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시장 모퉁이에 작은 약국이 있습니다. A약국이라고 할게요.
오래 된 약국인데 저는 거기 잘 가지 않았어요.
더 가까운 데 약국이 몇 개 더 있거든요.
그 약국 근처에
수족관 몇 개 밖에 두고 싸게 회 파는 가게가 있는데
싼값이지만 회가 좋다고 평이 좋아 늘 손님이 붐비는 잘 되는 가게가 있습니다.
이웃이 추천해줘 지난 겨울 어느날 회를 주문하려고
그 횟집 전화번호를 인터넷으로 검색하다가
중소상인 카페에서 그 횟집 주인을 인터뷰한 글을 발견했습니다.
사업에 망해서 빈털터리가 되었을 때
A약국 약사분이 고향분이라 사업자금 대주고
손님을 어떻게 대하는가 약국에 와서 보고 배우게 하며 도와줘서
이렇게 성공했다는 글을 봤어요.
대단하구나 생각하곤 잊어버렸다가
어제 병원에 갔다가 그 약국에서 들러서 약을 조제하게 되었어요.
장소는 협소한데 약사는 3명이나 되더군요.
한 아주머니가 조제약을 산 후
여자 약사가 비타민 음료를 서비스로 드렸어요.
그 아주머니가 자신은 이걸로 약을 먹어야 하는데
찬 음료는 싫다며 따뜻한 쌍화탕으로 바꿔 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태도가 좀 짜증을 내며 명령하는 분위기였어요.
바로 옆에 생수대도 있었는데 말이죠.
여자 약사가 온장고에서 쌍화탕을 드렸더니
이번에는 뜨거워 약을 못 먹겠다고 하면서
좀 덜 뜨거운 걸로 달라고 요구하더군요.
그러자 주인 약사가 나오셔서
아주 활기차고 쾌활한 목소리로
"맞아요. 뜨거우면 약 드시기 어렵죠. 아마 미지근한 게 있을 거예요."하면서
온장고에서 쌍화탕 이것 저것 만져보아 하나를 꺼내더군요.
그러더니 "아, 컵으로 드시면 더 드시기 좋을 거예요."하면서 종이컵까지 찾아 드리더군요.
짜증스럽던 아주머니 표정이 스윽 풀어지더군요.
작은 약국에 늘 손님이 많은 걸 오가면서 봤었는데
왜 그런지 알 것 같았어요.
주인 약사 태도가 마지 못해 뚱한 태도가 아니라 활기찬 느낌이었구요.
그리고 귀찮을 법한 요구에도 밝게 수긍하고 그 이상을 해주더군요.
긍정의 에너지가 본인의 사업에도 도움을 주고
방문한 손님의 기분도 좋게 해주는구나 느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