을 불안하게 하는 자식 하나쯤은 여럿 자식중에서
죽일수도 있겠죠.
자식뿐 아니라 손자 손녀도 있는데 그깟 자식 하나 죽이는게 뭔 대수겠습니까.
무신정권 최우의 경우는
고려황실을 힘으로 제압하고 상징적인 존재로 만들고는 무신들이 실질적인 권력자가 된 세상이니
그런 상황에서 몽고침략을 맞아 항복하면 굳이 무신정권이 있을 이유가 사라지니
무려 40년간이나 몽고와 장기 전쟁을 이어갔다했죠.
해전에 약한 몽고가 함락시키지 못하게 강화도라는 섬으로 피난을 가서 옮겨서 말이죠.
이건 귀족출신인 무신 최우나 노예출신의 무신 김준이나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일이었죠.
자신의 권력과 출세를 위해 기꺼이 전쟁을 택한 인물들.
10년 20년 전쟁도 불사하는 마당에 자식하나 죽이는게 뭔 대수겠습니까.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인간이란 참 ....
온갖 교활하고 야비한 짓을 하는것도 다 자식을 위해서라고 하면서도
권력을 위해선 기꺼이 자식도 죽일수 있는 존재,
조선시대 왕이 아들을 죽인 경우와 달리
최우는 시원찮은 아들들보다는 똑똑한 딸을 믿었고 믿음직한 사위를 골라 후계자로 삼을만큼 부녀사이가 돈독했음에도 ....
무신의 그간 전개가 좀 비현실적인 대목은 많았죠.
송이와 남편의 관계도 사실적으로 하자면 남편 교정별감(오늘날의 국정원장)이 대놓고 바람펴서 부부사이가 멀어졌고
남편의 정치적 견해도 몽고와의 전쟁보다는 몽고의 속국이 되더라도 고려땅에서 지배계급으로 안정적으로 사는게 낫다는 입장이었고,
이에 반해 최우나 딸 송이는, 그리되면 무신정권의 존재이유가 없어지고 황실에게 권력을 내줘야하니 기꺼이 전쟁을 택했죠.
송이가 사랑하는 김준이란 노예출신의 무사도 전쟁이 있어야 자신의 가치를 펼칠수 있으니 전쟁을 택한거구요.
뭐 힘없는 백성입장에선
몽고와 고려황실과 고려귀족에게 착취당하나, 무신정권과 고려황실, 귀족에게 당하나 어차피 당하지만
그래도 전쟁은 더 고통스럽겠죠.
선택권이 없는 힘없는 존재란.....
반란만이 유일한 대안인데 그 반란마저도 게중에 또다른 왕이 되고자하는 인간이 주도했죠.
왕이 없으면 안되는 줄 알았던 시대...
왕이 필요없다는건 그뒤 몇백년이 더 지나 조선선조 허준이 홍길동전을 쓰는 시대가 되어서야 자각했죠.
그나마 이건 허준이라는 지식인이 쓴 소설속에서나 가능했고
다시 몇백년이 지나 조선이 실제로 일제에게 먹히는걸 보고나서야 왕이 필요없다는걸 많은 사람들이 깨달았겠죠.
사상의 발전이 일제시대때 엄청나게 진행될수밖에 없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