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결혼 4년차인데, 미혼때 했던 행동 중 적절치 못한 행동인것 같아
뒤늦게야 마음에 걸리는 행동이 있습니다.
제 행동에 문제가 있었는지, 82님들 의견 여쭙고 싶어서 부끄러움 무릅쓰고 씁니다.
회사에 제가 매우 존경하던 상사분이 계셨습니다.
신입때 절 잘 가르쳐주신데다가 인품도 훌륭하셔서 제가 잘 따랐습니다.
정확한 연배는 기억나지 않으나, 제가 서른살때 마흔 언저리셨어요.
그 상사분께서 일찍 결혼하셔서 나이에 비해 꽤 큰 외동따님(초등 6년쯤?)을 두셨는데,
그 따님에 대한 사랑이 정말 남다르셨어요.
주말근무하던 날 하루는 따님을 사무실에 데려오셨던 적이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참 예쁘고 귀여운 아이더라구요.
그런데 하루는, 프로젝트 막바지라 상사분께서 무척 바쁜 시기였는데,
오늘이 딸 생일인데 야근하게 되어서 축하도 못해주겠다고 안타까워하며 말씀하시더군요.
선물은 준비하셨냐 여쭈니, 그럴새도 없었다고 딸한테 혼나겠다 하시더라구요.
평소에 따님 말씀을 많이 하신데다 안면도 있어 익숙한 느낌도 있었는데다가,
저도 그 아이가 참 예뻐서 회사 근처에서 백화점에서 제가 선물을 대신 사다드릴까냐고 여쭸더니
괜찮다고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하시더라구요.
제가 고민되는 부분이 바로 이 대목입니다.
한번 제가 호의로 제안하고, 상사께서 거절하셨으니 거기서 그만두는게 적절했을것 같든데,
제가 결국 약 7만원 가량의 목도리 장갑세트를 사다가 상사께 드렸습니다.
물론 상사께서는 막상 선물을 받고서는 고맙다고 따님께 면이 서겠다고 하셨구요,
그 다음날 오셔서는 따님도 매우 좋아했다고,
아빠가 어떻게 이렇게 예쁜걸 골랐냐 했다 하셨지요.
그땐 그냥 그렇게 뿌듯한 마음으로 넘어갔는데,
결혼한 후에 그때 일을 떠올리면 좀 부끄러워집니다.
아무리 선의였고, 전혀 흑심따위 있을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 상사분의 부인께서 그 상황을 아셨다면 유쾌하지 않으셨을것 같아요.
특히 82를 알게되고 이곳에 올라오는 글들 중 남편 회사의 여직원에 대한 글들을 읽다 보면
그때의 제 행동이 많이 후회됩니다.
오바 팔단에 오지랖 구단, 구책 십단이지요.
저 참 예의바르고 경우있는 처녀였는데, 어찌 그땐 그런 안해도 될짓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와서 역지사지 해보면, 남편 여직원이 바쁜 남편을 대신해 제 선물을 사다줬다면
저도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았을것 같거든요.
제 행동 참 별로였지요?
요즘도 그 상사분 가끔 뵙지만, 전 혼자서 그때 행동이 너무 팔푼이 푼수같은 짓을 한것 같아 부끄러워지곤 합니다.
아울러, 적절치 못한 행동을 하는 남편 회사의 팔푼이 여직원때문에 고민하시는 82님들,
그 여직원들이 진짜로 전혀 개념이 없이 하는 짓일수도 있답니다.
님들께서 고민할 필요도 없이, 그 여직원들도 몇년지나 스스로 깨닫고 이불차면서 후회할지도 몰라요.
지금 저처럼 말이지요...