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맨날 만난
아주아주 친구가 어느날 선을 보더니
결혼을 한다고 합니다.
남편은 심지어 잘생기고 어리고
화목한 의사집안의 의사입니다.
3달 만에 후루루룩 결혼합니다.
비쥬얼도 좋고 남자쪽 여자쪽 조건도 좋고 너무너무 이쁜 부부입니다.
너무 축하해줬습니다.
근데 인제 문제가 생깁니다.
그 친구 남편과 결혼생활은 잘하고 있었으나
대신 남편하게 모든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지 못했나봅니다.
그니까 예를 들면
간단하게 맥주한잔 하자고 말하면 되는걸
먼저 말하면 남편이 오해할 수도 있다고
말못하더군요.
담배도 가끔 피는데 그것도 말못합니다.
와인 한병은 그 친구에겐 술도 아닌데(두병 정도는 마셔야 술인데)
그것도 말못합니다.
뭐 그럴 수 있고 충분히 이해 갑니다.
화목한 결혼생활을 위해서 어느 정도의 연기는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근데 어느날부턴가 뭔가 이상합니다.
저한테 술먹자 어디 놀러가자
해서 만나면
뭔가 이상하더라 이겁니다.
한달여쯤 지나서 알았습니다.
남편한테는 매번
제가 너무 힘든일이 있어서 오늘 위로하려고 만났는데 -_-
그래서 어쩔수 없이 술마시고 좀 늦게 들어간다고
말하고는 외출한다는 사실을요,
그럴 수 있습니다.
친구니깐요.
남의 남편에게 잘보여서 뭐합니까.
괜찮습니다.
맨날 술쳐먹는 우울증환자로 보여도 상관없었죠.
근데
또 어느날 보니까
교회인지 절인지 남편이랑 같이 종교생활을 하더군요.(이게 가물가물하네요)
근데 약속을 했나봅니다.
스스로 하나님과 (또는 부처님과).
남편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고.
그럼 인제 나한테 연락해서 술먹자는 말 안하겠네
했는데
-_-
완전 어이없어졌습니다.
먼저 만나자는 말은 절대 안합니다.
대신 죽어도 내 입에서 “그럼 만날래?” 라는 말이 나오는 말들을 해댑니다.
‘오늘 너무 덥고 갈증 나지 않아? 맥주한잔 생각나지?’
‘오늘 비온다, 막걸리에 파전 생각나지 않아?’
‘삼겹살에는 소주가 참 어울려, 그치? 흑돈가 삼겹살 맛있는데. 엄청 땡긴다’
저렇게 던지고
그 뒤에
“어머, 나도 그래. 오늘 그럼 만날까?”
라고 제가 먼저 만나자고 말하면
남편한테 거짓말도 안해도되고
종교와의 약속도 지킬수 있고
술도 마실수 있다고 생각했나봅니다.
제가 어느날 말했죠.
“돌리지말고 만나고 싶으면 만나자고 말해, 왜 꼭 내가 너 만나자고 한것처럼 해야해?”
했더니
연락 끊겼습니다.
대박.
초중고등학교같이나오고 완전친한친군데
제가 처음으로 화내고 나서 연락 끊겼습니다.
전 제가 인연끊긴건지 제가 끊은건지-_-
어째든.
결혼했다고 맨날 놀던 버릇이 쉽게 고쳐질리도 없을것이고
밥먹으며 와인한두잔 마시던 사람이 갑자기 와인을 안먹기 힘들것이고
이모든게
남편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상황같은데
얼마나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그러는건지.
몇가지 사건이 더 있었지만
글발도 없고
글도 너무 길어지네요..
그 친구 분명히 잘살고 있을겁니다.
근데 전 아직도 생각하면 너무 화가나네요.
아주 찐한 우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용 당한거 같아서요.
결혼준비할때도 옆에서 진짜 다~~~~~~~~~~~도와줬는데
이용 당한거 같네요.
아닐겁니다.
아닐겁니다.
아니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