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큰 딸이 40개월, 네살이에요.
세돌 딱 넘기고 올 봄부터 어린이집에 다녀요.
처음엔 대부분 그렇듯이 며칠 울었지만 일주일 정도 적응기간 끝내더니 잘 다녔어요.
그런데 지난 주 수요일부턴가..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안간다고.. 그러기 시작했어요.
완강히 안가겠다! 하는건 아니고 슬쩍 슬쩍 자기 전에 한번씩, 아침에 등원 준비하면서 한번씩.
아침엔 남편이 어린이집 문 앞까지 데려다 주는데 하루는 잘 들어가고 다른 하루는 울고 들어가고..
그래서 원장선생님도 담임선생님도 아침에 무슨 안좋은 일 있었냐, 집에서 다른 말 안하더냐.. 그러면서
저희 부부랑 같이 아이가 왜 갑자기 싫어하게 됐는지 원인을 찾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이가 이번 월요일엔가는.. 영어 안하면 좋겠다, 영어시간은 재미없다. 그러더라구요.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이 영어유치원도 같이 운영하는 곳이라서 어린이집 아이들도
영어유치원 선생님들이 오셔서 하루에 30분 정도 수업을 해 주는 곳이거든요.
저희 부부는 조기교육을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영어 수업을 한다는 것 외에는
모든 조건이 딱 맞아떨어져서 이 어린이집을 선택한 것이었는데요.
어린이집에서 잠깐 하는 영어시간이니 그냥 재미 위주로 애들 놀리면서 하겠지.. 하는 마음도 있었구요.
뭐.. 저희 아이는 그냥 영어노래 나오면 리듬 따라서 흥얼거리는 정도.. 그닥 거부감 없이 다녔는데.
갑자기 영어가 싫다면서 어린이집에 안가겠다고 하니.. 무슨 일인가 싶었어요.
그러다가 어제는 아이가 말하기를 영어시간에 선생님한테 혼났다고 그러더군요.
그래서 아하, 이게 원인이었구나 싶어서 담임선생님과 통화를 해 보니.
지난 화요일 영어시간에 저희 애가 다른 친구랑 떠들었는지 산만하게 굴었는지 지적을 받았답니다.
저희 아이는 딱 그 시간 이후로 어린이집에 가기 싫어하게 된 것이었구요.
저는 혼란이 옵니다.
물론, 수업시간에 떠들었다면 충분히 혼날 일이지요. 잘못을 했으니 야단을 맞아야 하구요.
그런데 지금까지의 저희 아이를 생각해보면 얘는 뭔가 자기가 실수하는 것, 지적받는 것,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데 방법을 잘 모르길래 제가 옆에서 가르쳐 주는 것 조차 싫어하는 그런 성격인거에요.
하지만 앞으로 이렇게 기관에 다니고, 학교에 다니고 하다 보면 아이 성향에 맞춰 선생님들이 지도해 주지는 않으실테고
이렇게 혼날 일도 생기고, 다른 친구들 있는데서 야단 맞을 상황도 생기겠지요.
그러면 지금까지대로라면 저희 아이는 그 순간에 공부고 놀이고 다 흥미를 잃고, 싫다! 는 감정만 먼저 생길거 같아요.
그런데 그렇게 살면 안되는거잖아요? 잘못하면 야단맞는다는 것도 알아야 하고,
혼이 나고 버릇을 고치고 올바르게 하는 방법을 알고.. 그렇게 지내야 하는거잖아요?
앞으로 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걸까요.
혼이 나서 흥미를 잃고 일단 겁부터 내는 아이를 어떻게 다독여야 하는지,
아이가 잘못을 할 때 어떻게 야단을 쳐야 하는건지.
제가 집에서 잘 받아주는 엄마는 아니고 오히려 잔소리도 많고 야단도 자주치는 엄마인데
아마도 엄마한테 혼이 나는 것과 밖에 나가서 선생님한테서 야단을 맞는 것은 다르다는걸 아이도 알테지요.
지금까지는 밖에서 누군가에게 야단을 맞아 본 적이 없는데 선생님한테 지적을 받으니 무척 싫었던 모양이에요.
내 새끼만 생각하는 엄마 입장에서 보면 에구.. 아이가 혼나고 의기소침 해 있었을걸 생각하니 안쓰럽기도 하고..
이제 앞으로 이렇게 배워가고 익혀갈텐데 어떻게 덜 마음 다치게 하면서 키워줘야 할지 막막하기도 하고..
원래도 좀 예민하고 겁도 많고 그런 성향의 아이라서 뭐 하나를 해도
저도 같이 예민해지는거 같아서 걱정입니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데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