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비위약하신분들은 읽지마세요) 구 남친의 주방...

그땐그랬지 조회수 : 2,812
작성일 : 2012-06-26 01:03:56

옛날에 사귀던 남친.

자취를 했었죠.

처음 집에 갔을 때 방에서 바퀴벌레 두마리가 벽을 기어 다니더군요.

화장실에는 다리가 많이 달린 벌레가 기어다녔어요.

아... 하지만 그때는 만난지 얼마 안 됐고 눈에 콩깍지. 참았어요.

그리고 그는 이사를 갔답니다.

제가 더 뛸듯이 기뻐했어요.

좀 더 좋은 집으로 갔거든요. 새 집이나 마찬가지였어요.

깔끔깔끔...

하지만...하지만...

저는 청소기도 사줬어요.

스팀청소기도 사줬어요.

빌라였어요. 음식물쓰레기 봉투를 한 곳에 놔요. 아파트랑 다르더라구요.

겨울엔 괜찮아요. 여름엔 초파리가 생겨요.

그래서 음식물쓰레기건조기를 사줬어요.

쓰는거 같더니만 안 써요.

초파리는 약과예요.

음식물쓰레기 봉투에서 구더기가 생겨 기어나와 싱크대 위를 돌아다니고

옆에 세워놓은 도마 위를 기어 올라가요.

화장실은 이사하고 단 한번도 청소하지 않아 물때부터 장난이 아니예요.

머리카락이며 모인거 갈 때마다 치워주고... 주방도 그렇고...

어느날은 도저히 안 되겠더라구요.

락스랑 세제 사오라해서 집에서도 안 하던 청소를 했습니다. 웩웩거리며 주방과 화장실 청소했죠.

해놓고 나니 원래 이런 색깔이였냐며 신기하다며... 좋아했던 남친. 

구더기가 기어다니던 도마를 꺼내 수박을 썰어주겠다던 남친... 덕분에

뭘 먹어도 식중독 따위는 걸리지 않는 면역은 생겼네요. 그건 진짠거 같애요.

같은 음식 먹고 다른 사람들 토하는데 저만 멀쩡한 적 있었어요.

냉장고에서 이주일씩 묵힌 김치찌개도 먹고 그랬으니까요.

가끔 그 베란다가 생각납니다.

그 집주인은 얼마나 놀랐을 건인가...

집은 과연 빠졌을까...

아우... 그 현관문을 열었을 때 퀘퀘한 냄새.

 

아, 그것을 모두 견뎌냈던 사랑의 힘.

파워 오브 러브.

 

이제 다시는 그러지 못하리.

IP : 1.236.xxx.143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ㅋㅋㅋ
    '12.6.26 1:15 AM (211.234.xxx.92)

    더러움을 유모로 승화시킨....
    구남친이면 헤어진건가요?
    울아들도 걱정돼요

  • 2. .....
    '12.6.26 1:21 AM (172.218.xxx.4)

    에휴 저 정도면 병이지 싶어요

    저도 일때문에 어떤 집 방문한적 있는데요 문 열자마자 똬~~~

    울 나라 아파트에서 신!발! 신고 방을 들어간건 그 때가 처음이지 싶어요

    신발 신고 안에서 돌아다니더라구요 침대 올라갈때만 신발 벗는데요,,헐,,,ㅡ,.ㅡ

    이사온지 3년이라는데,,단 한번도 청소를 안한,,,그냥 집 바닥이 드러운 길거리 수준보다도 못한..

    더 놀라운건 돌 지난 애를 키우더라구요 애 때문에 청소할 시간이 없었다나 모라나

  • 3. 그땐그랬지
    '12.6.26 1:50 AM (1.236.xxx.143)

    베란다는... 엄두가 안 났어요.
    제가 한 5년 만났는데 초창기때 만나서 줬던 화분부터...
    5년간 단 한번도 베란다에서 이동하지 않은 자전거. 뭔 놈의 트렁크. 그 밖에 잡동사니.
    정말 베란다 바닥은 까매요,까매.
    제가 늘... 한번 청소해야지...해야지...하면서도 엄두가 안 날 정도고.
    구남친과 사귀며 나쁜 점인가 좋은점인가??
    쉰 음식인지 뭔지를 모르게 됐다는 거예요. ㅠㅠ

  • 4. 저 정도면
    '12.6.26 2:07 AM (175.201.xxx.147)

    뇌에 위생개념을 담당하는 기관에 문제가 있는 듯.
    실제로 위생개념이 전무한 사람들 뇌는 다르다는 연구 발표를 읽은 기억이 나네요.
    그러니까 대부분 사람들이 더럽다고 기겁할 상황 앞에서도 아무 감각이 없는거죠.
    혐오감이나 역겨움조차 못 느끼고.
    한편으로 생각하면 본인은 편할 듯...

  • 5. 지나고보면
    '12.6.26 2:08 AM (122.37.xxx.113)

    웃기긴하지만 결론은 가서 집 치워주고 했던 건 다 삽질이라는 거.
    저도 제가 못 견뎌서 (내가 그런 돼지우리같은 공간에 앉아있다는 게 견딜 수 없었어요;;)
    막 치워주고 그랬는데 지나고보니 진짜 헛짓거리했음. 집에서 그리 했음 효녀 소리 들었음.
    하긴 거기서 몇 번 치워봤더니 나중엔 집에서도 하게 되긴 하더라고요. 전엔 살림=남일 이었는데
    내 손으로 고무장갑 끼고 쓰레기 치우는 거 해버릇했더니 우리집에서도 지저분한 게 보이고
    엄마가 치우기 기다리기 전에 내가 하게 됨 ㅋㅋㅋ
    아무튼 저도 남친네 집에서 첫 청소하던 날 기억이 나는데요...........
    재활용품들 있잖아요. 콜라 페트병, 피자 종이박스, 종이컵 (설거지 싫다고 종이컵과 나무젓가락으로 살아가던 놈), 기타 등등...을 "방 문 밖에" 쌓아놓았었거든요. 미친..
    다 분리수거하고 나니까 마트용 큰 비닐봉지로 9봉지가 나왔었어요.
    아 정말 드러워서.
    제가 막 그랬었어요. 너 디스오더라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거라고.
    진짜 뒤돌아서면 어질르고 온 방안이 지 쓰레기통이고 빨래 걷어서 방바닥에 패대기쳐놓고 그 안에서 자고 일어나고 대충 솎아서 입고 나오고 하는데... 아들을 저따위로 키워놓은 그 엄마라는 사람도 문제 있어 보이고.
    아 정말 다시 생각해도 드럽네. 그런 남자랑 결혼하면 평생 신데렐라처럼 살았을듯.

  • 6. 그땐그랬지
    '12.6.26 2:25 AM (59.7.xxx.246)

    근데 정작 본인은 무진장 청결+깔끔하다고 생각하는게 더 문제였어요.
    무좀 있던 발과... 내가 미쳤지. 어휴

  • 7. 지나고보면
    '12.6.26 2:36 AM (122.37.xxx.113)

    맞아요. 그리고 실제로 본인 몸뚱아리들은 잘 씻지 않나요? ㅋㅋ
    제 전남친도 개인위생은 저보다 나음 나았지 덜하진 않았어요.
    아침 저녁으로 샤워하고 밥 먹자마자 양치 칼 같이 하고. 근데 집은 개판~~~
    근데 본인은 모르겠지만.. 제가 그 사람하고 헤어진 건 정말 그 부분 컸어요.
    아 얘랑 결혼하면.. 평생 이렇게 뒤따라다니며 집 치우고 변기 닦고 설거지 하고 그런 일상의 연속이겠구나..
    본인은 문제점을 못 느끼니까 먼저는 절대 안 치우고, 남이 치우라고 시켜도 반발심을 느끼거든요.
    그래서 싸움이나고, 그러느니 내가 하게 되고요.
    그런 삶이 눈앞에 쫘악 펼쳐지는데 그게 너무 싫어서 쟤랑은 결혼은 안해야지 생각이 언제부턴가 굳어졌었어요.
    아마 그 꼴 안 본 어느 여자가 결혼해서 뒤늦게 그 뒤치닥거리하며 살게 되겠지요.
    그 남친 이후로 남자와 결혼생각하게 되거든 개인 인성이나 능력을 넘어 주변정리정돈 하는 것도 살펴야겠구나 알게 되었어요. 별 거 아닌 거 같아도 실제로 함께 살림을 살다보면 뭣보다 가장 피부로 부딪게 될 문제니까.

  • 8. 패랭이꽃
    '12.6.26 5:33 AM (190.48.xxx.108)

    원글님, 비롯해 요즘 82쿡 댓글 읽어보면 웃음이 나와서 깔깔 대고 웃네요.
    옆에 정리정돈 못하는 시어머니 댓글 읽고서도 엄청나게 웃었는데
    역시 사랑의 힘, 콩깍지의 힘을 당해낼 것은 업숴.

  • 9. 파워 오브 러브
    '13.7.22 5:54 PM (58.140.xxx.145)

    제가 그런 남편과 살고 있는데요....결혼하면 덜해지긴 하더이다..살림은 내가 한다 생각하고 맘 비우니 적응할만 해요..ㅋ 전업이라 가능한거구요...만약 맞벌이었담 엄청난 스트레스였을거임..그래도 시키는 일은 잘해주는 사람이었음..그런 사람일수록 "집 깨끗이 써."..란 말보다 "지금 쓰레기 분리수거하자."" 음식물쓰레기 버려죠. 지금 청소기로 밀자."" 양말은 빨간통에 넣어." 이런식으로 구체적으로 지시해줘야 해요...완전 속 터질때도 많지만...파워 오브 러브...남이면 그거 못보는데 남편이니...뭐...ㅠㅠ

  • 10. 천년세월
    '18.9.20 7:01 AM (175.223.xxx.66) - 삭제된댓글

    뭐그런인간들이 다있지?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23286 점심시간을 이용해 베스트유머 하나더~ 임창정+김수미 최고의 연기.. 4 수민맘1 2012/06/28 1,360
123285 평촌 마리아 병원 4 엄마 2012/06/28 3,700
123284 점심은 짜빠게티~! 3 뭐드세요? 2012/06/28 815
123283 3년간 보관이사하려는데 어떻게 해야할까요. 6 컨테이너 2012/06/28 1,651
123282 맛있는 육포..비첸향 말고....뭐가 있을까요? 4 육포 매니아.. 2012/06/28 2,304
123281 상추 그릇처럼 오목하게 밥을 싸는 방법이 먼지요 2 요리는 어려.. 2012/06/28 1,195
123280 이번 대학 신입생인데요. 1 국가장학금 2012/06/28 1,030
123279 곰배령에 좋은 펜션 추천해주세요. 곰배령 2012/06/28 2,608
123278 고대 의대생들 실형확정됐네요 8 .. 2012/06/28 2,317
123277 대형마트서 창립기념 이벤트라며 하는 1등하면 차주는 응모행사 2 ... 2012/06/28 882
123276 남편이 전세금으로 주식투자했어요 12 화상 2012/06/28 4,334
123275 롱치마나 쭈리면?으로 된 치마바지 덥지 않은가요?? 요즘에 2012/06/28 962
123274 일산으로 군대간 동생 면회하는데 동생이 한우가 먹고 싶대요. 한.. 8 한우집추천바.. 2012/06/28 1,563
123273 예민한건가요 4 웃는눈 2012/06/28 1,261
123272 쿠쿠 밥솥 코팅이 자꾸 벗겨져요.5달사이 3개째 교환 2 kkyaoo.. 2012/06/28 6,995
123271 이럴경우...쌀을....다 버려야 하나요??? 2 여름이라.... 2012/06/28 1,383
123270 하진 Ha Jin의 소설 읽어보신 분?? 외에 최근 책 추천.... 6 아기엄마 2012/06/28 1,402
123269 오토비스 방수 고장 안나나요?? 2 .... 2012/06/28 1,854
123268 김밥집 얘기가 요며칠 계속 나오는데 이참에 9 zzz 2012/06/28 3,109
123267 쌈짓돈 불리는 법 좀 알려주세요. 2 티끌 모아보.. 2012/06/28 1,325
123266 컴퓨터 화면이 흔들려요 어떻게 해야하는지요??? 4 컴퓨터 2012/06/28 2,365
123265 이사 사다리차.. 공시동 매연때문에 괴로워죽겠는 1층 4 가슴아파요 2012/06/28 1,205
123264 송승현은 CF에서조차 연기를 못하네요 5 .. 2012/06/28 1,797
123263 둘째때문에..뭘 할 수가없네요ㅠ 2 .. 2012/06/28 1,098
123262 [김태일]-‘아빠! 나 유치원가고 싶어요!'라면먹을 돈도 없는 .. 1 사월의눈동자.. 2012/06/28 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