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두 개의 문' 보고 왔어요.

두개의 문 조회수 : 1,478
작성일 : 2012-06-27 17:28:34
아침 일찍 아이들 학교와 유치원 보내고 후닥닥 청소해 놓고
혼자서 '두 개의 문'보고 왔습니다.

이 시대는 무언가 제게 부채의식을 느끼게 합니다.
억울한 분들의 진실을 알리거나 힘을 보태는 일에 돌멩이 하나 쌓는 일이라도 해야 한다는 그런 생각이 떠나질 않네요.
예전에 그 모든 일들에 무관심 했던 나,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굳이 알려 하지 않았던 나,
내 일이 아니니 무심코 넘어갔던 나.....

하지만 이제는 결코 그들이 가난하거나 힘없는 철거민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당했던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자신들의 돈과 권력을 위해서는 뭐든 할 수 있는 정권 하에서는
언제라도 누구에게라도 불똥이 튈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내 일 아니라고 침묵했던 죄로, 나와 내 가족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계속 침묵한다면 우리 아이들이 살 세상이 암울해진다는 것을 느낍니다.


지난 4년간 우리는 마음 먹으면 밀어부치는 소위 '불도저 정신'이 얼마나 끔찍한 재앙을 초래했는지 몸서리치게 경험했습니다.
'불도저 정신'은 개인의 영달을  가져다 줄지는 모르나 그 곁에 있는 이들의 희생을 전제로 합니다.
입구도 모르고, 어느정도의 위험성이 있는지도 모르고 갑작스럽게 투입된 경찰특공대원들
농성 시작 하루만에 '대화와 협상의 대상'이 아닌 '섬멸해야 할 대상'이 되어  
가족에게 시신도 넘겨지기 전에 후다닥 부검되어 버린 철거민들...
모두가 너무도 가엾은 우리 이웃입니다.

화염병, 돌멩이, 시너 때문에 그들이 폭도라고 한 때는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나나 내 가족이 그 처지에 놓였다면?
가진 것이라고는 조그만 가게 하나 뿐인데 재개발 한다고 땅값은 치솟아 오르는데
터무니 없는 보상금만 받고(그들은 법으로 보장된 보상금도 받지 못했다 합니다) 한겨울에 쫒겨나게 된다면?
내 가족이 하루아침에 숯덩이가 되었는데
가족에게 시신도 보여주지 않은채 서둘러 부검이 진행되고
검찰 경찰 사법부까지 똘똘 뭉쳐 증거와 기록을 은닉한채  남은 가족마저 철창 속에 가두어 버린다면?
생각보다 공권력과 언론(을 사칭하는 조중동)의 힘은 엄청납니다.
그들이 하고자 하면 지금 글을 읽는 당신을 범법자로 만들어 가두는 것은 일도 아니겠죠.

망루 안에서 갑자기 섬광이 솟아오를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남대문에 불길이 솟았을때 느꼈던 불길함이 현실로 드러나는 신호탄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철거민을 편들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당시의 영상과 증인의 발언과 재판 기록을 통해 우리의 생각을 돌아보게 합니다.





IP : 125.187.xxx.175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도대체
    '12.6.27 5:30 PM (211.111.xxx.40)

    그 영화 너무 좋죠. 다큐멘터리.

    용산참사의 진실을 제대로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많은 분들이 봤으면 좋겠어요. 검찰, 경찰 정말 무섭다는.

  • 2. 검은나비
    '12.6.27 5:48 PM (125.7.xxx.25)

    뉴스타파에서 감독님 인터뷰를 봤는데 정말 젋고 여리게 생긴 여자분이더라고요.
    그런 몸에서 어찌 그런 용기와 열정이 나왔는지 존경스러웠어요.

    오는 토요일에 고딩 아들 데리고 보려가려고요.

  • 3. 원글이
    '12.6.27 5:57 PM (125.187.xxx.175)

    네이트에서 어떤 분이 올려주신 이 글이 '두 개의 문' 의 핵심이더군요.


    감독의 말이다. 로마 콜로세움에서 검투사가 검투사를 죽였다면 검투사가 살인자인가? 용산참사에서 경찰과 세입자중 누가 가해자인가를 따지는 건 잘못된 질문이다. 누군가의 개발이익을 위해 경찰이 동원되고 세입자가 내쫓기는 상황이라면 그 개발이익추구에 반대하는 그 어떤 세력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분과 그 동조자들 그들이 바로 범인이다.

  • 4. ....
    '12.6.27 7:56 PM (128.103.xxx.47)

    저도 뉴스타파에서 감독 인터뷰봤습니다. 보고 싶던데요. 그 감독이 이렇게도 말했죠. 설사 세입자가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국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말이죠. 재벌한테는 바라지도 않는 것을 주면서 세입자의 요구는 무리하다고 하는 세상...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45423 핀란드에서 온 유리디자이너 6 안나리사 2012/08/29 2,701
145422 베란다 창틀 누수에 적합한 실리콘(?)추천해 주세요 1 창틀누수 2012/08/29 1,459
145421 8월 29일 미디어오늘 [아침신문 솎아보기] 세우실 2012/08/29 521
145420 학습지샘할려는데 임신했어요 6 학습지샘 2012/08/29 1,328
145419 전주 한옥 민박 알려주세요. 2 마이 싸랑 .. 2012/08/29 1,021
145418 고3 선물요, 수능때말고 수시 지원에 맞춰서 선물하믄 이상한가요.. 10 찹쌀떡대신... 2012/08/29 1,383
145417 서른중반.. 임신이 잘 안되네요.. 잘되는 방법 있나요?ㅜㅜ 17 봄날의 곰 2012/08/29 32,073
145416 지하철에서 식사중인 모녀 11 무개념 2012/08/29 4,414
145415 스지 끓이면 위에 뜨는 게 기름인지 콜라겐인지... 1 급질 2012/08/29 1,427
145414 리플달때 아가리를 찢어버린다는 둥 하는말은 좀 하지맙시다 3 더한다니까 2012/08/29 862
145413 이런 선생님 어찌 생각하시는지? 3 선생이 아니.. 2012/08/29 938
145412 소고기 불고기 2근 재면 2접시 나올까요? 4 소고기 2012/08/29 1,247
145411 분당 서현역 근처 와이파이 되는 곳 아무데나 좀 알려주세요 3 어디를 가나.. 2012/08/29 1,197
145410 미국사시는분들 계시다면, 도와주세욤 ㅠㅠ 4 ㅜ.ㅜ 2012/08/29 1,160
145409 ‘1등신문’이 만드는 꼴찌 방송, TV조선의 몰락 23 .... 2012/08/29 2,134
145408 아들 낳고 싶어 하는게 왜 이상한가요? 61 2012/08/29 10,587
145407 가끔 가는 갈비탕&수육 유명한 집이 있는데요. 1 스님얘기 2012/08/29 1,307
145406 남자는 집 여자는 가전 이공식 언제부터 생긴거에요? 6 ㅇㅇ 2012/08/29 1,585
145405 가사분담 어떻게 해야 할까요 13 고민고민 2012/08/29 1,350
145404 방금 급삭제된 절소유글 4 ㅋㅋㅋㅋㅋ 2012/08/29 1,563
145403 마흔넘어 렌즈끼는 분 계세요? 17 .... 2012/08/29 2,930
145402 여대생구두 어느 브랜드에서 사나요? 2 백화점 2012/08/29 1,792
145401 롯데리아 정말 너무 하네요! 11 랄랄라 2012/08/29 4,228
145400 지금 에버랜드 가도 될까요? 5 라라라 2012/08/29 1,211
145399 일본인의 성숙한 시민의식은 본 받아야 할 듯 29 dd 2012/08/29 3,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