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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껌딱지 강아지

다리 저려요 조회수 : 2,376
작성일 : 2012-06-25 23:25:20

2년2개월 된 푸들을 키웁니다

검정+갈색 일명 블랙탄 색깔을 띈 아주 이쁜 푸들이에요

털 밀고 나면 미니핀과 흡사하게 생겼는데

엄마 아빠는 둘 다 갈색푸들이었다는데 6마리 아기중 두마리가 블랙탄이었어요

어제 미용하면서 다리 부분 살렸더니 그 부분만 갈색이 봉긋 살아서 너무 이뻐요

그런데 이 녀석 부쩍 어리광이 늘어서

내내 제 곁을 떠나질 않아요

공식적인 양육자는 고1 아들아이인데

이 아들아이는 강아지 아빠가 되었다가 오빠도 되었다가

더불어 전 강아지 할머니가 되기도 하고...하다가

이젠 아들아이가 오빠가 되기로 정착을 했어요^^

그나마 중학생일 때는 시간이 많아서 강아지를 돌볼 수가 있었는데

고등학교 가고 나니 야자까지 하고 늦게 오다 보니

아무래도 제가  이것저것 손 갈일이 많아 귀찮긴 하지만

그 속에서 또 강아지와의 교감을 느끼게 되네요

잘 때는 아들아이 방에 들어가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나와서 그때 부터 졸졸 껌딱지 생활이 시작됩니다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 일하는 시간이 2시간 이상은 되는데,

늘 다리 위로 올라와 불편한 자세로 웅크리고 자는 통에

다리가 저려서 움직이게 되는데, 이리 저리 움직여도 절대 반응 없이 자는 척...

깨면 내려가라 할 걸 아는 듯 해요

잠시 눈 떴다 싶으면 궁뎅이 밀며 내려가라 해 보지만, 못들은척... 계속 버티네요

그 모습이 이뻐서 또 밀어내지 못하고 안고서 궁디 팡팡 해 주게 됩니다

 

강아지를 데려와 키우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2년전...

난 강아지 너무 싫어 절.대. 키울 수 없어 결사 반대를 했었지요

아들아이...

중2 때,  말 안하는 사춘기가 왔던지

입을 닫고 말 안하고 방에만 들어가던 때

강아지 너무 키우고 싶다고... 말을 꺼내는데 안된다고 단번에 잘랐더니

눈물을 뚝 뚝

그 좋아하는 밥도 제대로 안먹고

강아지 강아지... 

결국 두어달 만에 손 들고 강아지를 입양해왔습니다

강아지 입양하기 전 아이한테 각서 받았습니다^^

강아지 책임지고 잘 돌보겠다고...

처음 1년 정도는 용돈 모아둔 걸로 집 사고 사료 사고 예방주사에 미용까지 다 자기 힘으로 해결하더군요

주말마다 목욕도 스스로 시켰구요

유기농 사료 먹여야 한다고 검색해서 좋은 사료도 사 먹이구요

얼마나 이뻐하고 잘 돌보는지

강아지 오는 그 날 부터 아이가 방 밖으로 나왔어요

말 안하는 사춘기도 끝이 났지요

재잘재잘...

고1인 지금도 여전히 재잘재잘 애교많은 둘째로 돌아왔네요

지금까지도 목욕은 아들아이 몫이구요

최근엔 사료+예방주사+미용비는 제 부담이 더 많아졌어요

고등학생이 되더니 학교에 매점이 있어 돈 쓸일이 많다고

유기농 사료 살 만큼의 용돈이 안된다고

일부만 부담하겠다고 정말 아주 조금만 내놓고는 좋은 사료로 주문해 달라네요

종일 짖지도 않고

졸졸 조용히 따라다니며

내 곁에 앉아서

내 다리 위에 앉아서

너무나 편안하게 자고 있는 강아지를 보면

너무 이쁘고 사랑스럽고,

순하고 잘 먹고 잘 자고 착한 늦둥이 딸 과 같은 울 집 강아지 까미

예전에 강아지만 보면 다른 길로 돌아서 다녔던,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강아지들 싫은 표정으로 째려봤었던 과거의 내가 미안해집니다

더불어 절.대. 라는 말을 함부로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살아가면서 생각과 처한 상황이 변할 수도 바뀔 수도 있으니

단정적인 말은 함부로 하지 않아야겠다는 반성도 해 봅니다

IP : 39.113.xxx.185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Ah
    '12.6.25 11:36 PM (58.141.xxx.91)

    무릎에 올라와 자고있을 모습이 눈에 그려지네요^^
    저도 강아지들 좋아는 했지만 주인과 애견 관계는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건만,, 기르다보니 어느새 강아지 엄마로 저 자신을 인식하고 있네요ㅎㅎ
    시간 지남이 따라 애정이 샘솟고 교감이 되는 특별한 관계를 맛보게 되요^_^

  • 2. .....
    '12.6.26 7:05 AM (108.6.xxx.158)

    읽기만해도 기분 좋아지네요.
    언제까지나 사랑하면서 이쁘게 기르시길 기도합니다. ^^
    저희 강아지도 다리에 와서 주저 않고 신문에 와서 눕고 낮잠자는 배게와 와서 머리 들이밀고.... 온갖 예쁜 껌닥지짓 다 해요. ^^

  • 3. 여기도 껌딱지
    '12.6.26 8:54 AM (122.36.xxx.18)

    아들이 딸로만 바뀌면 딱 저희집 얘기랑 넘 비슷하네요
    저도 강아지를 싫어 했더랬어요 아니 무서워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한 거 같네요
    이제 함께 한 지 일년 반 쯤 됐는데 이아이 없으면 우리집 평화가 과연 유지 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존재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저 허벅지 위에 딱 달라 붙어 있어요 ㅎㅎㅎ

  • 4. 껌딱지
    '12.6.26 9:10 AM (180.65.xxx.150)

    여기도 있어요.
    넘 덥고 힘들고 해서 이제 그만 쫌 떨어져 하고 밀어내면 화살표로 절 보고 엎드려 있어요.
    온갖 불쌍한 표정으로요.
    지금도 발 저려서 밀어놨더니.... 베란다에 있는 시원한 자기 자리에 앉아 절 화살표로 쳐다보고 있어요.
    근데요...
    전 쫌 부담되요. 뭐...어쩌라고.... 또 무릎에 앉혀달라고???

  • 5. 주현맘
    '12.6.26 11:43 AM (211.246.xxx.11)

    주변에서 강아지 안고다니는 여자분들...정서적으로 문제있는분들이라 생각했던 저, 더군다나 강아지엄마를 자처하는이들..정말 이해못했던저 인데 지금은 누가 뭐래도 주현이 엄마 입니다.

    우리주현이는 아들넘이 중 3때 데려왔던 시츄강아지인데 우리 아들넘 벌써27살입니다. 우리주현이는 99년생이니..이제는 저희집의 막내이자 항상 제곁에있는 귀여운 딸이죠...그동안 키우면서 아파서 병원다니면서 애도 태웠고 1박2일간 잃어버려서 온가족이 잠도 못자고 먹지도 못하고찾아헤매다 찾았던적도 있고...
    우리가족이 가는여행은 어디던지 데리고 다녔어요..울릉도 제주도...
    주현이 때문에 우리아이들,우리부부 행복합니다..지금도 서로 전화하면 주현이 이야기가 빠질수 없죠..

    지금은 주현이 나이가 있어서 걱정도 되고 안쓰럽습니다.
    제가 퇴근하고 현관에서 키를 돌리면서 주현이가 뛰어나와 빨리 문열라고 안하면 제가 불안합니다.
    아파서 어딘가에 누워있을거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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