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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아빠! 나 유치원가고 싶어요!'라면먹을 돈도 없는 라이브이즈 1년을 돌아보며

사월의눈동자 조회수 : 735
작성일 : 2012-06-28 11:33:48

분홍머리 | 조회 133 |추천 20 |2012.06.28. 10:43

떠들고 싶을 때 맘껏 떠들 수 있는 자유를 꿈꾸며 만든 라이브이즈.

그 운영 1년 즈음이었던 2004년 11월 김태일 기자님이 쓰셨던 글입니다.

사시던 집을 전세에서 월세로 옮기면서까지 지키고자 했던 라이브이즈 였지만

결국 이 글을 쓰신 뒤 얼마 안 되어 문을 닫게 된 듯 합니다.

그리고 범민주 진보방송을 꿈꾸며 만든 커널뉴스 씽크TV가

다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라면 먹을 돈도 없는 라이브이즈 1년을 돌아보며

아빠! 유치원 가고 싶어요.

그러나...담요 한 장으로 버텨온 1년, 후회는 없었다.

라이브이즈 1년을 돌아보며 세월은 정말 무서운 놈이다.
특히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네티즌에게 세월은 더욱 무서운 존재다.
어제는 후회스럽고 오늘은 조바심에 몸서리치기도 하며 내일을 손꼽아 기다리며 산다.
이렇게 바둥거리며 세상의 변화를 애타게 갈구하다 보면
이 놈의 세월은 어느 순간 달음박질 쳐서 금방 이러저러한 선거가 목전에 떡 하니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래...그렇게 1년이 흘렀다.

작년 이맘때 집을 정리해서 전세로 옮기고 친지들에게 도움을 받아
사무실을 얻고 책상과 컴퓨터를 사서 라이브이즈를 시작한지가 오는 11월로 1년이 된 것이다.

시작은 참 재미있었다.
첫비와 함께 온 몸에 페인트를 묻혀가며 사무실 도색작업을 할 때,

꼭 신접살림을 내는 것처럼 가슴 떨리는 이벤트였다.
솔직히 처음부터 지금의 라이브이즈를 생각하며 만든 것은 아니었다.

첫비와 내가 밤새 소주 마셔가며 옛날 대학시절에 사회에 나가서 꼭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는데

그게 서로 맞아 떨어진 것이다.

나 역시 대학을 졸업한 지 십수 년이 훌쩍 넘었지만 언제나 가슴에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첫비도 마찬가지였다.

그토록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을까?

바로 내가 곧 문화가 되는 세상이었다.

십여 년 전, 나는 민중가요를 만드는 음악쟁이였고

첫비는 걸개그림과 벽화를 그리던 애틋한 그림쟁이 청년이었다.

그런데 대학을 마친 뒤 (사실 나는 마친 게 아니라 쫓겨났지만)

늘 가슴에 예술과 문화라는 단어를 묻어 둔 채 세상 속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원래 쟁이들은 항상 자기 꿈이 있다.

거창한 것도 아니다.

떠들고 싶을 때 맘껏 떠들 수 있는 자유를 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쟁이 뿐만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도 떠들고 싶을 때 떠들 수 있는

그런 세상이 하루라도 빨리 오길 바랬다.

요즘 국가보안법 사수를 위해 목숨 걸 듯이 날 뛰는 사람들 때문에

하고 싶은 말 제대로 못하고 매번 감옥을 들락거려야 했던 나의 과거를 돌아보면

더더욱 맘껏 떠들고 싶은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이게 라이브이즈를 시작한 처음이자 마지막 이유이다.

첫비가 그동안 가슴속에 묻어 둔 상상의 날개를 펴기 시작했다.

‘대선자객’이란 패러디였다.

사실 그때만 해도 정치패러디라는 장르에 뛰어드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때였다.

그런데 허접한 사이트에 작품을 올리자마자 난리가 난 것이다.

아직 제대로 오픈도 안한 사이트에 임시게시판 하나 떨렁 갖다 붙여서 작품을 올렸는데 말이다.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그때는 참 기뻤다.

누가 변방의 이름 없는 사이트에 올려진 패러디 한 장에 그처럼 열광할 줄 알았겠는가.

물론 그것이 고생바가지의 신호탄이라는 것을 불과 1달 뒤에 알게 됐지만...

(몰상식한 사람들의 제1호 표적이라는 것을)

그렇다. 고생문이 열려버린 것이다.

아직도 고생문 열린 그 매몰찬 날짜를 기억한다.

아마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2003년 12월 8일!

공무원 신분증을 자랑스레 팍! 들이밀며 느닷없이 들이닥친 3명의 남자로부터

첫비와 나의 인생이 꼬이는 재미없는 드라마 한 편이 시작된다.

요새 히트치고 있는 강남이 원인제공자였음을 가문의 영광으로 알고 조사를 받았다.

라이브이즈를 고발한 넘이 바로 강남구 국회의원인지, 강남구 한나라당 당원이지는 몰라도

아마 최병렬 전 국회의원 지역구인 것으로 알고 있다.

영광스런(?) 고난의 행군은 며칠 뒤 중앙선거위 보도자료와 홈페이지, 온갖 신문에

내 이름 석자와 라이브이즈가 17대 총선 최초로 선거법으로 사이트 운영자 단속, 고발하다!

뭐 이런 중앙선관위 자신들을 자랑하는 일로 시작되었다.

그때만 해도 같이 일하는 식구라곤 손가락 3개로 가능했던 시절이라

이것저것 챙길 일도 별로 없었던 때였다.

속으로 정말 선거법 한 번 엿 같구먼! 하고 지나쳤는데 웬걸...

얼마가지 않아 경찰서를 출퇴근해야 할 정도로 사람을 잡기 시작하더니

옛날에 제일로 싫어하는 인주에 피아노까지 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런 와중에도 할일은 해야겠는지라 라이브이즈 사이트를 만들고 패러디를 만들어 주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그중에 아직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바람서리와 새턴이 대열에 동참하고 있었다.

그런데 식구가 늘어나면서 굉장히 괴로운 일이 생긴 것이다.

운영비였다.

딱히 수입이 없는 사이트인지라 간신히 십시일반으로 보내오는 네티즌의 후원금으로 버티기에는

턱없이 재정이 부족한 상태였다.

그때부터 까먹기 시작한 월세가 끝내 지난달에 사무실을 쫓겨나는 봉변(?)아닌 봉변으로 이어졌지만

하여간 그때는 조금씩 들어오는 후원금으로 식비는 해결할 수 있었다.

장정들 모아 놓으니 정말 밥값이 장난 아니었다.

월급은 못줄망정, 밥 안 먹고 어찌 패러디를 만들겠는가.

하는 수 없이 잠은 사무실에 담요 깔고 자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대책 없이 살 수는 없어 고육지책 끝에 각자 아르바이트를 해서 살기로 했고

나도 그때부터 어쩔 수 없이 마누라 몰래 (오늘 이 글로 알게 되겠지만...) 우유배달 전선에 용감히 나서야 했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행복한 상황,

이내 2월로 접어들면서 사무실은 그야말로 무슨 범죄단체 사무실처럼 되어버렸다.

8명의 경찰이 난데없이 사무실을 덮치고,

부산까지 긴급체포되어 잡혀가고,

며칠동안 유치장 신세가 되고,

밤을 지새우며 취조 받고,

불구속으로 풀려나자마자 며칠 만에 라이브이즈 서버가 해킹으로 박살이 나고,

이전에 선관위가 고발한 건으로 경찰서 취조에,

검찰청 취조까지,,,

학창시절에 죽으면 죽었지 가지 않겠다던 경찰서와 검찰청을 거의 밥 먹듯이 출근부 도장 찍으며 들락거렸고,

연이어 법원까지 오가며 재판까지 받았다.

그렇게 지난 10월 6일, 1심 선고를 받을 때까지 장장 8개월을

라이브이즈 사무실에 있는 식구들과 피말리는 악전고투를 벌여야 했다.

그렇게 시간이 훌쩍 지나면서 라이브이즈 사무실은 식구가 하나 둘씩 줄어갔고

능력 없는 대표를 둔 죄로

어떨 때는 라면 살 돈이 없어서, 주말에 한 번 들어가는 집조차 갈 차비가 없어

서로 얼굴만 멀뚱히 바로 보는 가슴 저린 생활이 이어졌다.

조금이라고 수입이 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하고 광고라도 유치해볼 심산으로 이리저리 뛰어다녔지만

뻑하면 잡혀가고 재판받는 곳에 광고나 일거리를 줄 리가 만무했다.

그나마 전세로 있던 집마저 월세로 옮기며 버텨온 사무실마저 없어졌을 때는

도무지 어떻게 빨리 이 고단한 삶을 정리할 수 있을까 하는 섣부른 생각도 가진게 사실이다.

같이 있는 라이브이즈 식구들뿐만 아니라 집에 있는 어린 자식들과 마누라에게도 뭐라 할 말도 없고

오직 이 상황을 모면할 방법이 없을까에 온 신경이 쏠려 있었다.

지난 8월 보증금을 쪼개 월세로 옮기면서

사무실 임대료를 일부 내어 그나마 한두 달은 더 버틸 수 있었는데

막상 그렇게 하고 나니 집식구들 생활이 완전히 난민신세가 되어버렸다.

서울 살던 놈이 파주 인근까지 이리저리 집을 옮겨 다니다 보니

일곱 살 난 큰 딸아이는 친구가 없어 늘 외톨이가 된 것이 아닌가.

이번에 월세로 옮기면서 유치원을 보낼 돈이 없어 집에 있게 했는데

어느날 아침, 금방 일어난 부스스한 눈을 비비며

‘아빠! 나 유치원가고 싶어요! 아빠 돈 없어?’ 라고 울먹거리는 것이 아닌가.

아이가 무슨 죄가 있는가. 다 못난 애비 만난 죄지.

그렇다!

라이브이즈 식구들에게나 집식구들에게 나는 너무도 못난 놈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그만 둘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그토록 하고 싶었던 일을 이제야 하고 있는데,

같이 있는 라이브이즈 식구들도 그 번뜩이는 재주를 썩히게 할 수는 없지 않는가.

다음 달이면 첫비도 새식구를 맞이하고

사무실 식구 중에 바람서리라는 총각 말고는 다들 집식구들이 있는데 이렇게 무너질 수 없지 않는가.

사무실이 없어진 후에 10여일을 그렇게 마음을 다 잡고 이곳저곳 다니며 일거리를 찾아 헤매였다.

남들처럼 말재주가 있어 정치인도 만나고, 후원인도 찾고, 광고도 부탁하는 일을 잘하지도 못한다.

앞서 말했듯이 언제 또 잡혀갈지 모르는 곳에 누가 도움을 주겠는가.

이번에 또 잡혀가면 구속될 것이 뻔한 곳에 말이다.

라이브이즈 식구들도 그 점을 알고 있다.

매일 매일이 살얼음을 걸으며 산지 꽤 오래되어서 그런지

요즘은 무덤덤하게 자기 작품에만 열중하지만 내심이 불안하고 힘든 창작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라이브이즈는 아직도

1970년대 유신독재시절과 1980년대 전두환 독재시절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재갈 물린 창작자의 삶을 살고 있다.

아무리 세상이 좋아졌다고 해도 국가보안법 보다 더한 현행 선거법 하에서

자유롭게 국민의 정치의사를 밝히는 것은 이처럼 이빨을 악물고 버티지 않으면 힘든 세상인 것이다.

그것도 세계 제1위의 인터넷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인터넷에 물려진 창작의 족쇄는 이토록 강고하고 질긴 것이다.

보수적인 사람들이 그토록 좋아 죽는 미국의 선거법에도 없는 사전선거운동,

그것도 일년의 반인 6개월 동안 컴퓨터 자판 앞에서,

곰이 동굴에 갇혀 마늘 먹으며 인내하듯이 자기 생각을 참아야만 하는

미개한 나라에서나 있을 법한 사전선거운동은 너무도 엄혹한 현실로 남아있다.

그러나 우리 라이브이즈 식구들은 물러서지 않을 것이고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표현할 것이며

인권위가 안 되면 국제 인권위를 찾아가서라도

국가보안법 보다 더한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현행 선거법과 맞설 것이다.

그래서 자유가 인정되는 날,

일천만 네티즌들의 상상의 세계가 열릴 것이다.

그날이 진정한 정치의 자유가 보장되는 날이지 않겠는가!


http://think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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