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0대 미혼
가족과 같이 살고 있습니다.
독립을 하고 싶은데 전세자금을 마련할 여력은 아직 안되네요.
저희 엄마는 제 방에 있는 제 물건들을 맘대로 정리하고 버리시고 그래요.
본인 기준에 쓰레기다 싶으면 갖다 버리는데 제 입장에선 중요한 것들을 많이도 갖다 버리셨죠.
미쳐버릴 것 같아요.
사춘기땐 포스터나 만화 그림 모으는 걸 좋아해서 고이 모셔놨는데 저한테 말도 없이 쓰레기라며 갖다 버리셨어요.
제가 그걸 어떻게 모았는데...
전 어린 마음에 엄청난 충격을 받아서 지금도 마음에 상처가 되었어요.
제가 그렇게 소중히 여기는 걸 어떻게 엄마라는 이유로 맘대로 할 수 있는 건지
제가 한창 교정할 땐 밥상 옆에 빼 놓은 교정기도 갖다 버리시고
이루 말할 수가 없네요.
저희 집에 있는 제 물건은 무늬만 제 물건이지 엄마 맘대로 하는 물건이나 다름 없어요.
저는 일년에 옷 몇 벌 안사는 스타일이라 옷이 없어요.
살만한 옷이 없다가 작년 여름에 꽤 맘에 드는 티셔츠 두어장 샀어요.
올 해 입어야지 보니까 그 옷들을 집에서 허드렛일 하실 때 입고 계시더라고요...
이 옷 나 입을게 한마디 말도 없이...
최근엔 제가 난생 첨으로 샤넬 화장품을 몇 개 샀어요. 큰 맘 먹고 화장품에 가장 돈을 많이 써 봤습니다.
당장 필요한 거 두어개만 쓰고, 첨에 사 온 상태 그대로 쇼핑백에 넣어 두고 아껴 두고 있었는데
어느날 보니까 종이케이스니 뭐니 맘대로 다 빼 놓고
다른 서랍에 넣어 놓으셨더라고요. 벨벳 케이스에 먼지 다 붙고... 그거 싫어서 안 꺼내놓고 있었는데...
저는 다른 가족의 물건에 말도 없이 손도 안대요.
예를 들어 동생 방에 과자가 있다면 동생한테 물어보고 먹거나 먹으라고 하면 먹어요.
가족의 물건을 허락없이 함부로 버리거나 뜯어 보거나 하는 일은 거의 하지 않아요.
엄마는 본인이 아끼는 물건은 장롱 속에 서랍속에 꼭꼭 모셔놓고서는
다른 가족들이 아끼는 물건은 생각하지 않으시는 것 같네요.
각자 물건에 애착이 있고 의미가 있고 자기가 물건을 놓아 두는 곳들이 있잖아요.
엄마는 그런건 고려하지 않으시고 눈에 뭔가 보였다 하면 맘대로 처치하거나
본인이 놓아두고 싶은데다가 정리해 놔야 직성이 풀리시나 봐요.
제 나이가 30을 넘어섰는데도
20여년 동안 엄마와 울고 불고 말다툼을 하는 대분의 일들은 엄마가 제 물건을 맘대로 하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만지지 좀 말아달라고 얘기를 해도 달라지시는 게 거의 없네요.
제 방엔 학생들 성적 매긴 시험지와 과제물도 있고
업무상 중요한 서류들도 있고 남들이 보기엔 폐지같은 A4 더미일지 몰라도 없어지면 큰일나는 것들이 많은데
집 밖에 나가면 뭘 갖다 버릴지, 제 방 구석구석을 어떻게 맘대로 해 놨을지 불안해요.
아는 분(여자)이 어느날 본인의 부모님 얘기를 하셨는데
아버지는 자기한테 물건을 빌려가시고 돌려주실 때 딸이 집에 없으면 함부로 방에 들어가지 않고
문 앞에 놓고 가신대요. 가족들에게 늘 이렇게 행동하신다고...
그 얘기를 듣고 아.. 존중받고 살고 있구나 부럽더라구요...
집에서 존중받아야 밖에 나가서도 존중받고 사는데...
딸이라고 너무 맘대로 하시는 것 같아요.
물론 제가 쓰고 있는 물건, 집, 옷... 모두 부모님에게서 나온 것이지요.
부모님이 안계셨으면 이런 편안한 누리고 살 수 없다는 거 알아요.
그렇지만 제가 한두살 먹은 어린애도 아닌데 본인 물건처럼 맘대로 하시는 건 아니잖아요?
버리는 거 대신 버려주시면 저야 고맙죠.
하지만 이거 버려도 되니? 이거 여기다 놔도 되니? 이거 내가 써도 되니?
한번 물어보고 행동하시는 게 그렇게 어려울까요?
다른 집도 저희 엄마 같나요?
정말 독립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