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한 마리랑 우연히 같이 살게 되었어요.
수컷이라 그런지 체격도 크고 목소리도 크고 뭐든지 다 커요.
꼬리도 한 번 휘저으면 반경 내의 물건이 다 와르르 쏟아지고,
뛸 때도 쿵쿵거리는게 뭔가 육중한 느낌이고.
특별히 말썽쟁이 아닌데도 한 마리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어지는...
오늘은 제가 오랜만에 집에 있으면서 컴퓨터도 하고 뭣 좀 프린트도 하고 그랬는데
인석이 제가 가는 데마다 졸졸 따라다니네요.
소리도 없이 책상에 휙 올라와서 키보드야 있건말건 갑자기 털썩 드러누워요.
나 좀 자야겠다, 이런 건지. 비켜라 이눔아.
이리 저리 돌아눕더니 갑자기 마우스 쥔 제 손을 앞발로 쓱 끌어다가는
베개처럼 베고 자네요. 헉.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편한 자세도 잡으시고.
어이가 없어서 원.
이름 부르면 그 와중에 꼬리도 탁탁 쳐주시고.
몬생겼는데 왜 이리 귀엽지요?
아니에요, 지금 보고있는데 자꾸 보니까 너무 잘생긴것 같기도 해요.
정들려나봐요. 제 고양이도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