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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저희 강아지 얘기도 살짝 해드릴까요?

쬬바보 조회수 : 3,990
작성일 : 2012-06-27 20:13:26

햇빛이 많이 강한 어느 봄날

아파트에 누렁이 한마리가 목줄을 질질 끌면서 돌아다니고 있어요

잔디나 나무사이를 탐험하고 있는것도 아니고 그냥 말그대로 방황.....

하루를 보고 이틀을 봐도 방황해요 . 주인도 없어보였어요.

며칠을 그렇게 돌아다니니 아파트안에 쌩쌩 달리는 차도 위험하고

어린 아이들이 막 소리지르며 쫒아오고 자기네나름 귀엽고 재밌다고 그러지만

누렁이는 놀래서 막 도망가느라 또 차도에 뛰어들고 ..........

그것을 보다못한 경비아저씨가 경비실 입구에 묶어놓으셨어요.

다행이다 싶었지요 . 주인이 언능 데려가야할텐데하구요.

 

그러고 일주일정도 지났나요? 여전히 경비실 앞에 있습니다.

보다못해 가서 여쭈어보니 주인 안나타난다고 ...본인이 키울수도 없으니 보호소에 보낸답니다.

보호소에 알아보니 주인 안찾아가면 안락사 시킨다고해요.

애가 순하고 착해보이는데 마음이 아파  무작정 집으로 데려옵니다.

저희 식구들은 모두 직업전선에 있는터라 아침에 모두 나가고 밤 9시에 한명 들어올까 말까에요.

그러니 ...엄마에게 무지하게 욕 많이 배부르게 먹고

다시 경비실에 갖다줘라~부터 시작해서 주변에 강아지 키울사람 없나부터 막 물어보시구요.

일단 너무 더러우니 목욕을 시킵니다.

 

엥?? 누렁이 아닙니다. ㅎㅎㅎ 순종은 아니지만 말티네요.

목욕시켜놓고 말간 눈으로 쳐다보니...넌 내꺼다 싶습니다.

그런데 무서워해요. 불러도 안오고 밥줘도 안먹고 오줌 똥도 안쌉니다.

집을 모두 비우면 밥먹고 볼일 다 보고 그럽니다.

그래 너도 무섭겠지....이름을 지어 매일매일 많이 불러줍니다. 눈도 맞추고 먹을것으로 현혹도 하고

 

그러면서 혹여나 주인이 애타게 찾을까 전단지 500장 만들어 아르바이트 아주머니 고용해서 온동에 붙이고

사이트에도 여러군데 올려놓았지만 주인은 연락없고

개장수가 연락옵니다. 몇킬로나 되냐고 ;;;

 

하루가 지나고 ..한달이 지나고 ...어느덧 얼마전 1주년을 치렀습니다.

너의 새로운 생일이다 하면서  찐감자와 고구마와 닭가슴살 주고 후식으로 오이도 줍니다.

발발거리며 좋아죽고 뱅글뱅글 또 좋아죽고 ...정말 맛있어요~~라고 눈빛을 숑숑 쏩니다.

이젠 눈만 마주쳐도 썡 달려오구요~100 평은 아니지만 널직한 집에서 아무리 멀리 있어도

이름의 첫 자음만 소리내도 썡~~~~와서 여깄어요 합니다. ^^

퇴근하고 오면 뱅글뱅글 돌면서 자기먼저  봐달라 애교피고

친구랑 전화하거나 티비본다고 잠시 자기를 잊으면

앞발로 제 다리를 툭툭 치면서 자기를 만지라하구요

마치 뒤집어진 벌레처럼 배까고 누워서 자기 배 만지라고 아르릉 거리다가 배 만져주면 시체놀이하고

다시 배에서 손떼면 또 아르르릉 하고 ~

침대에 올라가 있으면 뛰어올라올줄 알면서 안아서 올려달라고 아랫쪽에서 앙앙 거리고 엄살피고있어요.

누워있으면 제 배위에 올라와 자기도 엎드려 잡니다.

순종이 아니라 그런지 참 묵직한데 ;;; 한여름에도 거부할 수 었는 그 따뜻함.

 

사료도 정말 와작와작 잘 먹지만 피부가 너무 안좋아 시작한 생식

오이 상추 감자 고구마 사과 배 등..정말 가리지 않고 잘 먹어주니 너무 기특합니다.

화장실에 넣고 문닫아주면 볼일 보는 것으로 교육이 되었는데

손님이 오셔서 방에 넣고 잠시 문을 닫아두었는데 방에다 응가와 오줌을 해둡니다.

일단 볼일을 방에 봐뒀기에 야단을 치니 눈빛이

왜요?? 제가 뭘 잘못했나요~억울합니다.   하는 눈빛이에요

생각해보니 문만 닫으면 싸야되는줄 알고 제딴에는 아주 없는똥 있는똥 노력해서 싼거더라구요 ㅎㅎㅎ

아침에 다 싸서 쌀게 없는데도 말이지요.

누렁인줄 알만큼 너무 관리가 안되어 있었는데

세번 쫙쫙 털을 밀어줬더니 뽀얀 반질반질한 이쁜 털이 올라와 ..이젠 누가 봐도 까만눈코의 하얀 아가에요

아~보여드리고 싶네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걱정되지만

클래식 채널 틀어놓고 시간되면 티비켜지고 ..시간되면 형광등 켜지고 ...나름 혼자 잘 노는것 같습니다.

어디서 살았는지 이름이 뭔지 몇살인지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놈도 저를 모르기엔 마찬가지겠지요.

 

그저 우린 지금부터 시작이다....라고 말하며 매일매일 예뻐합니다.

 

 

IP : 112.169.xxx.206
3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착한이들
    '12.6.27 8:19 PM (210.205.xxx.25)

    강아지가 주인을 새로이 잘 만나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네요.
    너무 좋은 따스한 이야기에요.
    강아지가 눈에 보이는듯 하네요. 재롱도 피구요.
    잘 먹고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래요.

  • 2. 너무 너무
    '12.6.27 8:19 PM (58.141.xxx.145)

    사랑스워요 진짜 보고 싶어요

  • 3.
    '12.6.27 8:20 PM (220.79.xxx.203)

    좋은 인연이네요.
    말은 못하지만, 고녀석 얼마나 행복할까요?
    주인이 이렇게 사랑해주니 말입니다.
    저는 우리 푸들이, 샵에서 분양해왔지만
    이제 갓 젖 뗀 우리집 녀석이 자기 엄마와 헤어져
    나와 어떤 인연으로 만나 이렇게 살고 있을까 생각하곤합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행복하게 지내길 바랍니다^^

  • 4. ㅇㅇ
    '12.6.27 8:20 PM (121.130.xxx.7)

    만원쥉~~

  • 5. 너무 감동적이에용~~
    '12.6.27 8:21 PM (175.192.xxx.11)

    글 정말 잘 쓰시네요.
    감동적인 영화한편 본거 같아요.

  • 6.
    '12.6.27 8:21 PM (115.137.xxx.221)

    가슴이 따뜻해지는 얘기예요... 원글님과 가족분들.그리고 강아지까지 모두 행복하세요

  • 7. 원글님께서
    '12.6.27 8:30 PM (125.187.xxx.175)

    작은 우주 하나를 구하셨군요!

    오래오래 함께 행복하시길...

    저는 애완동물 키울 형편이 못 되지만 대신 오가며 만나는 길냥이 멍뭉이가 마냥 반가워요.
    산으로 산책 다니는데 주인 따라 나온 멍뭉이들이 헥헥대며 신나게 뛰는 모습 보면 참 귀엽네요.

  • 8. dd
    '12.6.27 8:31 PM (125.146.xxx.124)

    이름이 쬬인가요
    좋네요

  • 9. ........
    '12.6.27 8:33 PM (123.199.xxx.86)

    갑자기.. 82 자게에 사진 기능이 없다는 사실이 슬퍼지네요..ㅎㅎ
    진심으로 그 귀염둥이 보고 싶습니다..ㅎㅎ
    넘 이뻐요...글도..그 아이도........

  • 10. ...
    '12.6.27 8:37 PM (39.120.xxx.193)

    원글님! 아직 미혼이신가 본데 심성이 곱기도 하네요.
    좋은 사람 만나 행복하시길 빌께요.

  • 11. 스카이
    '12.6.27 8:37 PM (122.36.xxx.182)

    원글님 넘 감동적입니다
    이쁜 녀석이기도 합니다만
    원글님 정말 아름다운 분이시군요

  • 12. 저도
    '12.6.27 8:39 PM (58.143.xxx.148)

    원글님도 부럽고
    강아지도 부럽고 그렇네요 ㅎㅎ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 13. ..
    '12.6.27 8:44 PM (211.246.xxx.115)

    이뻐요.
    원글님도 이쁘고 말티도 이쁘고.

  • 14. 눈부신날싱아
    '12.6.27 8:45 PM (203.142.xxx.231)

    보고 싶어요, 사진도 올려주시지~~~
    저도 2006년인가 양주에 있는 보호소에서 우리 복길이 데려왔어요.
    어제 좀 혼을 내서, 종일 제 눈치만 보던 ㅠㅠ
    빨리 집에 가서 보고 싶네요.

  • 15. 스뎅
    '12.6.27 8:50 PM (112.144.xxx.68)

    저를 울리셨어요..ㅠㅠ

  • 16. 해라쥬
    '12.6.27 8:51 PM (1.253.xxx.25)

    고놈보고싶어요 사진 올려주세요 제발 ...

  • 17. 거품
    '12.6.27 8:51 PM (1.236.xxx.50)

    이쁜아이 보여주세요...^^

  • 18. 정말
    '12.6.27 8:56 PM (119.192.xxx.134)

    정말 좋은 일 하셨네요~
    가만 보고만 있어도 행복이 눈에 보이네요^^
    앞으로도 강아지와 함께 행복하세요!

  • 19. 감동 ㅠ.ㅠ
    '12.6.27 8:57 PM (211.52.xxx.13)

    재미있게 써주셔서 한숨이 읽어지네요~ ㅠ.ㅠ
    울집에도 벌써 9년 전에 데리고 온 강아지가 있어요.
    1년도 안되는 사이에 5번이나 파양을 당하고 ㅠ.ㅠ
    마지막 집에서도 극성맞은 아이들이 매일 이쁘다고 괴롭히고....
    곧 또 파양을 당하게 생겼길래 데리고 왔어요.
    그날부터 지금까지 우리집 서열 1위를 고수하고 있고요.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 이뻐요.
    벌써 10살이나 싶은게 하얗던 애가 조금씩 나이먹는 모습을 보이면 너무 맘이 아프네요. ㅠ.ㅠ
    강아지랑 오래오래 행복하시길 바래요~ ^^

  • 20. 훠리
    '12.6.27 9:08 PM (218.234.xxx.153)

    읽다가 울었어요.....
    고 녀석 복덩이네요..
    원글님도 강아지도 너무 둘다 사랑스러워요.

  • 21. dd
    '12.6.27 9:11 PM (222.112.xxx.184)

    이런글 나빠요. ㅠㅠㅠㅠ

    개 무서워하는데 이런글 보면 감동받아서 저도 이쁜 강아지 한마리 키우고 싶어지잖아요. ㅠㅠㅠ

    정말 한편의 영화처럼 참 잘 얘기를 잘쓰시네요.
    강아지 넘 이쁠거같아요.

  • 22. 아웅
    '12.6.27 9:13 PM (59.7.xxx.55)

    글 감동스럽네요 고 아가 복 받았네요 아주. 저두 강아지 2마리 키우는 사람이라 글속에서 그림이 그려져요. 구해주셔서 감사드려요.

  • 23. ^^
    '12.6.27 9:15 PM (211.178.xxx.67)

    저도 푸들키우는데요..눈시울이 뜨거워지네요
    님..정말 행복하시죠..^^복받으세요

  • 24.
    '12.6.27 9:18 PM (58.238.xxx.123)

    그 녀석 전생에 뭘 했길래...!!! 고생은 좀 했겠지만 원글님 만났으니 엄청난 복을 쌓은 듯 ^^
    원글님 정말 멋진 분이에요. 사진은 줌인아웃으로 고고씽 부탁드려용 ^^

  • 25. 보여줭~
    '12.6.27 9:38 PM (123.111.xxx.244)

    고 이뿐 개님 사진 꼭 좀 보여주세용~~~

  • 26. 희//
    '12.6.27 9:48 PM (119.207.xxx.163)

    너무 좋아요.. 가슴이 따뜻해져요.

    강아지와 함께 늘 행복하시기를.

  • 27. 주현밈
    '12.6.27 9:51 PM (14.43.xxx.122)

    정말 따스한 이야기입니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네요..
    원글님,이뿐개님,늘 건강하셔요~^^

  • 28. 둥이
    '12.6.27 11:05 PM (180.71.xxx.136)

    이런 글 너무 좋아요
    아가랑 행복하세요~

  • 29. ,,,
    '12.6.27 11:08 PM (183.101.xxx.207)

    정말 좋은 견주 만나서 보는 내내 흐뭇하네요.

  • 30. 좋은 주인이네요
    '12.6.28 12:16 PM (203.233.xxx.130)

    좋은 주인 만난 행복한 강아지네요..
    행복만 느낌이 팍팍 전해 오네요.. 좋아요~

  • 31. 눈물 울컥..
    '12.6.28 12:50 PM (218.234.xxx.25)

    ... 제가 유기견 임보를 열심히 하던 때가 있었어요.. 유기견들, 특히 집 나온지 오래된 애들은 사람을 무척 경계해요. 처음에는 멋 모르고 더 열심히 다가가려고 귀찮게 했는데 한두번 해보니 유기견들, 그렇게 사람 경계 하는 애들은 그냥 내버려둬야 하더군요. 우선 환경(집)에 적응하는 게 먼저고, 그 다음에는 이름을 나즈막하게 불러주면서 눈을 마주치면서 사랑한다 하고 턱 밑을 긁어주고(차츰 머리 위로, 온몸을 쓰다듬고..)

    눈 마주치면서 사랑한다, 안심해라 하는 말.. 유기견들은 그 내용은 못 알아듣겠지요. 하지만 그 다정한 어조는 이해하는 거 같아요. 그렇게 다정하게 말하고 조금씩 쓰다듬어주니.. 아무리 경계 심한 애도 일주일이면 달라지더군요.. 개란 존재가 참.. 사람에게 많은 걸 알려주네요.

  • 32. 12년이 지났는데
    '24.8.20 12:32 AM (14.47.xxx.57)

    쬬는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겠죠 행복했기를..
    이후로 강아지대가족이 된 집 가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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