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女전설 은퇴 "듀스 사건 못 푼 게 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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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국립 과학 수사연구원 정희선 원장
서래마을 영아 유기사건. 석해균 선장을 쏜 범인. 연쇄살인범 강호순, 유영철, 김길태 사건. 이 사건들 성격은 다 다르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미궁에 빠질 뻔 한 사건을 같은 곳에서 해결한 건데요. 한국판 CSI라고 불리죠. 과학수사 의 요람, 국립과학 수사연구원, 국과수입니다. 이 국과수 역사상 최초의 여성 수장이었던 분이 곧 은퇴를 앞두고 있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만나볼까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희선 원장입니다.
◇ 김현정>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네요.
◆ 정희선> 네, 그렇죠.
◇ 김현정> 7월 10일에 은퇴하시는 건가요?
◆ 정희선> 7월 10일까지가 되겠습니다.
◇ 김현정> 떠나는 마음이 어떠십니까?
◆ 정희선> 많이 서운하죠. 하지만 그래도 참 다행스러운 건요. 제가 처음에 소장이었다가 또 지금은 원장까지 되면서 사실은 저희가 소에서 원이 됐다 그래서 소원성취 했다고 그래요. (웃음)
◇ 김현정> 그걸 만드신 분이 정희선 원장님이시죠?
◆ 정희선> 네. 그래서 제가 재임기간에 그게 가능했기 때문에 정말 이렇게 보람 있게 떠나는 마음입니다.
◇ 김현정> 언제 입사하셨어요?
◆ 정희선> 저요? 글쎄요. 굉장히 오래 전이에요. 1978년에요. 그러니까 34년 됐어요.
◇ 김현정> 그때는, 그러니까 34년 전에는 국과수에 여성 직원이 드물었다면서요?
◆ 정희선> 그 당시는 여성이 여기를 잘 오지 않았던 시기였고요. 부서마다 도와주시는 분들이 계시기는 했지만. 오래 다니지 않았다는 게 큰 특징이었었어요. 그러니까 그때는 결혼하면 거의 또 안 다니던 시대였고. 그 다음 에 한 1, 2년 다니면 또 옮기고. 또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좀 오래 3년 정도 있는다는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었죠. 그 당시에는.
◇ 김현정> 그럼 정희선 원장은 '나는 끝까지 남아서 아무리 험하고 끔찍하고 무섭고 더러워도 은퇴까지 하겠다.' 결심을 하고 시작을 하신 거예요?
◆ 정희선> 그렇지는 않았어요. 저도 처음에 인터뷰할 때 그 당시에 과장님이 “3년은 있어줄 수 있겠느냐? 3년 있겠느냐?” 그러셔서 “3년은 있을 것 같다. 그것도 사실은 꼭 보장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3년은 있겠다.”라고 제가 말씀을 드렸는데 지금 11번째 지났죠. 그래서 지금 11번이 지날 정도로 이렇게 오래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34년 간 참 많은 사건을 담당하셨을 텐데. 대략 몇 건이나 했는지 기억나세요?
◆ 정희선> 그렇게는 기억을 못하겠어요. 워낙 많겠죠. 그러니까 굉장히 많은 건수를 했기 때문에 하나하나를 기억하기는 정말 어렵거든요.
◇ 김현정> 하나하나 기억하기도 숫자도 세기 어렵지만, 사건에 대한 기억도 어려울 것 같은데.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어떤 건가요?
◆ 정희선> 그런데 이제 그렇게 많은 사건을 했는데 기억에 이렇게 많이 남는 건 고생을 얼마큼 했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 김현정> 고생과 비례합니까?
◆ 정희선> 네. 제가 그걸 해결을 못해서 잠을 못 잤든가, 이런 경우는 지금 기억에 남는 게 95년쯤에 굉장히 유명한 가수 분이 돌아가셔서.
◇ 김현정> 누구 말씀하시는 거죠?
◆ 정희선> 유명했던 김성재 씨 사건이죠.
◇ 김현정> 듀스의 김성재 씨.
◆ 정희선> 네. 그 분이 돌아가셨는데. 어쨌든 주사바늘 자국도 있고 그러니까 제가 좀 쉽게 찾을 거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 김현정> 범인을?
◆ 정희선> 아니, 약물종류를요. 제가 마약전문가니까 마약 종류면 쉽게 찾겠지 하고 했는데 그게 그렇게 쉽게 안 찾아지더라고요. 그래서 며칠 몇 밤을 세우다시피 하면서 했는데 3만 종류, 5만 종류의 화합물 못 찾아서 밤에 꿈에 막 나타나는 거예요. 그랬더니 그 다음 날 제가 우리 직원한테 “내가 꿈에 나타나서 내가 못 찾았다” 그랬더니. 우리 직원은 “자기 꿈에 내가 나타나서 왜 못 찾느냐” 그래서 밤에 잠을 못 잤다.. 그럴 정도로 굉장히 스트레스 받았었어요. 그런데 정말 다행스럽게 한 10만 종류 화합물을 봤는데 비슷한 게 나오는 거예요.
◇ 김현정> 그때 동물 마취제였던가요?
◆ 정희선> 동물 마취제였죠. 그러니까 사람에 쓰이지 않았던 약물이기 때문에 그렇게 찾기가 어려웠었거든요.
◇ 김현정> 거기까지 그렇게 어렵게 밝혀냈는데. 그런데도 결국은 범인을 못 찾고 이게 미스테리로 끝났거든요.
◆ 정희선> 그래서 그런 게 참 안타깝죠. 그러니까 저희가 어떤 범죄를 입증할 수 있는, 그런 과학적인 서포트가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그게 안 됐다는 거죠.
◇ 김현정> 지금 다른 얘기기는 합니다만. 혹시라도 100년 정도 지나면, 10년 정도 지나면 범인을 찾을 수 있을까요?
◆ 정희선> 이거는 안 되죠. 이건 안 되는 게 왜냐하면 그 분의 약물 같은 거 종류가 다 있었고. 그런 모든 게 있었는데도 법정에서 안 됐기 때문에 이건 그 어떤 약물의 종류라든가 사인의 종류에서 찾아지는 건 아니거든요. 어떤 기술 의 발전에 의해서도 이건 될 수가 없고. 그런 점이 있죠.
◇ 김현정> 이 정도 되면 자백이 아니면 안 되는 사건이에요?
◆ 정희선> 그렇죠. 이건 조금 상황 자체가 좀 다른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 김현정> 이렇게 국과수에서 몇 날 며칠을 고생해서 뭔가 결정적인 단서를 찾았는데도 미궁으로 빠져버리면, 그럴 때는 그 아쉬움이 얼마나 클까요?
◆ 정희선> 안타깝죠. 그리고 ‘아, 우리가 뭘 잘못했을까? 이 분야에는 어떤 걸 앞으로 더 보강을 해야 될까’, 이런 생각도 들고요. 그런데 어쨌든 재판 과정이니까 거기는 저희가 충분히 존중을 해야 되는 분야라... 뭐 그렇습니다.
◇ 김현정> 맞아요. 그런 일도 많이 겪으시고 이런 저런 애환이 참 많을 텐데. 제가 정 원장님이 하신 여러 가지 이야기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게 “국과수는 국민 안심의 종결자다. 억울한 사람들의 한을 풀어주는 곳이다.” 이런 말씀하셨어요. 보니까 남편도 국과수 직원이셨네요?
◆ 정희선> 그렇다고요. 비밀인데. (웃음)
◇ 김현정> 남편도 원장, 그러니까 그때는 소장이죠. 소장까지 하고 퇴직하셨네요?
◆ 정희선>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자제분들도 시킬 생각 없으세요?
◆ 정희선> 저는 한다고 그러면 시킬 것 같아요. 저는 국과수 굉장히 매력적인 곳이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딸이 지금 공부 를 하고 있는데. 모르겠어요, 걔가 올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오면 정말 이런 매력적인 곳에서 한번 본인의 인생을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이 들어요.
◇ 김현정> 그렇게 되면 정말 국과수 가족이네요.
◆ 정희선> 그렇게 되겠죠. 그럼 우리 딸 들어오면 인터뷰해 주세요. (웃음)
◇ 김현정> (웃음) 아이고, 예약까지 해 놓고 가시네요. 우리나라 최초의 국과수의 여성 원장으로 은퇴를 하는 정희선 원장을 만나고 있습니다. 은퇴 후 어떤 계획 세우셨어요?
◆ 정희선> 아직은 계획 없습니다. 여기 있을 때 최선을 다해야 된다고 그래서 아직은 생각을 안 하고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어떤 일이든 첫 번째, 최초란 게 참 어려운 건데 국과수의 첫 여성 원장으로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 정희선>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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